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구자가 대마밭에서 대마초를 자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표준통관예정보고 발급거부처분 취소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CBD를 포함한 대마초 칸나비노이드 성분이 마약류인 대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CBD 성분이 든 제품 수입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거부한 데 대한 취소소송에서 대법원이 식약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마초의 종자, 뿌리, 성숙한 줄기 등에서 추출한 칸나비디올(CBD)도 마약류인 '대마'에 해당한다는 게 판결의 요지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마초의 종자, 뿌리, 성숙한 줄기와 그 제품은 대마에서 제외된다는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4호의 취지를 오인해서는 안된다"며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4호 취지는 대마초 종자, 뿌리, 성숙한 줄기는 환각 성분이 인체에 유해한 정도로 함유돼 있지 않아 섬유 가공, 종자 채취, 식품원료 등 산업적 용도로 제한적 허용을 한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CBD를 산업용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고 환기시켰지만 실제로 CBD 성분 산업화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국내 환경에서 CBD를 산업화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식약처의 설명에 따르면 대마 줄기 등에서 섬유질을 분리해 의료용 직물, 산업용 소재를 생산하는 것은 가능하다.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 CBD 함량이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서 정한 극미량 기준에 적합하다면 대마 씨앗을 식품 원료로 사용하는 것도 허용된다. 가령 대마 씨앗(햄프씨드) 식품은 THC 함량이 5ppm(백만분율)/kg, CBD 함량은 10ppm/kg을 초과하지 않으면 된다.
식약처는 대마 종자, 뿌리, 성숙한 줄기 등의 제한적 활용이 가능하다고 해서 CBD 등 대마 추출물이 대마가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CBD는 신경세포, 면역세포 등에 위치한 수용체 ‘CB1’, ‘CB2’를 활성화해 다양한 생화학적 작용을 일으키는 물질로 마약류 분류가 필요하다는설명이다.
정부는 CBD가 대마에 해당해도 산업적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연구계 및 산업계는 법적 규제가 산업화에 제약이 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CBD는 의약품, 화장품, 식품 등에 첨가돼 판매되고 있다. 영국 제약사 GW파마슈티컬스가 만든 뇌전증 치료제 '에피디올렉스'는 CBD가 들어간 대표적인 의약품이다. 에피디올렉스는 국내에 허가되는 유일한 의료용 대마 치료제다. CBD는 로레알이 만든 샴푸 제품을 포함해 마스크라, 립밤 등 화장품 재료로도 쓰이고 있고 영양제, 반려동물 간식 등 식품에도 첨가돼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함정엽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천연물연구소 책임연구원(네오켄바이오 대표)은 "CBD는 환각성이나 중독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 밝혀져 해외에서는 마약 취급을 하지 않는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마약으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CBD의 학술적 활용을 허가하고 있지만 산업화로 넘어가는 데 장애물이 있다"며 “2021년 안동을 대마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면서 규제가 좀 완화됐지만 대량 생산을 할 수 없어 산업화 단계로 넘어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CBD는 연구 목적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지·섭취 및 수출입·제조·매매·매매알선 등의 행위가 금지된다. 위반 시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수입·수출 또는 그 목적으로 소지·소유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대마를 재배·소지·소유·수수·운반·보관 또는 사용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게 된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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