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러-우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러시아의 압도적인 우위가 예상됐지만, 우크라이나의 선방으로 교착 상태에 빠졌죠. 2025년 6월이 된 지금까지 전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우크라이나가 드론 100여대로 러시아의 전략폭격기 41대를 폭격해 충격을 줬습니다. 이처럼 ‘우크라판 트로이목마’라는 별칭을 얻게 된 힘은 어디서 나올까요?
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공개한 사진.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공군기지에서 비행기를 타격하는 장면. <사진=연합외신>
바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2년 당시 전쟁 99일 만에 알렉스 카프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카프는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CEO입니다. 젤렌스키가 그를 만난 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판도가 바뀝니다.
이번에는 상장 이후 1300% 주가가 상승한 기업 팔란티어를 분석해보겠습니다.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솔루션 ‘고담’
AI 시스템 ‘고담’ 운용 모습.
우크라이나가 획득한 비밀 병기는 바로 팔란티어의 빅데이터·AI 솔루션 ‘고담(Gotham)’ 입니다.
미국 DC코믹스사의 배트맨에 나오는 범죄가 판치는 도시 ‘고담’ 시에서 이름을 따온 솔루션입니다. 팔란티어가 전 세계 주요 정부에 제공하는 플랫폼이죠.
고담 프로그램은 차량이나 항공기 선박 등에 배치한 센서를 통해 얻은 각종 신호 정보 등 데이터들을 식별하고 정제해 일종의 패턴을 파악합니다. 상용 위성과 열 감지기, 정찰 드론, SNS 등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통해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이죠.
그런 다음 자사의 AI 모델을 통해 이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하면서 각종 정보를 시각화해내는 겁니다.
전쟁에 적용하면 적군의 현재 위치와 잠복 위치, 정밀 타격이 필요한 장소 정보 등을 지도로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러시아군의 전차, 포병, 보병 부대 등의 위치가 지도 위에 고스란히 나타나게 되는 것이고요. 표시된 위치에 공격 드론을 보내기만 하면 적을 궤멸할 수 있죠.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
2001년 미국 뉴욕 테러의 주범으로 꼽힌 오사마 빈 라덴을 발견해 사살한 것도 팔란티어의 빅데이터 분석 덕분이라고 전해집니다. 군인과 스파이, 경찰 등이 수집한 정보를 모두 모아 분석한 뒤 테러리스트들의 네트워크를 파악해 은신처를 발견해낸 겁니다.
코로나 팬데믹때는 정부 코로나19 질병 확산 경로 등을 팔란티어의 플랫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죠. 이 같은 시각화를 위해 팔란티어가 확보한 지리 정보 특허만 수백 건으로 전해집니다.
‘고담’ 플랫폼이 정부용이라면, ‘파운드리’는 기업용 플랫폼입니다.
기업 활동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통합해냅니다. 가령 재무나 인사, 물류, 재고 등 여러 부서의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 위에서 통합 분석해내면서 사내 재정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하거나 내부 비리를 감시해내는 겁니다.
예를 들어 HD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한 두산인프라코어는 팔란티어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죠. 해외 건설장비에 부착된 센서로 장비 가동시간을 측정하고 분석해 납품지연을 최소화하는 성과를 내는 겁니다.
이 팔란티어의 플랫폼이 중요한 것은 사용자 맞춤형 데이터 정제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온톨로지’라는 개념인데요.
수많은 데이터는 데이터 자체로 흩어져있는 게 아니라 맥락이 있죠.
단순 데이터 하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특정한 집단 속에서 하나의 데이터가 뜻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팔란티어는 해당 데이터의 속성과 다른 데이터와의 관계 등 계층을 미리 정의한 뒤에 데이터 분석해 들어갑니다.
플랫폼을 활용하고자 하는 사용자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그에 맞춰 데이터를 선별해 의미를 부여하고 범주화하는 것이 선행되는 작업이라는 거죠.
이를 위해 팔란티어는 고객사에 일정 기간 파견개발자를 직접 파견해 맞춤형 온톨로지를 구축한 뒤에 소프트웨어를 구동해 데이터를 학습시킵니다.
