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삭감 정국에서 ‘소신 밝힌’ 관료에 눈길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발 관세 협상과 민생경제 회복 등으로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인사를 10일 전격 단행했다. 장·차관과 공공기관장에 대해 국민 추천을 받겠다고 하면서 서둘러 이들을 임명한 것은 그만큼 관세 협상과 민생 경제회복이 시급하다는 것의 방증이다.
이런 가운데 연구개발(R&D)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인사에도 눈길이 쏠린다. 아직 구체적으로 누가 낙점된 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윤석열정부에서 ‘단 칼’에 자행됐던 R&D 예산 삭감 상황에서 소신을 밝혔던 인물에게로 저울추가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정종오 기자]
이 같은 전망은 문신학 산업부 1차관 임명에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문 차관은 산업부 국장 시절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을 두고 검찰의 집중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문신학 전 국장(수사 당시 직책) 등을 대상으로 감사원 감사를 방해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없앴다는 ‘감사방해’, 한국수력원자력에 원전 조기 폐쇄 압력을 행사했다는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대법원은 2024년 감사 방해 등에 대해 문신학 전 국장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수사 당시부터 해당 사건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집행한 것을 두고 수사당국이 수사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었다. 국·과장 등이 관련 정책을 추진한 것을 두고 수사의 칼을 들이대면 앞으로 누가 선뜻 나서겠느냐는 반발이었다.
이재명정부는 곤욕을 치렀던 문신학 차관을 낙점했다. 윤석열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때아닌 핍박을 받았다는 것과 문 차관이 산업과 에너지 전반에 걸쳐 두루 실무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 낙점의 이유로 꼽힌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과기정통부 1차관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정부의 R&D 삭감 정국 속에서 과기정통부 관료들은 대놓고 반발하지 못했다. 위선에서 지시하는 것에 항명하는 것은 관료들에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과기정통부는 당시 대통령실에서 기획재정부를 통해 내려오는 예산 삭감안을 마련하는데 분주했다. 정부출연연구소에 관련 삭감안을 빨라 올리라고 재촉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관료들 중에 “R&D 삭감 정책은 틀렸고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R&D 예산 삭감안에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과학기술 분야에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던 이가 있었다.
한 과학기술계 인사는 “최근 과기정통부 1차관을 두고 여럿 명이 정부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현직 관료들인데 게 중에는 ‘OB’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의 1급 실장이 차관으로 자동 승진하는 관례가 아니라 일 잘하고 윤석열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적 의견을 피력했던 OB가 (차기 차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크기 않겠느냐”고 말했다.
1급에서 자동 승진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재명정부는 “그때 잘하지 그랬어?”라는 질문으로 응답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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