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당일 이어 나흘 만에 추경 회의
야당 대표 땐 20조 이상 소비쿠폰 주장
재정 여력 고려해 원안 고수는 어려울 듯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추경(추가경정예산) 속도전'에 나섰다. 민생 경제 회복의 마중물 조치로 추경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 당일 저녁 첫 회의부터 추경 논의를 챙긴 데 이어 9일엔 "속도감 있는 추경 편성"을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다만, 구체적인 규모나 사업 내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경기 회복과 소비 진작을 위한다는 방향성만 밝혔는데, 정부 재정 여력 등을 고려해 야당 대표 시절의 주장을 고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당시 이 대통령은 20조 원 이상의 2차 추경과 전 국민 1인당 2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소비쿠폰 발행을 요구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경기 회복과 소비 진작 차원에서 속도감 있게 추경을 편성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4일 1차 비상경제점검 TF에서 이 대통령이 내각에 추경 추진을 위한 재정 여력, 경기 진작 효과에 대한 검토를 주문한 지 불과 닷새 만의 재소집이다. 이날은 기획재정부에서 성안 중인 추경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부처별로 세부 사업 계획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기나 규모 등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확정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각 부처에 추경 편성 시 취약계층 소상공인 지원을 우선할 것을 주문하고, 추경의 효과를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핵심 사업을 잘 발굴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늘 TF에서는 (추경과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봤고, 규모나 자세한 항목은 좀 더 구체화된 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경기 회복과 소비 진작'을 추경 기조로 내건 만큼, 이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민생회복지원금'이 담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총선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35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민생지원금을 공약했다. 아울러 올해 2월 민주당에서 발표한 총 35조 원 규모의 추경안에도 민생지원금 공약은 13조1,000억 원 규모로 반영된 바 있다.
하지만 정부 재정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서 야당 대표 시절 내놓은 안을 그대로 고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원안 고수 여부에 대해 문의하자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재정 여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조정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여당 지도부 의원 역시 "경기 방어를 위해서라면 민주당에서 요구했던 35조 원에서 실제 1차 추경에서 집행된 15조 원을 뺀 차액(20조 원) 이상은 돼야 한다"면서도 "정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느냐 여부는 또 다른 문제라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물러섰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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