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트로 바라바스키 ITER 사무총장
피에트로 바라바스키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사무총장은 8일 인터뷰에서 "핵융합로 구축을 위해 한국 기업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인공지능(AI) 모델 학습과 데이터센터 운영에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다. 세계 각국이 안정적인 전력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이를 위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핵융합이 주목받고 있다. 피에트로 바라바스키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사무총장은 8일 인터뷰에서 “핵융합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원”이라며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핵융합은 AI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ITER는 한국을 포함해 35국이 협력해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건설하고 있는 핵융합 에너지 프로젝트이다.
핵융합 에너지는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전력을 생산하는 차세대 에너지원이다. 이 때문에 ‘땅 위의 태양’이라고 불린다. 핵융합은 핵분열 원리를 이용하는 원자력발전소와는 차이가 있다. 탄소 배출과 방사능 폐기물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바라바스키 사무총장은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조합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는 핵분열(원전)이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핵융합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이지만 기상에 따라 전력 수급에 변동성이 크다는 약점이 있다.
바라바스키 사무총장은 핵융합 부품 공급망에서 한국의 민간 부문 기업들과 협력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원전과 핵융합은 차이가 있지만 모두 핵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한국 기업들은 핵융합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경쟁력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우수한 원전 기술을 보유한 한국은 핵융합에서도 좋은 위치에 있다”고 했다. 핵융합로 건설을 위한 핵심 부품뿐 아니라, IT 강국인 한국은 데이터 관리에 특화된 기업들이 많고, 원전에서도 필요한 전력 변환과 시스템과 관련된 회사들이 다수 있다. 실제 2035년 가동을 목표로 프랑스에 구축 중인 ITER 사업에는 HD현대중공업 등을 비롯해 한국 기업들이 대거 참여 중이다.
핵융합 기술은 최근 급격한 진보를 보이고 있다. AI를 개발 중인 빅테크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민간에서도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등은 ‘커먼웰스 퓨전시스템(CFS)’, 캐나다 ‘제너럴퓨전’ 등에 대규모로 투자했다. 바라바스키 사무총장은 “민간 부문이 더 민첩하게, 실패 위험이 있는 기술 개발에 도전한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라며 “ITER는 민간 부문에 더 많은 부분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ITER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얻은 성공·실패 사례와 노하우를 민간에 제공해 상용화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핵융합 업계에서는 이르면 2020년대 후반, 2030년대쯤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핵융합 상용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한계들이 남아있다. 바라바스키 사무총장은 “섭씨 1억도 이상의 매우 높은 온도를 유지해 24시간 연중무휴로 가동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기술적인 방법은 알고 있지만 결국 상용화를 위해서는 경제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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