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진행된 라파엘 나달의 특별 고별식. 사진/ATP 투어 및 롤랑가로스
25일 눈물의 특별 고별식
페더러 등 빅4 모두 참석
〔김경무의 오디세이〕 지난해 11월19일 은퇴한 ‘흙신’(클레이의 제왕) 라파엘 나달(38·스페인). ‘롤랑가로스 남자단식 14회 우승’ 금자탑을 쌓은 나달인데요. 그의 찬란한 이름이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의 ‘코트 필립 샤트리에’ 바닥에 새겨졌습니다.
나달은 25일 오후 프랑스테니스연맹(FFT)이 준비한, 그의 특별한 레거시(유산)를 축하하는 ‘특별한 고별식’에 참석해 세계 테니스 관계자 및 선수·관중들로부터 경의와 찬사를 받았으며, 고별 연설 중 끝내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특히 이날 그의 이름(RAFA NADAL)과 신발바닥 자국, 그리고 14회 우승을 상징하는 트로피와 숫자가 새겨진 명판(Plaque)이 흙 코트에서 공개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ATP 투어에 따르면, 이날 오후 파리의 태양 아래, 나달은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이가 시비옹테크 등 투어 선수와 관중들 앞에 섰고, 그들은 ‘고마워요 라파’를 의미하는 '메르시 라파'(Merci Rafa) 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나달과 함께 오랜 동안 ‘빅4’를 형성하며 4대 그랜드슬램 우승을 나눠 가지다시피했던 로저 페더러(43·스위스), 노박 조코비치(38·세르비아), 앤디 머레이(38·영국)가 캐주얼한 정장 차림으로 코트로 나란히 걸어나오는 장면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빅4가 다시 뭉친 것이죠.
<사진> 나달의 고별식에 참석한 빅4 선수들. 사진/ATP
나달은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에게는 이것이 어렵습니다"며 눈물을 꾹 참으며 말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이 코트에서 뛴 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즐기고, 고통받고, 이기고, 지는 것... 무엇보다도 여기서 뛸 기회가 있었다는 것에 저는 감정적이게 됩니다.”
"제 경력에서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중요한 테니스 코트에서 작별을 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질 (모레통)(프랑스테니스연맹 회장), 아멜리 (모레스모), 그리고 롤랑가로스 팀 전체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나달은 롤랑가로스에서 지난 2005년 첫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을 시작으로 2008년까지 결승에서 페더러를 세차례나 꺾고 4연패를 달성했습니다. 2009년엔 로빈 소더링에게 충격적인 첫 패배(4라운드)를 당했지만, 2010년부터 다시 5년 연속 우승 행진을 벌였습니다.
2012년엔 조코비치를 꺾음으로써 비외른 보리(스웨덴)를 능가하는 기록적인 7번째 왕관을 차지합니다. 2017년에는 10번째 우승(La Decima) 위업을 달성했고요. 마지막 우승은 2022년이었는데, 개인통산 롤랑가로스 14회, 그랜드슬램 22회 우승으로 화려한 경력을 마감합니다.
<사진> 롤랑가로스의 코트 필립 샤트리에에 새겨진 나달의 이름과 신발자욱, 그리고 우승트로피와 숫자. 사진/ATP 투어
"2004년 제가 처음으로 롤랑가로스에 왔을 때 시작된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발 부상으로 거의 걸을 수 없었지만 그해 목발을 짚고 코트에 올랐습니다. 다음해에 돌아오는 것을 꿈꿨지요. 2005년, 마침내 처음으로 이곳에서 경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18살이었고 첫 주요 경험은 어린 시절 친구이자 라이벌인 리샤르 가스케(프랑스)와 경기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날부터 롤랑가로스가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저는 20년 동안 모든 것을 경험했습니다. 앤디, 노박, 그리고 물론 로저와 같은 놀라운 라이벌들, 그리고 저를 신체적, 정신적 한계까지 밀어붙인 많은 다른 라이벌들이 있었습니다. 매일 우리 모두를 개선하게 만든 이 오랜 경쟁이 없었다면, 정말로 흥미진진한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롤랑가로스는 독특합니다. 그것은 역사의 근본적인 부분이기 때문 만이 아닙니다. 미소를 지으며 지치지 않고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이 대회를 독특하게 만듭니다."
나달의 성공은 토니 나달 코치 때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조카가 2005~2017년 10개의 롤랑가로스 트로피를 차지하는 것을 도왔다고 합니다.
"토니, 당신은 제가 여기 있는 이유입니다. 저와 함께하기 위해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훈련시키고, 말하고, 고통받게 하고, 웃게 하고, 또한 한계까지 이르게 했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것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의심할 여지 없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ATP 투어에 따르면, 나달은 롤랑가로스에서만 112승4패를 기록하며 긴 선수생활을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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