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 발언에 유세 곳곳 '쓴소리'…허은아·김용남도 저격
캐릭터·'OO 우승' 나만의 투표 인증 눈길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TV토론 발언으로 대선 막바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는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정치권에선 후보 사퇴와 의원직 제명 등까지 거론된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헌일 기자]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종착역에 다가가고 있다. 30일 끝난 사전투표는 34.74%라는 역대급 투표율을 기록하며 이번 대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드러냈다. 유권자들은 손등 대신 좋아하는 캐릭터에 투표 인증 도장을 찍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민주주의의 축제'를 즐기고 있다.
-후보들이 본투표를 향해 막바지 선거 운동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여성혐오 발언 논란이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이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도 시민들이 이를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이 발언의 단초를 제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이준석 후보를 집중 공격하며 선거 막판 변수 차단에 나선 모양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특유의 유머를 곁들여 이재명 후보 견제에 힘을 쏟고 있다. 다만 당 내부에서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가 또다시 부딪치는 상황이 벌어지며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다. 국민들의 관심 만큼이나 치열할 수 밖에 없었던 선거운동의 마지막 주간을 되짚어본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지난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공원에서 산책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남용희 기자
◆"사과하세요" "시끄러 임마"…말싸움까지 오간 이준석 유세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유세 현장이 연일 화제라며?
-맞아. 지난 28일 여의도 공원 유세에서는 TV토론때 나온 여성혐오 발언 때문에 이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있었어. 에어팟을 낀 한 시민은 "여성 유권자들에게 사과하세요"라고 따지더라. 29일 판교 유세 현장에서도 "정치 잘못 배운 것 같다. 그만하세요"라는 고함이 들렸어.
-고려대에는 아예 대자보가 붙었더라. '이준석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제목에 "극우 반민주 후보가 감히 고려대에 발을 들이려는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내용이 핵심이었지. 30일 중앙대 학생들은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 이 후보 유세 내내 '의혈중앙에 혐오정치는 발붙일 곳 없다', '의혈의 교정은 침묵하지 않는다'는 피켓을 들고 있었어. 그러자 이준석 후보 지지자들이 그걸 가리려고 주황색 우산을 펴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어.
30일 중앙대 학생들은 이준석 후보 유세 내내 '의혈중앙에 혐오정치는 발붙일 곳 없다', '의혈의 교정은 침묵하지 않는다'는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 지지자들이 피켓을 가리기 위해 주황색 우산을 펴면서 학생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흑석동=서다빈 기자
-30일 경의선공원 유세에선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됐어. 마스크를 쓴 여성 두 명이 이 후보를 향해 "아이들한테 사과해" "사과해라"며 따졌지. 그러자 옆에 있던 중년 남성이 여성들에게 손가락질하면서 "이재명에 대해선 한마디도 못 하냐! 이재명 아들한테나 해" "이재명이나 사과하라 그래"라고 소리쳤어. 그러자 여성들은 "아들 사과는 다른 문제"라고 맞받아치더라.
-"시끄러 임마"라는 호통도 곳곳에서 들려. 이 후보가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회 정문 앞에서 외친 말인데, 이번 사건을 거치면서 다시 퍼지면서 오히려 이 후보를 조롱하는 '밈'처럼 쓰이더라.
-이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시나리오의 선결조건으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꼽았어. 먼저 이재명 후보 지지층 일부를 흡수해 당선 가능성을 보여주면 김문수 후보의 표까지 끌어올 수 있다는 계산으로 보였어. 문제의 발언도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나왔고. 그러나 비난의 화살이 본인에게도 쏠리면서 스스로 발목을 잡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와.
김용남(왼쪽 두 번째부터) 전 의원과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입당 환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돌아서면 더 무섭다?…'이준석 담당일진' 변신한 허은아·김용남
-개혁신당을 떠나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허은아 전 대표와 김용남 전 의원, 요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화제야. 이재명 대통령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당적을 옮긴 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향해 연일 일갈을 이어가고 있거든.
