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비상경제대응TF
소비진작책 담아 20조 이상 추경 편성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 가늠자 역할할 듯
지난 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소비 심리 회복에 대한 유통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출범한 새 정부가 추경 등 각종 내수 부양 정책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백화점·대형마트 등 업종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비상경제대응태스크포스(TF) 구성은 이재명 대통령의 '1호 행정명령'이다. 지난 4일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비상경제대응TF를 즉각 가동하겠다"고 했고, 당일 오후 늦게 직접 회의까지 주재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내외 경제 환경이 그만큼 엄혹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응TF의 키를 쥐고 힘을 실어주고 있는 만큼, 대통령 선거 기간에 공약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규모, 세부 정책 방향 등까지 비상경제대응TF에서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추경은 예산 편성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에서 큰 틀을 잡고 주요 내용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해 왔다.
2차 추경 규모는 20조~21조원가량이 유력하다. 지역화폐의 지원금 방식 지급을 통한 소비 진작, 소상공인 채무 탕감, 건설업 등 침체된 내수를 끌어올리는 부분에 재정을 집중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정부 등에 따르면 비상경제대응TF 활동 방향은 빠르면 이달 말 나올 경제정책방향, 7월 말 세제 개편, 8월 말 내년 예산편성안까지 지침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할 국정기획위원회에 함께 이 대통령의 성장 공약인 '잠재성장률 3% 진입'에 대한 정책 방향의 윤곽을 그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 대통령 "재정을 마중물 삼겠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불황이라는 인식은 경제지표 등에 근거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2025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치)에 따르면 올 1·4분기는 전분기 대비 -0.2%로 ‘역성장’했다. 특히 건설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3% 감소했다. 성장률 기여도는 건설투자가 -0.4%p, 민간 소비가 -0.1%p였다. 내수가 -0.5%p로 그만큼 성장률을 깎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심각한 경제지표는 내수 대응 강화라는 정책 방향으로 연결된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28년 전 IMF 때는 엄청난 경제적 충격이 있었는데 큰 경제적 추세는 상승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경제적 추세 자체가 하강, 침체 상태여서 훨씬 어렵다고 느끼고 민생도 훨씬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비상경제대응TF가 내놓은 2차 추경은 내수 진작을 목적으로 한 '경기 대응 추경'이 될 전망이다. 재정을 마중물로 쓰는 확장재정 정책이다.
이와 관련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 의장은 지난 6일 "올 초 민주당은 35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고, 1차 추경분을 빼면 20조~21조원 정도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올해 첫 추경으로 지난 5월 초 13조8000억원 규모가 편성되긴 했지만, 당시에는 산불 피해 복구 및 통상·인공지능(AI) 등 긴급한 사안에 대응하는 성격이었다. 한국은행은 1차 추경의 효과가 성장률을 0.1%p 끌어올리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0%대 성장률 전망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재정의 경기 대응에는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비상경제대응TF…새 정부 정책 가늠자
지난 4일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첫 비상경제대응TF 참석자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 부처 차관들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정부 싱크탱크 실무책임자도 포함됐다. 추가 추경의 경기 부양 효과, 한미 통상 협상 진행 상황도 논의했다.
첫 회의는 윤석열 정부 차관들만 참석했다. 첫 회의 후 대통령실 정책실장, 경제성장수석이 임명됐다. 새 정부 차관 인사까지 단행되면 사실상 정책 라인업은 새로 꾸려진다. 이렇게 되면 비상경제대응TF의 결정 사안이 새 정부의 정책 틀로 작동할 여지가 높다.
정책 방향은 빠르면 이달 말 나오는 경제정책방향에 반영된다. 오는 7월과 8월 말 각각 발표할 세제 개편과 내년도 예산안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조세정책과 예산(재정정책)은 모두 소비, 투자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경제지표상 내수 회복세가 요원한 만큼, 비상경제대응TF에서 논의될 추경에는 소비 진작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1인당 25만원의 전 국민 민생회복 지원금 예산이 소비 부진을 타개할 정책으로 상당액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재정 지원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10%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지역화폐 예산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코로나19 대출 탕감도 2차 추경의 항목으로 꼽힌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와 밀접한 건설 활성화 대책 및 소비 여력을 늘릴 수 있는 일자리 관련 투자가 추경 항목에 포함될 것"이라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포함 여부가 관건"이라고 예상했다. 또 "건설업의 경우, 얼어붙은 업황을 감안하면 민간 발주는 사실상 어렵다"며 "공공 발주 확대로 급한 불은 꺼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세종은 최근 내놓은 ‘제21대 대통령선거: 그 결과와 영향’ 보고서에서 "현재 우리 사회에서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 회복형 재정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며 "지역화폐 지원과 같은 내수 기반 회복 수단으로써의 2차 추경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정책공약집에서 "지역화폐 발행과 운영에 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국가 의무 사항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역화폐법(지역화폐 발행 국비 지원 의무화)을 재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부는 소비 진작 효과가 불분명한 데다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고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한다며 지역화폐에 반대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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