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부서지고 ‘구조-형태’ 등 유지
포도당 주입시 인슐린 조절 확인
피부 아래 이식해 부작용도 줄여
바이오 프린팅 기술로 3차원 장기를 인쇄하는 모습을 나타낸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과학자들이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췌도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혈당 조절을 위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도가 제 기능을 못 하는 1형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쿠엔틴 페리 미국 웨이크포리스트대 의대 연구원 연구팀은 3D 프린팅으로 췌도를 제작한 뒤 1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치료 가능성을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3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유럽장기이식학회(ESOT) 총회에서 발표한다. 췌도는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췌장 내 세포덩어리를 뜻한다.
1형 당뇨병 환자는 췌장의 췌도에서 인슐린이 생성되지 않아 평생 인슐린을 투여받으며 혈당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뇌사자의 췌장에서 췌도를 분리해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근본적 치료 방법이 있지만 이식을 위해 환자가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한다. 췌도를 이식해도 효과를 보기 쉽지 않다. 췌도 이식은 일반적으로 당뇨병 환자의 간에 이뤄진다. 문제는 이식된 췌도 세포의 생존율이 낮고 간 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물질인 알긴산염과 탈세포화한 인간 췌장 조직으로 바이오잉크를 만든 뒤 췌도를 3D 프린팅했다. 탈세포화는 생체 조직에서 세포를 제거하고 세포외기질(ECM)만 남기는 과정이다. 탈세포화한 조직은 새로운 세포를 배양하거나 이식할 때 지지체 역할을 한다.
연구팀이 제작한 췌도는 산소와 영양분이 잘 공급되는 다공성 구조다. 연구팀은 무른 성질을 가진 췌도가 안전하게 프린팅될 수 있도록 30kPa(킬로파스칼)의 낮은 압력에서 분당 20mm씩 천천히 제작되도록 인쇄하는 전략을 택했다. 제작된 3D 췌도는 부서지지 않고 구조와 형태를 잘 유지했다.
‘인 비트로(체외)’ 환경에서 최대 3주간 생존했고 포도당 주입 시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능력이 확인됐다. 다공성 구조 덕분에 췌도는 일정한 상태를 유지했고 이식 후 체내 생존 및 기능 유지를 위해 필요한 혈관 형성도 촉진됐다. 제작한 지 21일이 지났을 땐 혈당 수치를 감지하는 췌도의 능력이 더 우수해졌다. 이식 후 몸속에서 잘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연구팀이 만든 췌도는 피부 아래 이식하도록 설계돼 기존 췌도 이식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다. 국소 마취 및 최소 절개만으로 이식 가능하고 문제가 생겼을 땐 재빨리 회수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연구팀은 “인간 세포를 기반으로 바이오 프린팅을 한 췌도가 유망한 연구 결과를 보였다”며 “언젠가 인슐린 주사 없이 당뇨병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남아 있지만 이번 연구는 개인 맞춤형 이식 치료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며 “임상시험을 통해 이식 효과가 확인되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삶의 질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현재 동물 모델에서 개발한 췌도를 테스트하고 있다. 췌도를 장기간 보관하는 방법도 모색 중이다. 장기 보관 문제가 해결되면 치료제로 널리 쓰일 확률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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