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의 '온에어' 359] EBS 최현선 PD
[이영광 기자]
EBS의 직업 체험 프로그램인 < PD로그>에서 시골 이장 역할했던 최현선 PD가 이번엔 노래교실 강사로 변신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 PD로그>에서는 '인.생.활.력-노래교실'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노래교실 일타 강사인 박미현 씨를 최현선 PD가 만나 노래교실 강사 준비를 하고 데뷔하는 모습까지 담았다. 그의 노래교실 강사 준비 이야기 듣기 위해 지난 18일 경기도 고양에서 최 PD를 만났다. 다음은 최 PD와 나눈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
▲ < PD로그>의 한 장면 |
ⓒ EBS |
"합창단 하며 활력 찾은 어머니"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딱 맞은 것 같아요. 저로서는 < PD로그 > '이장 '편에 이어 두 번째로 출연 및 연출한 프로젝트였어요. 특히 노래 강사라는 직업에 태어나 처음으로 도전해 본 만큼 개인적으로도 의미고 남다르고 애착이 큰 프로젝트였습니다. 박미현 선생님을 통해 단순히 노래 강사의 기술뿐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와 사람을 대하는 마음, 그리고 '진짜 에너지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었어요. 또 수강생분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큰 감동과 위로를 받았어요. 노래 강사 데뷔 무대를 준비하며 긴장감도 컸는데, 방송이 끝나고 나니 그동안 쌓였던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약간 방전된 느낌도 들었지만 보람찬 방전이었어요."
- 노래교실 강사에 도전하셨잖아요.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사실 저희 어머니로부터 시작이 되긴 했어요. 저희 어머니가 환갑을 넘기셨어요, 최근 합창단 하면서 노래로 활력을 되찾으셨거든요. 삶의 큰 에너지를 얻는 어머니의 모습 보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노래라는 세계에 호기심도 생겼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 역시 사실 텐션이 쭉쭉 떨어지는 시기를 겪고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되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에 노래 강사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 원래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세요?
"사실 노래를 잘하는 편은 아니어서 노래를 즐겨 부르진 않았어요. 부르는 것보다 듣는 걸 좋아하고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는 걸 즐기는 스타일이었죠. 저에게 노래는 '소비자'로서 감상하는 대상이랄까요. 특정 노래를 들으면 문득 과거의 어떤 순간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엔 그 감상의 대상이 아닌, 직접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해야 했어서 많이 긴장 됐지만, 그만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이번 편은 다른 편에 비해 PD님 인터뷰가 적었던 거 같은데 이유가 있을까요?
"이번 편은 무엇보다 베테랑인 박미현 선생님과 노래 교실이라는 공간을 중심에 두고, 그 안의 매력을 최대한 전달하고 싶었어요. 저는 노래 강사에 도전하는 사람으로서 이야기의 시작점이자 마지막 데뷔까지 하는 여정을 보여주는 인물로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되, 인터뷰는 최소화하고 현장의 감정과 리얼함에 집중했습니다. < PD로그 >는 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이지만, 이번 회차는 '한 사람을 깊이 따라간다'는 다큐멘터리의 성격도 있기에, 제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전달자이자 관찰자의 역할을 하려고 했죠."
- 처음에 어떻게 준비한 건가요?
"처음에는 트로트 가수에 대한 아이템을 생각하고 조사하던 중에 '노래 강사'라는 직업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옮겨졌어요. 노래 강사라는 직업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그 안에 숨겨진 매력은 이번 기회를 통해 더 깊이 알게 됐죠. 예전에 동료 PD가 연출한 프로그램 <탑골스타 개청이>에 박미현 선생님이 출연하신 걸 보고 인상이 깊었거든요."
- 그럼 노래 강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단순히 노래를 잘하고 흥이 많은 사람이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박미현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죠. 노래 실력은 기본이고, 현장을 이끄는 진행 능력, 순발력, 그리고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 모두 필요한 직업이더라고요. 각양각색의 지식도 정말 많으시고요.