-지난 24일 민주당 유튜브채널 '델리민주'를 통해 공개된 '블루파크' 인터뷰에서 허 전 대표는 이준석 후보에게 지금 필요한 걸로 거울, 펨코(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오프, 청심환 세 가지를 제시했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거울, 지지층 환호에서 잠시 빠져나올 펨코 오프, 감정 기복을 다스릴 청심환까지. 특히 이 후보가 '망상'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 걸 언급하면서, 정작 본인도 그런 상태는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도 했지. 매운 걸 넘어 얼얼한 마라맛 비판이었어.
-허 전 대표와 김 전 의원의 합작 영상도 '이재명TV'를 통해 공개됐어.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이라는 유명 밈을 패러디한 건데 허 전 대표는 "이 세상의 분열과 혐오를 떨쳐버리고 국민 행복을 위해 떠난다"고 했고, 김 전 의원은 "무책임과 무능을 벗어던지고 국민 행복을 찾아 떠난다"고 했어. 짧고 유쾌한 퍼포먼스였지만 메시지는 또렷했달까.
허은아 전 대표와 김용남 전 의원이 27일 '이재명TV' 유튜브 쇼츠에 등장해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이라는 인터넷 밈을 패러디하고 있다. /이재명TV·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TV토론에 대한 평가도 만만치 않았어.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의원은 "보다가 TV를 꺼버릴 뻔했다"고 혀를 찼어. 특히 이준석 후보의 여성혐오 발언에 대해선 "공중파에서 저런 말이 나올 수 있나 싶다"며 "거의 25년째 중2병을 앓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어. 거기다 "웬만한 중2도 저 정도는 아니다"라는 멘트까지 나왔으니, 수위가 꽤 높지?
-허 전 대표는 매불쇼에 나와 "이준석이 이준석 했다"고 평가하더라. "이준석이 더는 정치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뛰어다녔다"며 "허은아 같은 사람이 열 명만 있어도 이준석 정치 못 할 거라 생각했는데, 요즘 보니 국민 반 이상이 허은아가 된 것 같더라"는 말도 남겼어.
-결과적으로 두 사람 모두 개혁신당과의 결별 후 '속이 다 시원하다'는 기색이 역력해. 이재명 후보 입장에선 든든한 '언변 화력'을 확보한 셈이고, 이준석 후보 입장에선 하루가 멀다고 등짝이 따가울듯한 국면이야.
'망곰이' 캐릭터가 그려진 투표인증 종이. 망곰이의 배에 도장을 찍은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손등 대신 캐릭터에"…투표 인증 신풍속도
-29~30일 사전 투표가 진행됐는데, 투표장에 특별한 게 등장했다고?
-맞아. 투표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투표 인증 종이와 함께 인증 사진을 찍는 유권자가 많았어. 원래 선관위가 배부하는 투표인증서를 받을 수 있는데, 그것과 별개로 준비해 온 거야. 예전에는 주로 손등에 투표 도장을 찍어 인증하곤 했는데 문화가 바뀐 거지.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많더라. '망곰이' 캐릭터 배에 투표 도장을 찍는 종이도 있어. "어디갔다 옴?"이라고 물어보니까 망곰이가 "투표하고 옴"이라고 대답하는데, 귀엽지 않아?
-야구팬을 위한 종이도 있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우승을 바라는 구절이 적힌 거지. 예를 들면 '한화 ㅜ승'이라고 되어 있는 종이에 투표 도장으로 'ㅇ'을 찍어 '우승' 글자를 만드는거야. 스트라이크 존이 그려진 종이도 있어. 야구공처럼 투표 도장을 스트라이크 존 안에 찍는 거지. 이 종이에는 "공을 네모 안에 넣어"라고 쓰여 있는데, 이 말이 원래 투수가 부진할 때 팬들이 하는 말이잖아. 자꾸 국민 마음에 벗어나는 볼을 던지지 말고, 국민 마음에 들어오는 스트라이크 같은 정치를 해보라는 의미 아닐까?
"한화 우승" "공을 네모 안에 넣어" 등 야구팬들을 위한 투표 인증 종이도 등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기발하네, 그런데 인증 사진 찍을 때 조심할 건 없어?
-인증사진은 기표소 바깥에서 찍어야 해. 기표소 안에서 촬영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으니까 주의해야 해. 추억도 좋지만, 조심해야돼.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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