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오는 6월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열리는 ‘UFC ON ESPN : 블랜치필드 vs 바버’ 대회는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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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이 대회는 ‘스턴건’ 김동현의 제자로 잘 알려진 고석현(31)이 빌리 레이 고프(26·미국)를 상대로 UFC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 비자 문제로 인해 경기를 앞두고 대진이 대거 바뀌었다.
고석현은 이 대회가 아닌 3주 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힐 vs 라운트리 주니어’ 대회에서 오반 엘리엇(영국)과 맞붙게 됐다. 엘리엇 역시 비자 문제라 라스베이거스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면서 경기가 바뀌었다.
원래 고석현과 싸울 예정이었던 고프는 대신 애초 엘리엇의 상대였던 라미즈 브라히마즈(미국)와 싸우게 됐다. 다행히 네 선수가 모두 웰터급 파이터였고 고프와 브라히마즈는 미국 시민권자여서 대진이 정리될 수 있었다.
고석현을 염두에 두고 경기를 준비했던 고프 역시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주 금요일에 매니저 문자를 통해 (고석현이 비자 문제로 출전하지 못한다는)그 사실을 듣고 난 웃음이 났다”며 “정말 황당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자 문제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고석현에게 화난 건 절대 아니었다. 그에 대해 전혀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냥 ‘맙소사, 또 문제가 생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고프는 이미 고석현의 경기 장면을 모두 찾아봤다. 만약 경기가 성사됐더라면 쉽지 않은 승부가 됐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고석현은 좋은 파이터다. 영리한 선수라 좋은 게임 플랜을 들고 나왔을 것이다. 그걸 한번 보고 싶었다”며 “그래도 붙었다면 내가 이겼을 것이다. 나는 내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오퍼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 높은 위치에서 고석현과 대결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고프는 “언제든 그와 기꺼이 싸우겠다. 여전히 좋은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다음 시합 결과다. 우리 모두 다른 경기가 잡혔다. 다음에 대결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이번 경기 결과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고프는 원래 상대인 고석현과 새로운 상대인 브라히마이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브라히마이가 고석현보다 더 힘든 상대라곤 생각하진 않는다. 그냥 조금 다른 상대일 뿐이다”고 말했다.
고프는 “고석현이 타격전에서 더 위험한 상대였다고 본다. 고석현이 훨씬 다 강하게 때리고, 조금 더 빠르다”며 “하지만 브라히마이 만큼 그래플링과 서브미션 실력을 갖추진 못했다. 브라히마이는 UFC에서 6전을 치렀고 조금 더 경험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상대는 바뀌었지만 자신감은 흔들리지 않는다. 고프는 최근 7연승을 달리다 앞선 경기에서 5년 만에 패배를 맛봤다. 그래서 승리에 대한 갈망이 더 크다.
고프는 “쉬운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테이크다운을 막고, 타격전을 하면 내게 유리할 거다”면서 “타격전에서 경기를 장악하고, 결국 피니시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원래 고석현과 경기를 위해 준비했던 것과)게임 플랜은 똑같다. 상대는 바뀌었지만 전략은 똑같다”며 “다만 멘털적인 부분은 변화가 있다. 스탠스 등 디테일한 전술에 살짝 변화를 줬다”고 덧붙였다.
고프는 8살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레슬링을 하면서 주짓수와 킥복싱을 함께 수련했다.고교 졸업 후 더이상 레슬링을 하지 못하고 되면서 MMA에 뛰어들었다.
그는 “그냥 뭐 좀 다른 거 해보자라고 생각했는데 MMA 체육관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져버렸다”며 “처음엔 프로 파이터가 되고 싶은 건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첫 경기를 뛰고 난 뒤 완전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이번 경기는 작년 5월 트레이 워터스(미국)에게 판정패한 거의 1년 만에 치르는 경기다. 7연승을 달리다 당한 패배였기에 실망감도 컸지만 툭툭 털고 일어났다.
고프는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다. 때로는 일하러 가기 싫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직장에서 집중을 하지 않고, 일을 제대로 안 해도 되는 건 아니다”며 “안 좋은 날이어도 여전히 똑바로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약물 중독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고프는 레슬링과 MMA를 통해 경제적인 어려움과 심리적 방황을 극복했다. 지금은 번듯한 UFC 파이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어릴 적 레슬링은 내게 커다란 피난처 중 하나였다. 무언가에 집중하면서 목표를 가질 수 있었다”며 “계속 열심히 운동했고 온갖 문제들을 대처해나갈 수 있었다. 쉽지 않았지만 항상 올바른 길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고프에게 UFC와 격투기는 인생의 목표다. 동시에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생계 수단이다. 그래서 더 간절하고 목마르다.
“파이터로서 내 궁극적 목표는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이다. 정상에 올라서 별을 노릴 거다. 올해에는 최소한 두 번 더 싸우고 싶다. 싸우자고 콜아웃 하고 싶은 상대도 여럿 있다. 하지만 우선 이번 경기부터 치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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