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상납 장부' 반론 들으려다 제지당한 이명선 기자 "성접대 무혐의? 헛소리" 뉴스타파>
[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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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리를 뜨는 모습. 이명선 <뉴스타파> 기자(사진 우측)가 이 후보에게 질문을 하려했지만, 보좌진들에게 가로막히고 있다. |
ⓒ 남소연 |
"<뉴스타파> 질문은 안 받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선거 후보는 지난 27일 국회 정론관 앞 기자회견에서 <뉴스타파> 기자의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말했다. 당시 <뉴스타파> 이명선 기자는 성상납 장부 등에 대한 반론을 듣고자 쫓아갔지만, 보좌진이 막아 끝내 이 후보의 답을 듣지 못했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겠다며 기자회견을 연 대선 후보가 특정 매체 기자의 질문을 거부한 것이다.
<뉴스타파>에 적대적 반응을 보인 정치인은 이준석 후보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질문을 하려는 해당 매체 기자의 손목을 잡아끌고 수십 미터 이동하는 폭행을 저질렀고, 국민의힘 경선 당시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뉴스타파> 기자가 질문을 하자 "됐다"며 자리를 떴다. 거슬러 올라가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임 대통령 윤석열씨 역시, 재직 시절 <뉴스타파 > 보도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치인들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이명선 <뉴스타파> 기자는 "무서워서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을 거부하는 정치인들을 향해 "언론의 질문마저 피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과연 누구의 말에 귀 기울일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 후보에게 이미 30차례 이상 연락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해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 기자는 "이준석은 항상 핵심을 피해가는 답변을 해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듯하게 들리겠지만, 알맹이 없는 말잔치"라고 혹평했다. 아래는 이명선 기자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30번 연락했지만, 답변 안 해...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 지난 27일 이준석 후보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 후보가 뉴스타파 기자의 질문을 거부하는 사태가 있었다. 당시 기억나는 상황이 있다면.
"보좌진으로 보이는 사람이 질문하라길래 다른 기자들 질문할 때까지 약 10분간 기다렸다. 질문이 거의 없을 때쯤 "질문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이준석이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선 질문 안 받겠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뉴스타파> 질문이 나올 때마다 다른 기자들과 아이컨택을 하면서 질문을 계속 달라고 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이준석이 퇴장할 때 다시 질문하러 따라 붙었다. KBS 등은 이준석 옆에서 1~2분 간 계속 질문을 할 수 있었지만, 이준석 보좌진이 오로지 <뉴스타파> 기자만 막았다."
- 이준석 관련 접대 의혹에 대한 질문을 준비했던 것으로 안다. 준비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뭐였는가.
"이준석 후보는 기자 질문에 직접 응하는 걸로 유명하지만, 명태균 PC 관련 <뉴스타파>의 질문은 끝까지 피했다. 전화, 메일, 문자, 카카오톡, 텔레그램, 심지어 팩스까지 기억나는 것만 최소 30번이다. 직접 찾아가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명태균 여론조사를 직접 의뢰했는지, 2013년 성접대 장부에서 이준석 후보의 이름과 금액이 확인되는데 여전히 부인하는지, 배움을나누는사람들(이준석 후보가 활동했던 단체) 단체가 화장품 900만 원어치 선물 받은 적 있는지 등의 질문을 준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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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에 책임이 있는 세력으로의 후보 단일화는 이번 선거에 없다. 끝까지 싸워 끝내 이기겠다"고 밝히고 있다. |
ⓒ 남소연 |
- 이준석 후보는 성접대 장부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검찰이 수사해서 무혐의 나온 것"이라고 썼고, 페북에 답했으니 됐다는 얘기였다. 페이스북 해명으로 의혹이 모두 해소될 수 있는 거라고 보나?
"이준석에 대한 2023년 9월 검찰 무혐의는 성접대가 아닌 무고 혐의에 대한 것이다. 성접대는 2022년 9월 경찰이 공소시효가 지났다면서 검찰에 사건을 안 보내고 '공소권없음'으로 종결했다. 두 사건을 마치 하나의 사건처럼 짜깁기 해서 "성접대는 무혐의다"라는 주장을 펼치는데, 헛소리다. 이준석은 항상 핵심을 피해가는 답변을 해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듯하게 들리겠지만, 알맹이 없는 말잔치를 자주 한다."
- 유독 <뉴스타파>만 이런 상황을 겪는 것 같다. 홍준표 질문거부, 권성동의 기자 폭행, 이준석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윤석열까지 나온다. 범여권 정치인들이 <뉴스타파>에 이렇게 폭력적이고 적대적인 까닭은 뭐라고 보나?
"무서워서일 것이다. 탐사보도 매체는 데일리 이슈를 일일이 따라갈 이유가 없기 때문에 심층 취재가 가능하다. 자신들에게 위험할 수 있는 취재가 이뤄지고 있으니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답변을 피하는 거 아닌가. 언론의 질문마저 피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과연 누구의 말에 귀 기울일지 의문이다. 솔직히 우리 기자들은 이런 일을 당하면 취재 전투력(?)에 재료가 될 것 같다며 좋아한다."
- 그간 취재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정치인들의 적대 행위도 많았을 것 같다.
"<뉴스타파> 질문을 무시하는 국민의힘 의원은 일일이 새기 어렵다. 윤석열이 본인에 대한 검증 보도를 한 우리 매체를 가짜 언론으로 덧씌우고, 국민의힘은 그걸 그대로 받아 유통시킨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본다. 그래서 <뉴스타파>는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정치인과 관료 등 3명을 상대로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정치인답게 함부로 책임지지 못할 말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 이처럼 노골적으로 취재 자체를 거부하는 정치인들의 언론관을 어떻게 평가하나?
"슬프다. '자기 편이 좋아할 만한 말만 하면 그만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정치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취재를 막은 이준석 후보 보좌진은 '같은 내용을 묻고 또 물으니 일을 할 수 없다고' 했는데, 우리 보도는 모든 게 단독이다. 겹칠 수 없는 질문 뿐이다. 근데 그렇게 빠져나가려고 하더라. 그런 사람이 대선 후보의 최측근인 것도 슬프고, 대선 후보의 사람 보는 안목도 슬프다."
- 다른 언론들이 이와 관련해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분위기도 이들의 행태에 한몫을 하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해는 한다. 그날 이준석 기자회견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부 기자였을 것이다. 그러니 대선 구도에 대한 질문만 나올 수밖에 없다. 바람이 있다면, 어떤 기자의 질문이 막힌다면 내 입장에선 '저 기자 질문 끝나면 질문하겠다'라고 할 것 같다. 이 후보의 몸값을 올려준 것도 사실 언론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떠한 자기 기반 없이 정치를 시작한 이 후보를 대선 후보까지 만들어준 데 언론의 역할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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