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근로소득세 결정세액 분석하니
총급여 높을수록 세금 더 줄어
고액 연봉자에 감세 혜택 집중
소득세 감면 주장 위험한 이유
이재명 대통령 감세 공약 제시
윤석열 정부의 세금 정책 기조는 감세였다. 근로소득세 역시 부자감세로 일관했다. 정부는 "중산층이 혜택을 보는 감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근로소득세 결정세액을 살펴보니 결과는 달랐다. 감세 정책의 가장 큰 혜택을 본 건 고액 연봉자들이었다. 그럼에도 6ㆍ3 대선정국에선 감세 공약들이 쏟아져나왔다. 4일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 역시 공약 역시 큰 틀에선 다르지 않았다. 적절한 주장이었을까.
근로소득세수가 늘어난 건 세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 아니라 근로소득자가 늘어서다.[사진|뉴시스]
6ㆍ3 대선에선 소득세를 깎아주겠다는 공약이 줄을 이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모든 경제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국민펀드'를 조성하고, 이 펀드에 투자하는 국민과 기업에 각각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감세의 명분은 단순하다. 근로소득세수가 늘고 있어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국세수입이 연평균 5.1% 늘어나는 동안 근로소득세수는 연평균 9.2% 증가했다. 특히 2021년과 2022년 근로소득세수 증가율은 각각 15.5%, 21.6%에 달했다. 그러니 다른 소득세를 줄여서라도 중산층의 부담을 좀 경감해야 하지 않겠냐는 주장이 나오는 거다.
최근 몇년간 경기 침체와 감세 정책으로 법인세가 크게 줄었다는 점도 소득세 감면에 힘을 실었다. 법인세수는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41조1000억원이나 줄었다.
문제는 근로소득세수가 증가한 게 전체 근로소득자의 세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냐는 거다. 그렇지 않다. 근로소득자의 증감과 급여 총계 증감, 결정세액 증감 등을 따져보면 착시가 없지 않다.
우선 근로소득자 증감부터 보자. 근로소득자는 2022년 2054만명에서 2023년 2085만명으로 31만명(1.5%) 늘었다. 연봉을 기준으로 근로소득자 증감률을 따져 보면 연봉 1억원 이하 근로소득자 증가율은 1.3%(1922만명→1946만명), 1억원 초과는 5.8%(132만명→139만명)였다. 고소득 근로자가 더 많이 늘었다는 얘기다(표➊ 참조).
다음은 급여 총계 증감이다. 같은 기간 급여 총계는 869조2880억원에서 922조5965억원으로 53조3085억원(6.1%) 증가했다. 연봉 1억원 이하 근로소득자의 급여 총계는 658조8027억원에서 698조9958억원으로 40조1931억원(6.1%) 늘었다. 연봉 1억원 초과 근로소득자의 급여 총계는 13조1154억원(6.2%ㆍ210조4853억원→223조6007억원) 증가했다. 역시 고액 근로소득자의 급여 총계 증가율이 조금 더 높다.
이번엔 결정세액 증감을 살펴보자. 역시 같은 기간 결정세액은 59조1459억원에서 59조7839억원으로 6380억원(1.1%) 증가했다. 그런데 연봉 1억원 이하 근로소득자의 결정세액은 22조511억원에서 21조7930억원으로 오히려 2581억원(-1.2%)이 줄었다. 반면 연봉 1억원 초과 근로소득자의 결정세액은 37조948억원에서 37조9909억원으로 8961억원(2.4%) 증가했다.
물론 연봉 1억원 이하 근로소득자의 결정세액이 줄어든 덴 2022년 당시 여야 합의에 따른 소득세 과표구간 상향조정이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소득세 6% 적용구간은 12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이하로, 15% 적용구간은 46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조정됐다. 과표구간이 상향조정된 구간은 세율이 낮아지므로 당연히 감세 효과가 발생한다. 식대, 주거비, 교통비, 교육비, 생계비, 결혼, 출산, 양육 등에서 세액공제도 늘었다.
이런 통계를 종합하면 근로소득세수의 증가 원인은 '연봉 1억원 초과 근로소득자의 결정세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다. 결정세액 증가율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결정세액 증가율은 경상GDP 상승률(3.3%)이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3.6%), 근로소득자 급여 총계 증가율(6.1%), 근로소득자 증가율(1.5%)보다 훨씬 낮다. 심지어 연봉 1억원 이하 근로소득자의 결정세액은 되레 마이너스다. 이는 근로소득세 부문에서도 감세가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2022년과 2023년의 소득구간별 1인당 근로소득세 결정세액을 비교하면 모든 구간에서 1인당 총급여는 증가하고, 1인당 근로소득세 결정세액은 줄었다. 2022년 대비 2023년 1인당 결정세액 차액을 보면 '1500만~2000만원 이하'는 –104원, '3000만원 이하'는 –1만1972원, '4000만원 이하'는 –6만8971원, '5000만원 이하'는 –10만1876원이었다.
총급여가 높을수록 결정세액 차액은 점점 더 커졌는데, 총급여 '8000만원 이하' 구간까지도 –19만5289원에 불과하던 결정세액 차액은 총급여 '1억원 이하'에선 –48만5301원으로, '5억원 이하'에선 –119만5866원으로 늘었다(표➋ 참조).
이런 통계들을 토대로 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들을 도출할 수 있다. "근로소득세수 증가는 근로소득자와 근로소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근로소득세 감세가 없었다면 근로소득세수는 더 늘었을 것이다. 근로소득세 감세로 저액 연봉자보다 고액 연봉자가 더 많은 혜택을 누렸다."
이런 전제를 놓고 볼 때 대선 정국에서 쏟아져나온 소득세 감세 공약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근로소득세 감세를 추진할 때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살펴본 것처럼 고액 연봉자들이 더 큰 혜택을 봤다. 더구나 국가재정 지출 규모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세금을 줄이면 결국 그 피해를 국민 전체가 나눠질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감세 정책은 '포퓰리즘'이란 오해를 살 수 있다. 이재명 정부를 포함한 정치권도 이제 이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때가 됐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rsmtax@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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