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임동진 기자]
<앵커> 우리나라 보험주들은 글로벌 기업들이나 비금융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기업의 주가가 순자산 대비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PBR이 대부분 1배 미만인데요.
오늘 금융당국이 보험사 자본규제를 일부 완화하기로 함에 따라 보험사들의 기업 가치가 회복 될 수 있을지 관심입니다.
경제부 임동진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그 동안 우리나라 보험사들이 저평가 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나라 보험사들의 PBR은 삼성화재를 제외하면 0.2에서 0.8 사이로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그 이유는 먼저 보험업 특성상 대규모 자본을 쌓아 놨지만 이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해 수익성, 즉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자본이익률이 낮다는 것은 투입자본 대비 이익 창출이 적다는 것이고, 이는 투자 매력도 저하로 이어져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또 보험업은 저출생·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 그리고 많은 규제가 성장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 둔화와 내려가고 있는 금리도 보험사 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회계제도 변화로 보험사들은 해약환급금 등 각종 준비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해서 주주에게 돌려줄 수 있는 이익이 줄어들고 있는데요.
주주환원 정책이 약해 투자자들이 보험주에 프리미엄을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실제로 재보험사를 재외한 10개 상장 보험사 중에서 올해 배당을 확정한 회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DB손해보험 3곳 뿐입니다.
<앵커> PBR을 높이는데 주주환원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인데요. 대표적으로 배당이 있죠. 보험사들의 배당 여력이 늘어날 수 있는 조치가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금융위원회가 오늘 오후 정례회의에서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상정해 의결할 예정입니다. 보험사들의 자본 관련 규제가 24년 만에 완화되는 건데요.
배당과 관련한 부분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기준 완화입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사가 계약 해지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책임준비금으로, 적립 비율이 낮아지면 보험사의 배당 가능 여력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지급여력비율이 190%를 넘어야만 해약환급금준비금을 80%만 쌓아도 됐지만, 앞으로는 170%만 넘어도 80% 적립이 허용될 전망입니다.
지급여력비율, 즉 킥스는 보험회사가 고객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지, 즉 재정적으로 얼마나 튼튼한지를 보여주는 안전성 지표인데요. 지급여력비율이 150%라면 보험사가 필요한 최소 자본보다 1.5배 더 자본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금융당국은 지급여력비율 권고 기준도 150%에서 130%로 낮출 방침입니다.
또한 이번에 대형 재난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대비해 적립하는 비상위험준비금 관련 기준도 완화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비상위험준비금 역시 배당 가능이익에서 차감되는 구조였던 만큼, 이번 개정으로 배당 재원이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 보험사들의 배당 확대를 기대해 봐도 좋을까요? 특히 배당을 중단했던 한화생명 같은 보험사들의 배당 재개 가능성이 있을까요?
<기자> 상장 보험사들의 절반 이상이 배당을 중단한 상황인데요.
일부 보험사들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이 줄어들면 배당 재원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해 주당 150원의 배당을 했지만 올해 중단한 상태인데요. 실제로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화생명은 이번달 중 지급여력비율 확대를 위해 해외에서 10억달러 규모 신종자본을 발행할 예정인 만큼 1분기 154%였던 비율이 높아질 수 있는데요.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배당을 실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밖에 배당을 중단한 보험사 중 미래에셋생명이 183%, 한화손해보험이 182%의 지급여력비율을 지난 1분기 기록한 만큼 해당 보험사들도 완화되는 기준에 포함되기 때문에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보험사를 포함해 대부분 회사들은 당장 올해 배당 재개는 어렵지만 주주환원 확대 방침은 이어갈 계획입니다.
<앵커> 하지만 보험사들의 대외 여건이 현재 녹록치 않은 상황일 뿐더러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한 배당 확대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요?
<기자> 제도 완화로 배당 여력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금리 인하 등 외부 환경, 그리고 금융당국이 자본의 질을 강화하는 새로운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입니다. 금융당국은 지급여력비율 권고치를 완화하는 대신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더욱 안정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기본자본 킥스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요.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으로 확충할 수 있는 기존의 지급여력비율과 달리 기본자본을 늘리려면 순이익을 확보해 이익잉여금을 쌓아야 합니다.
단기간에 순이익을 늘리기는 쉽지 않으니 배당 여력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또 중요한 것이 금리인데요.
통상적으로 금리 하락은 지급여력비율을 낮추는 요인입니다.
보험업계는 올해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있어 자본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단기적인 주주환원 확대는 한계가 있을 수 있는 만큼 배당여력을 충분히 보유한 일부 보험사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임동진 기자 djlim@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