미국의 핵 시설 공습 이후 X 통해 첫 반응…
트럼프 "정권 교체 안 될 이유 없을 수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13일(현지 시간) 테헤란에서 TV 연설을 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시온주의자(이스라엘) 정권이 전쟁을 일으켰다"라며 "그들은 큰 실수와 오류를 저질렀다"라고 말했다./로이터=뉴스1
이란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의 핵 시설 공습에 보복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공습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하메네이 지도자는 이스라엘을 겨냥한 보복 의지를 다졌으나 미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메네이 지도자는 22일(현지시간) 엑스 공식 계정에 "지금도 처벌은 계속되고 있다.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 통상 이스라엘을 가리킴)는 커다란 실수와 범죄를 저질렀다"고 썼다. 이어 그는 "시오니스트는 처벌받아야 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처벌받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 게시글은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게시글에서 "정권 교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면서도 "이란을 위대하게 할 수 없다면 정권 교체가 일어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에는 "이란 최고지도자가 어디 숨어있는지 알고 있다"고 했고, 다음날에는 "모든 상황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각료들은 공식적으로 확전을 경계하며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여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공습 후 브리핑에서 "이번 (공습) 임무는 정권 교체와 관련된 것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NBC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방안에 관심이 없다"며 "우리는 (이란 하메네이) 정권의 교체를 바라지 않는다. 핵 프로그램을 종식시킨 뒤 이란과 장기적인 해결책을 논의하고 싶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이란 정권 교체를 바라지 않으며, 이란이 직접 보복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추가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공습 전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이 핵 시설을 타격하더라도 하메네이 정권 축출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전쟁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 정권 교체를 시도한다면 막다른 길에 선 이란도 거세게 대응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이날 미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북아프리카 책임자 사남 바킬은 이란이 군사행동으로 미국에 보복할 가능성은 여전하다면서도 긴장 고조를 회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란은 미군이 대부분 철수한 기지를 공격하고 예멘 후티 반군을 움직여 미 함선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게 할 수 있다"면서 "이는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갈등 고조를 회피하기 위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하메네이 지도자가 미국에 대한 공격을 보류한다면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에 공격 계획을 사전 경고하고, 현재까지 이란 주요 핵 시설 세 곳만 공격함으로써 자제력을 보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선택지를 전부 배제하고 이란과 정면 대결을 바랐다면 정치기관과 군 기지까지 폭격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유럽 외교관계위원회(ECFR)의 이란 전문가 엘리 게렌마예는 "(미국을 겨냥한 이란 공격이) 불가피해졌으며 신속하고 다층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이란은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이스라엘도 (이번 싸움의) 패배자로 만들려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은 나탄즈, 포르도, 이스파한 등 이란 핵 시설 3곳의 공습 피해를 평가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주요 우라늄 농축 시설은 완전히 제거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IAEA에 따르면 공습 이후로 핵 시설 외부 방사능 수치는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은 핵 시설을 신속히 재건해 이전보다 더욱 활발히 핵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이란 핵 능력을 가늠하려면 농축도 60% 고농축 우라늄 400kg의 행방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한 이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나탄즈 우라늄 농축장 선제 타격 이후 나탄즈와 포르도 농축장에서 농축도 20%와 60%의 우라늄 대부분을 이미 반출했다고 교도통신에 밝혔다. 60% 농축 우라늄의 행방을 알고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매우 면밀히 추적 중"이라며 "그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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