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탄핵찬성 세력으로 당 주류 교체" 등 요구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식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한 세력과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
대선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을 향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요구했다. '윤석열의 그림자'를 지우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대선 전에도 마찬가지 요구가 빗발쳤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끝내 응답하지 않았다. 한참 늦었지만 이제라도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그렇지 않고서는 당이 어떤 형태로 변화에 나서도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소수 야당의 처지를 딛고 거대 여당과 협상을 통해 실리를 취하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80%에 육박하는 높은 투표율에도 국민의힘이 적지 않은 격차로 패배한 점에 주목했다. 이번 대선 투표율(79.4%)은 1997년 대선(80.7%)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았다. 통상 투표율이 높으면 보수정당에 유리하다고 인식됐지만 이번엔 달랐다.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은 1,728만7513명의 지지를 얻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득표자로 기록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4일 "이번 대선은 투표율이 상당히 높았지만 이재명 후보가 승리했다"며 "한마디로 분노 투표가 이뤄진 것인데 윤 전 대통령을 감싸는 국민의힘에 대한 분노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풀이했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크게 ①탄핵 찬성 세력으로 당 주류 교체 ②친윤석열계 지도부와 결별 ③여당과 협력을 통한 정치 복원이 해법으로 꼽힌다. 우선 탄핵의 강을 넘어 당 주류가 바뀌어야 한다. 그간 비상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해온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은 변방으로 내몰렸다. 탄핵 찬성에 '배신자'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이에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을 앞두고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강조했지만, 김문수 후보는 정작 발을 빼며 여론의 기대에 못 미쳤다. 당 주류는 그 뒤에 숨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탄핵에 찬성하며 내란에 동조하지 않은 인사들을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당 지도부로 데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내란세력 척결'을 위한 사정정국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는 만큼, 탄핵 찬성세력으로 당 주류를 바꾸지 않으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 교수는 "필요하다면 한동훈-안철수-유승민 같은 탄핵 찬성세력과의 전략적 연대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친윤석열계 지도부와 결별이 시급하다. 윤 전 대통령 탈당으로 친윤계의 실체가 모호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당에 영향력이 막강하다. 최근 친윤계 지도부는 김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의 강제 단일화 시도로 논란을 자초했다. 당권을 미끼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내란 동조 세력과 완벽한 결별이 없이는 새로운 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변화가 없이는 비대위든 새로운 당 대표를 세우든 본질적인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여당과의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국민의힘은 이제 야당이 됐다. 의석은 고작 100석 남짓이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을 무작정 거부하기보다 보수정당의 가치관을 선명하게 지키면서 민주당과 합리적 범위 내에서 '밀당'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박 평론가는 "민주당이 입법을 밀어붙이면 이제는 막을 수가 없다"며 "그렇다면 협력할 건 협력하고 얻을 것은 얻어내며 국민의힘이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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