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정책 다이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4월14일 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에이아이(AI)를 방문해 이 회사가 만든 인공지능 전용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장기 저성장 위험이 높아진 오늘날, 6·3 대선에 뛰어든 주요 정당 후보들이 꺼내 든 성장 잠재력 확충 방안 카드는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이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을 국내의 주력 산업으로 끌어들여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그 무게감에 견줘 구체성은 결여돼 있고 산업 육성 과정에서 불거질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에 대한 언급은 없다시피 하다.
■ ‘100조원’ 언급은 하는데…펀드 조성과 투자는 별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통령 후보 모두 인공지능 산업과 관련해 ‘100조원’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 실체는 뚜렷하지 않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100조원 인공지능 투자’를 공약했는데, 재원 조달에 대해선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이 후보 캠프 쪽은 한겨레에 “지난해 9월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발표한 민간 투자 65조원 유치가 반영돼 있고 정부의 재정 투자를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정부의 민간 투자 유치 청사진을 끌어왔다는 얘기로, 100조원의 근거가 튼실하지는 않은 셈이다. 임기 내 재정 투자 계획도 이 후보 쪽은 공개하지 않았다.
민주당 일각에선 정부 재정을 마중물로 삼는 인공지능 민관합동펀드 조성도 언급한다. 정부 재정을 펀드에 일부 태워 민간의 투자 리스크를 줄여주는 방식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100조원 규모 민관합동펀드 조성’을 언급했다. 펀드 조성과 집행은 다른 이야기다. 투자처가 없거나 투자 수익률이 나오지 않으면 펀드 자금은 발이 묶인다. 한 예로 윤석열 정부도 금융위기 대응용으로 100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나 실제 집행은 거의 하지 않았다. 조성된 펀드의 집행 방식도 지분 투자냐 대출이냐에 따라 그 성격은 달라진다.
■ 개인정보 보호, 일자리 위협 대응 전략은 모호
인공지능 산업의 핵심 자원은 ‘데이터’다. 데이터 규제 완화는 그간 인공지능 업계의 숙원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정보 결정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시민사회의 우려가 맞서는 이슈다. 양립이 어려운 두 요구에 대해 이 후보는 원론적 언급만 내놓고 있다. 그는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원을 위한 공공 데이터도 민간에 적극 개방하겠다”거나 “개인정보 (침해) 요소들을 최대한 제거하고 순도 높은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만 말한다. 업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보유한 의료 데이터나 법원의 판결문 등 민감정보가 포함된 공공 데이터를 원하는 반면, 시민사회는 이런 요구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데이터 규제 완화나 이용자 보호 이슈 등이 한 패키지로 묶여야 인공지능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인공지능이 불러올 일자리 감소 우려에 대해선 주요 후보들 모두 입을 닫고 있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아이티(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용 선심성 공약만 있는 것 같다”며 “‘소버린(자주적) 인공지능’ 담론을 주도하는 국내 토종 기업들이 ‘인공지능 주권 확보’를 정부 지원 특혜와 규제 완화의 알리바이로 삼는 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만 눈길을 끄는 공약을 내놨다. 권 후보는 “기업 민원실이 된 인공지능 정책, 갈아엎겠다”며 ‘범시민 인공지능 공론화 위원회’ 설치, 인공지능발 고용 쇼크에 대비하는 실업급여 확충, 기업의 인공지능 도입 논의에 노동자의 참여권 보장 등을 공약했다.
■ 인공지능 산업 인력 확충 공약은?
인공지능 산업 강국으로 가기 위한 인력 확보 전략과 관련해 이 후보는 ‘병역특례 확대’를, 김 후보는 ‘청년 인재 20만명 양성’을 공약했다. 학계·업계에선 인공지능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 인스파이어드(Human inspired) 에이아이 연구원 교수는 “청년 인재 육성이나 소형모듈원전(SMR) 조기 상용화 등 김 후보의 공약은 중장기적 계획이라 인공지능이 가속 팽창하는 현시점에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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