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핵물리학 컨퍼런스(INPC2025) 참석차 대전을 찾은 로버트 트리블 텍사스A&M대 명예교수는 우리 중이온가속기 '라온'의 우수성을 높게 평가했다. 사진=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제공
“세계 유일의 시설(World Unique Facility)이다. 다만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지원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핵물리학, 핵천체물리학, 고에너지물리학 석학이자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과학자문위원회(SAC) 위원장인 로버트 트리블 미국 텍사스A&M대 명예교수가 '라온(RAON)'을 두고 한 말이다. 라온은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IRIS)의 중이온가속기다.
제29회 국제 핵물리학 컨퍼런스(INPC2025) 참석차 최근 한국을 다녀간 트리블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줄곧 라온의 우수성을 높게 봤다.
라온은 대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위치한 국내 첫 중이온가속기로 가속시킨 무거운 원소(중이온)를 표적에 충돌시켜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하고 관련 특성을 연구하는 대형 연구시설이다.
지난해 5월 저에너지 전체 구간에 걸친 빔 시운전에 성공했고, 2027년 고에너지 구간 빔 인출을 목표로 연구개발(R&D) 중이다. 트리블 교수는 아직 고에너지 구간을 이루지 못한 현재로도 라온이 '특별한 시설'이라고 평가했다.
로버트 트리블 텍사스A&M대 명예교수. 사진=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제공
현 단계에서도 높은 빔에너지로 새로운 과학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이후 고에너지 구간이 완성되면 물리학, 방사선 과학 등에 더 큰 기회를 제공하고 지금의 명성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확신했다.
트리블 교수는 약 20년 전, 한국의 중이온가속기 건설 의지와 계획을 접했을 때부터 한결같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아주 야심찬, 어려우면서 도전적인 계획으로 느꼈다”면서도 “그간 한국의 발전 역사를 봤을 때, 끝내 이룰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획이 실현된다면 한국 과학기술계에 큰 보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에너지 구간 준비에 대해서도 낙관적이었다. 다만 트리블 교수는 정부 차원의 '배려'가 있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제때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후 소요 비용이 커지는 것이 대형 프로젝트”라며 “라온에 대한 지원이 우선시된다면 보다 빨리 고에너지 목표 성능에 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발 과정에서 내실을 쌓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도 내놨다. 그래야 라온을 통한 다른 산업과의 연계 발전 등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트리블 교수는 “사실 다른 나라는 더 오랜 시간 연구를 거듭하며 전문성을 쌓아왔는데, 한국은 진행 속도가 빠르다”며 “부품을 개발하면서 관련 기술의 전반을 차곡차곡 쌓으면 다른 산업과의 연계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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