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 AI로 ‘골리앗’ 미·중과 맞설 것”
“데이터 차별화가 핵심…상거래 분야 관심”
실리콘밸리서 첫 해외 투자법인 설립
AI 스타트업 ‘트웰브랩스’에 첫 투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네이버 벤처스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해 발표를 진행했다. [네이버 제공]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 대격변을 맞은 네이버가 사활을 걸고 AI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국, 중국과 비교하면 자본력도, 기술력도 약자인 ‘다윗’에 불과하다. 그러나 네이버는 전자상거래·콘텐츠 등 차별화된 데이터를 활용한 ‘특화 AI’라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네이버의 첫 해외 투자법인 ‘네이버 벤처스’ 설립을 앞두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네트워킹 행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AI에 투자하고 데이터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네이버를 ‘다윗’에 비유하면서 특화 AI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챗GPT를 비롯해 범용 AI 경쟁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이기기 어렵겠지만, 네이버가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한 분야라면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네이버 제공]
그는 “미국, 중국 대비 투자 규모나 인력은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지금까지도 부족한 상태에서 싸워왔고 이러한 싸움이 익숙하다”며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려면 빨리 특정 분야에 집중해 돌멩이 하나를 잘 던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돌멩이를 잡는 과정이고 돌멩이를 잡기 전에 거대언어모델(LLM)이나 클라우드 등 기본적인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의 경쟁력으로는 데이터를 꼽았다. 이 의장은 “검색도 처음에는 알고리즘 싸움이었지만 결국 다 비슷해지고, 데이터를 갖고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AI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첫 번째로 하고 싶은 분야는 상거래”라며 “외부에서는 포시마크 투자를 두고 ‘왜 네이버가 중고시장에 난데없이 투자했을까’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상거래 데이터를 보고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이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첫 해외 투자법인 설립을 알렸다. 전도유망한 AI 스타트업을 현지에서 발굴해 파트너십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네이버는 그동안 모회사 내에서 투자조직을 운영해 왔지만, 해외 투자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는 “최수연 대표 2기 체제를 맞아 글로벌 진출과 AI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들이 밀집한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기 위해 네이버 벤처스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네이버 벤처스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해 발표를 진행했다. [네이버 제공]
이날 행사에는 이해진 의장과 최수연 대표, 김남선 전략투자 부문 대표, 그리고 현지 벤처캐피탈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네이버 벤처스는 이달 중 설립 절차를 마무리하고 김남선 전략투자 부문 대표 주도로 전도유망한 스타트업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새로운 기술, 인재, 파트너와 시너지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네이버 벤처스는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영상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트웰브랩스’를 첫 투자처로 확정했다. ‘네이버 벤처스’는 또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현지 해외 스타트업에 대해서도 투자 문호를 개방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네이버는 인재와 기술이 있는 곳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실리콘밸리는 기술과 혁신의 산실로, 역량 있는 인재와 신기술이 모여드는 곳”이라며 첫 해외 투자법인을 실리콘밸리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으로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안정적으로 투자를 받고, 기술 개발 및 사업 운영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네이버가 한국에 이어 북미에서도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장은 “AI 시대에도 다양성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네이버뿐 아니라 더욱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역량 있는 스타트업과 인재들을 찾아 투자하고 지원하며 이를 네이버의 경험과 연결해 함께 성장하며 다양성이 공존하는 AI 시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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