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표면 근접했으나 속도 못 줄여 충돌
우주 배송 노리는 달 화물선도 개발 중
일본판 스페이스X 키우겠다는 日 정부
"한국의 차별성 담긴 뚜렷한 목표 필요"
일본 우주 스타트업 아이스페이스의 달 착륙선 레질리언스가 착륙 시도를 앞둔 4일 달 주위를 돌고 있다. 아이스페이스 제공.
“이번 실패를 바탕으로 3차, 4차 시도를 계속하겠습니다.”
일본 우주 스타트업 아이스페이스(ispace)의 하카마다 다케시 최고경영자(CEO)는 6일 오전 2차 달 착륙 실패를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재도전을 거듭 약속했다. 착륙선 '레질리언스'가 최종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지만, 민간 달 탐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회사의 목표가 중단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아이스페이스의 자신감은 우주강국 일본의 민간 우주시장 육성과 무관하지 않다.
이날 오전 3시 13분쯤 달의 고도 약 100km에서 공전하던 레질리언스는 착륙 명령을 전송받고 달 표면을 향해 수직으로 하강했다. 그러나 고도 약 192m를 지난 뒤 통신이 끊겼다. 아이스페이스는 이후 약 3시간 동안 레질리언스와 다시 교신을 시도했으나 복구되지 않아 임무 종료를 결정했다. 하카마다 CEO는 “정확한 원인 분석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착륙선이 충분히 속도를 줄이지 못해 달 표면에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아이스페이스의 달 착륙 시도는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다. 1차 시도에서도 착륙선이 달 표면에 근접했지만, 고도 측정 센서 오류로 연료가 부족해져 표면에 충돌했다. 아이스페이스는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고도와 비행경로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고 착륙선 무게를 줄이며 심기일전했지만 또 한번 고배를 마셨다. 추가 도전을 위해선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하카마다 CEO는 “당장의 재정 상황이 나쁘진 않지만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카마다 다케시(가운데) 아이스페이스 최고경영자가 6일 오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두 번째 달 탐사 미션 종료 보고 언론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아이스페이스는 이번에 레질리언스가 착륙에 성공하면 달에서 모래를 채취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5,000달러(약 685만 원) 정도 받고 팔 예정이었다. 금액은 크지 않지만 성사되면 세계 첫 달 자원 상거래로 기록될 거란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아이스페이스는 미국 드레이퍼 연구소와 함께 NASA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의 민간 달 착륙선 탑재체 서비스(CLPS)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가 세 번째로 개발 중인 달 착륙선 '아펙스 1.0'은 최대 300kg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상업 우주 배송 시장을 노리고 있다.
선진국들은 달을 인류의 새로운 영토로 보고 2030년대 안에 달에 진출해 주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달에 헬륨3나 희토류 등 희귀 자원이 풍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달이 향후 화성 진출을 위해 꼭 필요한 전진 기지라는 점도 중요하다.
수십 년 전부터 우주 기술을 선도해 온 일본 역시 달 탐사에 적극적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탐사선 '슬림'(SLIM)은 지난해 1월 세계 다섯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민간 우주산업을 키우기 위한 지원도 활발하다. JAXA는 지난해부터 우주전략기금을 운용하기 시작했는데, 10년 간 1조 엔(약 9조4,300억 원) 규모로 키워 '일본판 스페이스X’를 만든다는 목표다. 아이스페이스는 레질리언스의 조립과 환경 시험을 모두 JAXA 쓰쿠바 우주센터에서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2032년을 목표로 달 착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착륙선을 수송하기 위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부터 우주항공청의 계획 변경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이를 통해 민간기업 성장의 마중물을 열겠다던 계획도 덩달이 지연되고 있다. 프로젝트의 목표와 비전이 명확하지 않아 초반 혼선이 계속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미 민간 회사들이 달 착륙을 시도하고 성공하는 현실에서 국가 주도 프로젝트가 유의미하려면 우리만의 차별성이 담긴 뚜렷한 목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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