무대에 들어서자마자 발끝에서부터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이건 강의가 아니라 하나의 공연이고, 동시에 교감의 장이라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선생님에게 제가 '노래 강사에서 뭐가 제일 중요한가요'라고 물어봤을 때 저는 노래 실력이나 가르치는 능력이라고 말씀하실 줄 알았거든요. 근데 인성이라고 대답하셨어요."
- 왜요?
"처음엔 저도 그 말을 이해를 잘 못했어요. 그런데 함께 촬영하며 한 3주 가까이 선생님과 현장을 지켜보고 조교로, 실전 강사로 무대에 서보다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노래 강사는 단순히 노래를 가르쳐주는 기술 전달자가 아니라, 사람들과 감정 나누고, 때론 위로하고, 함께 울고 웃는 존재더라고요. 교육자이자 친구, 가족 같은 존재요. '잘 부르는 것'보다 '함께 부르는 마음'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 박미현 선생님 섭외 과정은 어땠나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박미현 선생님은 트로트 가수 아이템을 생각하고 조사하던 중에 알게 되어서 바로 연락을 드려서 미팅을 진행했어요. 제가 박미현 선생님은 온라인에서 조사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이가 있으신 분이더라고요. 38년 동안 노래 강사로 활동해 오신 경력도 놀라웠습니다. 처음엔 체육학을 전공하고 레크레이션 활동을 하시다가 놀이에 노래를 접목해서 이 분야를 개척하셨다고 하더라고요. 한국 노래 강사 '1인자'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고,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확고해졌습니다."
- 수업 준비하는 거 보면 어땠나요?
"너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사실 선생님이 아침 7시에 집에서 출발해 첫 번째 노래 교실에 가서 수업하고 밥도 굉장히 빨리 먹고 두 번째로 또 넘어가서 두 번째 노래 교실 수업하고 또 넘어가서 세 번째 노래 교실 수업 하고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저녁에는 또 방송 활동도 하시고 간헐적으로 인터뷰도 하시고 해서 스케줄이 굉장히 빼곡하게 있으시거든요. 그렇게 스케줄이 빼곡히 이어지는데도 항상 밝고, 에너지가 넘치셨어요. 심지어 그 사이사이에도 신문도 보시고 책도 보시면서 어떤 멘트를 준비해야 효율적으로 얘기를 전달할 수 있을지 그런 걸 준비하시는 걸 보고 정말 이 직업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끊임없이 배우는 분이니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마음 깊이 감탄했습니다."
![]() |
▲ EBS 최현선 PD |
ⓒ EBS 홍보부 제공 |
"노래교실은 웃음과 눈물, 공감 넘치는 현장"
- 박미현 선생님이 수업 진행하는 거 참관 했는데 어땠어요? 노래교실과 또 대학에서 강의하는 건 달랐을 것 같은데.
"맞아요. 두 공간은 성격이 많이 달랐어요. 노래 교실은 웃음과 눈물, 공감이 넘치는 '생활의 현장'이라면, 대학 강의는 좀 더 실용적인 '기술의 현장' 같았죠. 예를 들어 어떤 동작이 더 전달력이 있는지, 어떻게 멘트를 해야 수강생들이 웃는지 등 구체적인 교육 기술을 중심으로 강의가 이뤄졌어요."
- 노래교실 조교도 하셨잖아요. 조교는 어떤 걸 하는 건가요?
"조교는 단순한 '보조'가 아니더라고요. 먼저 정식 수업 전에 미리 무대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합니다. 1시간에서 1시간 반 전에 전부터 노래를 틀어 놓고 조교가 노래를 부르면서 분위기 돋우거나 수강생분과 함께 노래 부르면서 흥 돋우는 거죠. 수강생분들의 신청곡 받아 수강생분들을 무대 위를 올려서 같이 노래하기도 하고요. 반주기 세팅을 비롯해 박미현 선생님의 물, 손수건, 면봉 등 사소하지만 중요한 준비물도 챙겨두고요.
조교가 되려면 1년간 노래 강사 교육과정을 마친 후 1년 동안 실습 조교로 활동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선생님 수업이 15개 이상이니, 조교도 15명이 넘게 계신 셈이죠. 그리고 제가 조교로 데뷔해 보니 박미현 선생님이 처음 말씀하셨던 '노래 강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인성'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 나더라고요. 무대는 혼자 돋보이는 곳이 아니라, 함께 빛나는 자리니까요. 수강생들과 함께 호흡하고 즐거운 게 중요한 거죠."
