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4월14일 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에이아이(AI)를 방문해 이 회사가 만든 인공지능 전용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인공지능 100조원 투자’를 공약한 이재명 정부의 첫 인공지능 분야 과제는 ‘국가 인공지능(AI) 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 능력이 나라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만들기로 한 컴퓨팅센터가 첫 삽을 언제 뜰지 모르는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취임 뒤 담화를 통해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인공지능 컴퓨팅 센터는 최대 2조원 규모의 민·관 합작투자를 통해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이다. 오는 2027년에 문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공공(지분율 51%)과 민간(49%)의 공동출자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구축·운영을 맡는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마감한 1차 사업자 모집은 응찰한 사업자가 없어 유찰됐다. 당초 삼성에스디에스(SDS)와 네이버클라우드 등이 꾸린 컨소시엄이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막판에 신청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일 사업 재공고(연장 공고)를 진행했다. 공모 요건은 변경되지 않아 오는 13일 마감하는 2차 모집도 신청 기업이 없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이르면 8월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해 오는 11월 사업에 본격 착수하겠다는 계획인데, 만약 2차 공모에도 참여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사업 일정 변경이 불가피하다.
사업 참여를 검토했던 기업들은 이 사업의 공공 지분율이 과반을 넘고, 손해배상 등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을 참여가 저조한 이유로 꼽았다. 공모지침서에는 특수목적법인을 청산할 경우 공공은 민간에 이자를 포함한 출자금 전액에 대한 현금 매수를 청구할 수 있고 민간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책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까지 기업이 이자를 얹어 다 뒤집어쓸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수용한 경영진은 배임 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업 참여를 검토했던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기업의 참여를 끌어모을 만한 매력적인 조건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쪽은 “‘그래픽처리장치 구매 사업’ 사업자에 우선 선정하는 등 국가 인공지능 컴퓨팅센터 참여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라 공모 요건을 변경하지 않고 연장 공고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반발하는 ‘출자금 청구’ 조항에 대해선 “(특수목적법인 청산 때) 출자금 회수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마련해놓은 것”이라고 했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 인스파이어드 에이아이 연구원 교수는 “새 정부는 국가 인공지능 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을 시장 중심 관점으로 방향성을 바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이를 논의하기 위한 조직·협의체를 세팅하는 과정에서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건 큰 손해”라고 지적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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