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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씨제스 스튜디오의 배우 사업 종료는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한 때 국내 배우 매니지먼트사 1위로 꼽혔고, 2019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도 준비했다. 그룹 'JYJ'(김재중·박유천·김준수)를 필두로 배우 설경구, 류준열 등 굵직한 배우들이 소속 돼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박유천의 마약 투약과 성폭행 혐의 등 각종 논란을 딛고 일어섰지만, 씨제스는 2009년 설립 후 16년 만에 배우 사업을 접었다. 제작과 가수 매니지먼트는 살려 체질 개선을 한다고 하나,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씨제스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배우들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 직원 월급도 3개월 이상 밀린 상태다. 4월 말께 배우 사업 종료를 발표했으나, 그 전부터 월급이 나오지 않았다. 일부 직원은 배우들을 따라 회사를 옮기고, 몇몇은 버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는 한 드라마 출연료 전체를 받지 못했다. 제작사에서 20억원 가량을 지급했으나, 씨제스 백창주 대표는 A에게 '지금은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B도 출연료 수억원을 못 받았으며, C는 지난해 계약금 2억원을 준다고 해 씨제스와 전속계약을 맺었으나 끝내 받지 못했다. 씨제스가 배우 사업을 종료, C는 1년 만에 계약금 없이 마무리했다.
한 관계자는 "작품이 없는 이들은 제외하고, 소속 배우 대부분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며 "백 대표는 (재산을) 압류 당했고, 여기 저기 돈을 구하러 다니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는 "배우들도 출연료를 받지 못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원만하게 합의를 보려고 하나 녹록지 않다"며 "백 대표가 제작에 힘을 주면서 작가, 감독 계약을 많이 묶어 놨다. 배우 출연료도 제작 쪽으로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류준열(왼쪽), 설경구
업계에선 씨제스의 몰락은 '예견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씨제스는 2009년 그룹 '동방신기'에서 나온 JYJ를 영입, 매니지먼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JYJ는 막강한 팬덤을 보유, 아시아는 물론 남미·유럽 투어까지 돌았다. 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가 방송 출연을 막아도 어마어마한 수익을 냈고, 씨제스는 이를 기반으로 탄탄한 자본력을 갖췄다.
씨제스는 '전속계약서 없는 회사'로 통했는데, 배우 최민식, 설경구, 이정재 등 톱스타들이 몰린 이유다. 배우와 회사 수익 배분은 대부분 9대 1, 8대 2였다. 경상비까지 회사에서 100% 부담,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박유천 사태 후 2021년 김준수, 2023년 김재중도 홀로서기, 씨제스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각종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속계약서를 쓰기 시작했고 수익 배분율 조정, 인력 감축, 월급 삭감 등의 조치도 이어졌다. 중간 중간 투자를 받으면서 급한 불을 껐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이었다.
2023년 4월 사명을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서 씨제스 스튜디오로 바꿨다. 최민수 주연 디즈니+ '카지노' 시즌1·2(2022~2023), 류준열 주연 영화 '올빼미'(2022), 라미란 주연 '시민덕희'(2024) 등 소속 배우 작품을 공동 제작했으며, 2023년 8인조 아이돌 그룹 '휘브'도 선보였다. 엔터사로 상장 추진이 번번이 실패하자, 제작과 가수 매니지먼트로 사업을 확장해 안정성을 다지려는 의도로 보였다.
지난해 배우 이재욱, 그룹 '걸스데이' 출신 혜리 등 소위 광고를 많이 찍는 이들까지 떠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혜리는 크리에이티브그룹아이엔지에 속해 있었으나, 이 회사 최대주주는 백 대표로 씨제스 실무진이 매니지먼트 업무도 맡았다. 관계자는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 '배분율을 조금만 조정해달라'고 하자 나간 배우도 있다"며 "배우들은 소속사에 바라는 게 정말 많지만, 10%를 떼주는 것도 아까워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재욱과 혜리가 떠나면서 타격이 컸다"며 "이전까지는 어떻게든 직원 월급이 밀리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이후 급격하게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했다.
드라마·영화 시장이 죽으면서 엔터·제작·방송사 위기까지 몰고 왔다. 올해 초 YG엔터테인먼트도 배우 사업을 종료했다. 차승원과 김희애는 매각을 앞둔 키이스트에 상당한 계약금을 받고 이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사의 경우 수십억원을 들여 톱스타를 영입하는데, 이들의 계약 기간은 보통 2~3년으로 길지 않은 편이다. 회사는 이 기간 내 계약금 이상의 수익을 뽑아내기 어렵다. 돈만 챙기고 활동은 잘 하지 않고, 계약이 끝나면 떠나는 이들도 많다.
고현정 소속사 엔에스이엔엠(옛 아이오케이)은 2021년 YNK엔터테인먼트 지분을 100% 인수, 소속 배우들을 끌어 안았다. 신혜선, 김현주, 차청화 등은 4년 만에 YNK 김민수 대표와 함께 떠났다. 최근 매니지먼트 시선으로 옮겼는데, 김 대표와 제작사 스튜디오힘 안일환 대표가 함께 세운 곳이다. 채종협만 계약기간이 남아 엔에스이엔엠에 묶여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즘 배우 매니지먼트사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배우 출연료 제동을 걸기 시작했는데, 전속계약, 수익 배분 등의 문제 개선도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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