팔란티어는 서류, 숫자 등 구조화된 데이터뿐만 아니라 이미지, 영상, SNS 등 비정형 데이터 분석에도 능합니다.
2001년 ‘테러와의 전쟁’...팔란티어의 시작
피터 틸 팔란티어 공동창업자.
팔란티어는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틸이 현재 CEO인 알렉스 카프 등과 함께 2003년 창립한 빅테이터 전문 분석 조사업체입니다.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인공지능을 쓰기 때문에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업체라고 분류할 수 있습니다.
2002년 피터 틸은 페이팔을 이베이에 15억달러(1조 7000억원) 가격에 매각했고, 그때 번 돈으로 창업한 회사가 팔란티어입니다. 잠깐 여담이지만, 일론 머스크가 페이팔 매각 이후 번 돈으로 스페이스X를 창업한 것과 비슷하죠. 괜히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는 게 아닙니다.
피터틸은 2001년 9.11 테러를 경험한 뒤 어떻게 사전에 테러를 예측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데이터로 테러를 예측해보겠다는 계획이 창업의 동기가 됐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 CIA가 만든 벤처캐피털인 인큐텔(IQT)이 팔란티어에 자금을 댔죠.
CIA를 비롯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와 국가안보국(NSA), 국방부, 영국 비밀정보국(SIS) 등이 주요 정부 고객이고요..
JP모건을 비롯해 크라이슬러, 에어버스 등이 팔란티어의 민간 고객사입니다.
피터틸의 저서 <제로 투 원> 에서처럼 독보적인 기술로 독점적인 시장을 만드는 회사가 되기 위해 회사 인력 4000명의 대부분이 개발자 등 연구개발 인력입니다. 전체 임직원 중 세일즈 인력은 3~4% 수준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팔란티어의 실적은 어떨까요?
팔란티어의 지난 5월 발표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8억8400만달러(약 1조230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순이익도 지난해 1분기 1억550만달러에서 올해 1분기 2억1400만달러로 급증했죠.
특히 1분기 전체 매출 가운데 55%를 차지하는 정부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 성장한 4억8700만달러였습니다. 민간 부문 성장률인 33%를 크게 웃돌았죠. 정부 부문 매출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나왔고요.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71%에 달하는데, 군사 작전 계획에 사용되는 AI 소프트웨어를 정부에 공급하는 계약들이 주요 매출입니다.
팔란티어 로고.
이미 지난해 알렉스 카프 CEO는 “줄지 않는 끊임없는 AI 수요에 의해 분기 성장이 주도됐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요. 월가가 늘 AI가 실제로 회사에 도움을 주느냐를 AI의 버블을 감지하는 지표로 삼아왔는데, 팔란티어는 AI가 돈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팔란티어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은 AI 플랫폼(AIP)의 상업 부문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 AI 시장 규모는 2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팔란티어는 AI 기반 데이터 분석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가는요? 9일(현지시간) 기준으로는 132달러를 터치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상장 이후 1335%가 올랐고, 지난해에는 340% 상승했습니다. 올해에도 74%가 올랐죠.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팔란티어에 대한 의견은 극단적으로 갈립니다.
22명의 애널리스트 중 4명이 매수, 16명이 보유, 5명이 매도를 추천하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중립적인 투자 의견을 내놓고 있고요. 평균 목표주가는 약 100달러 수준이지만, 최고 목표주가는 160달러, 최저 목표주가는 40달러로 극단적인 편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팔란티어의 현재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32 수준으로 테슬라가 140, 엔비디아가 33 등임을 고려해볼 때 눈에 띄게 높긴 합니다. 주가가 고평가돼있다고 볼수 있는 여지가 있긴 합니다.
미국에선 팔란티어를 그간 “가장 비싸고 은밀한 빅데이터 기업”이라고 표현해왔습니다. 꾸준한 퍼포먼스로 현재 시가총액 3110억 달러의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제 은밀함을 완벽히 벗어던지고 월가의 기대대로 시가총액 1조달러 회사로 성장해갈 수 있을까요? 시가총액이 1조를 달성한다는 것은 지금보다 주가가 3배가 오르는 겁니다.
‘홍키자의 빅테크’는 테크, 플랫폼,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지금 아래 홍성용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깊이가 다른 콘텐츠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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