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431.7조..2년 만에 약 100조 급증
펀드 등 실적배당형 26.1조 늘어..1.5배↑
연수익률 실적배당 9.96%, 원리금보장 3.6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퇴직연금 적립금이 2년 만에 약 100조원 급증하며 지난해 말 기준 40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와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한 금액이 전년 대비 1.5배 늘어나며 가입자들의 관심이 저축에서 투자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수익률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적배당형 퇴직연금의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10%에 육박했지만 원리금보장형은 3%대 중반에 그쳤다.
(자료=고용노동부)
‘가입자 직접 운용’ DC형·RIP 비중 절반 넘어서
고용노동부는 9일 ‘2024년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분석’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 대비 49조 3000억원(12.9%) 늘어난 431조 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적립금은 2022년 말 335조 9000억원, 2023년 말 382조 4000억원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2년 만에 10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퇴직급여 지급액보다 납입액이 2배가량 많아 퇴직연금 규모는 앞으로도 확대할 전망이다. 지난해 적립금 증감 현황을 보면 퇴직급여 지급액은 28조 6000억원, 사용자 납입액(법적 퇴직급여 납입액)은 47조 3000억원이다. 여기에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개인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추가로 납입한 금액이 9조 6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퇴직연금을 저축이 아닌 투자로 접근하는 가입자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실적배당형 상품 적립금은 75조 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조 1000억원(53.3%) 급증했다. 이에 따라 실적배당형 비중은 2022년 11.3%, 2023년 12.8%에서 지난해 17.4%까지 커졌다. 실적배당형 적립금 중에선 ETF와 펀드 등 집합투자증권이 64조 4000억원(85.5%)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확정기여(DC)형과 IRP 적립액 비중은 처음 50%를 넘어섰다. DC형과 IRP 비중은 2023년 46.3%에서 지난해 50.3%로 올랐다. DC형과 IRP는 가입자(근로자)가 직접 운용해야 하는 상품으로, 투자를 통해 수익을 늘리려는 요구가 많아진 결과다.
실제로 DC형과 IRP의 실적배당형 비중은 각각 23.3%, 33.5%로 확정급여(DB)형(6.8%)을 크게 웃돌았다. 회사가 퇴직급여를 굴리는 DB형은 운용손익 결과와 관계없이 퇴직 때 지급되는 급여액(퇴직시 평균임금×근속연수)이 정해져 있다.
(자료=고용노동부)
실적배당형 비중 높을수록 수익률도 높아
퇴직연금의 연간 수익률(총비용 차감 기준)은 지난해 4.77%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0.49%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원리금보장형은 0.41%포인트 하락한 3.67%, 실적배당형은 3.31%포인트 내린 9.96%로 집계됐다. 기준금리 인하와 주식시장 수익률 하락이 원인이다.
유형별로는 실적배당형 비중이 높은 IRP 수익률이 5.86%로 가장 높았고, DC형 5.18%, DB형 4.04%로 나타났다.
전체 가입자의 수익률 중간값은 3.2%로 나타났다. 대부분 가입자의 수익률은 2~4% 구간에 자리했다. DB형은 10명 중 8명 이상(85.3%), DC형은 10명 중 7명(67.2%)이 2~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IRP 역시 절반(53.7%)이 이 구간대다.
고용부는 권역별(은행·증권·보험) 금융회사의 수익률 상위 10% 가입자의 자산구성도 공개했다. 그 결과 권역별 평균 대비 실적배당형 비중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은행에서 9.3% 수익률을 낸 IRP 가입자의 경우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84%에 달했다. B증권의 한 가입자는 실적배당형 상품을 DC형엔 88.3%, IRP엔 92% 비중으로 운용한 결과 각각 19.8%, 29.4%의 수익률을 냈다.
퇴직연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수급하는 비중 역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수급 개시 계좌 중 연금 수령 비중은 13.0%를 기록했다. 2년 전(7.1%)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금액 기준으론 지난해 10조 9000억원이 연금으로 개시됐다. 금액 기준 연금 수령 비중 역시 2022년 41.9%, 2023년 49.7%, 지난해 57.0%로 크게 올랐다. 연금 수령 계좌당 평균 수령액은 1억 4694만원으로 일시금 수령 시 평균 수령액(1654만원)의 8.9배 수준이었다.
고용부는 퇴직연금 운용이 어렵다면 ‘디폴트옵션’(사정지정운용제도)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적립금 운용기간 만료(상품 만기) 시 운용방법 선정(운용지시)을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방법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사업자(금융회사)가 직접 구성한 포트폴리오로 적립금을 운용할 수 있는 데다, 금융회사들이 디폴트옵션 수익률 제고에 관심을 쏟고 있어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서대웅 (sdw61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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