- 박미현 선생님이 수업할 때 메모를 많이 하는 거 같더라고요.
"박미현 선생님의 멘트를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펜을 들게 되더라고요. 단순히 노래만 부르는 시간이 되지 않도록 선생님은 늘 그 곡에 얽힌 시대 이야기, 삶의 통찰, 그리고 유머까지 정말 다양한 멘트를 곁들이시더라고요. 즉흥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건 수십 년 동안 신문, 책, 뉴스에서 쌓아온 지식과 감정을 적재적소에 꺼내는 거였죠. 그 모습을 보면서 와, 정말 베테랑은 다르구나-라는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저도 노래에 멘트를 입히는 법을 많이 배우기 위해 많이 적었고요."
- 박미현 선생님의 매력은 뭐였나요?
"선생님은 무대에서 누구보다 흥이 넘치고 유쾌한 엔터테이너시지만, 진짜 매력은 그 안에 담긴 '인성'이라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강조하신 것이기도 하고요. 수강생들을 진심으로 다하는 자세에 반했습니다. 150명 가까운 수강생이 있는데, 그분들을 한 명 한 명 다 알려고 하시더라고요. 누가 빠졌는지,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기억하고 확인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거든요. 진심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단순히 가르치는 사람을 넘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인 거죠."
- 노래 강사 준비는 어떻게 했어요? 노래방도 많이 간 거 같던데.
"맞아요. 선곡하는 데도 꽤 시간을 많이 들였고. 회사 동료 PD들을 불러 실전 테스트를 하기도 했어요. 노래방도 여러 번 가서 직접 부르며 감을 익혔죠. 방송에는 편집 됐지만, 무대 멘트 훈련도 했습니다. '오늘의 유머집'으로 유머 멘트를 연습할 정도였죠. 다양한 분들께 조언을 구하고, 조교 무대에서도 직접 부딪혀가며 배우는 과정이었죠. 연습은 완벽을 만드는 게 아니라, 진심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하잖아요. 진심을 다했습니다."
- 노래 강사 데뷔하는 날 어땠어요?
"정말 많이 떨렸어요. 노래 강사는 말 그대로 매 순간이 생방송인 직업이잖아요. 무대 위에서 바로 사람들과 호흡해야 하니까요.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조명 아래 섰을 때는 온몸이 긴장으로 굳었어요. 그런데 옆에서 박미현 선생님이 시선을 나눠주고 함께 호흡을 맞춰주셔서 그나마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어요.
노래교실 어머님들을 보면서 느낀 게 있었어요. 이분들은 여전히 충분히 젊고, 삶을 즐길 자격이 있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무대를 단순한 마무리가 아닌, 모두가 함께 즐기는 파티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모르 파티'를 마지막 곡으로 골랐습니다. '아모르 파티'는 라틴어로 '운명을 즐겨라'라는 뜻의 라틴어거든요. 그 노래를 통해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의 운명을 즐겨보자'는 말을 건네고 싶었고, 한 편의 파티처럼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 노래 강사를 정식으로 배워볼 생각도 있나요?
"노래 강사로 배워볼 생각도 있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제 노래 실력이 더 다듬어지고 기회가 닿는다면, 몇 년 흐른 뒤에 노래 강사로 활동하는 써니 강사를 보실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웃음). 무대라는 건 한 번 서보고 나면, 자꾸 생각이 나는 자리더라고요."
- 방송에 안 나온 장면 중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조교들과 함께 모임을 한 장면이 있었어요. 선생님과 조교들이 각자의 고충을 나누고 조언도 구하는 자리였죠. 노래를 통해 어떻게 아픔을 극복하고 행복을 찾았는지,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순간이었는데 그 장면이 편집되어 조금 아쉬웠어요. 특히 어느 조교님의 '내가 나를 다시 사랑하게 된 건 노래와 노래교실 덕분'이라고 말씀하셨던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아요."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