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시 지주택 실태조사 강화 방안 발표
조사 실시 이래 위반사항 매년 늘어 지난해 최대
“비리·잠수 행위 막기 어려워, 예방·재발 방지 집중”
서울 모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성공률이 떨어져 ‘지옥주택조합’으로도 불린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 사업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연락 두절 된 조합은 올해 존재 여부조차 확인이 어렵고, 파산하거나 감사 대상이 된 조합들은 조합 해체가 확정되지 않은 채 불분명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앞서 20일 서울시는 부동산 투자자들과 실수요자들이 겪어온 대표적 골칫거리인 지주택 사업의 고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도 높은 실태조사를 예고했다. 오는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간 조합비리와 사기행위 등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조합원 피해 사례를 분석해 재발을 방지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강력한 행정조치에도, 조합 운영 방식상 발생하는 구조적인 한계와 부작용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인만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시행사·시공사가 사업 주체로 일을 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라면, 지주택 사업은 동업 개념에 가깝다”며 “조합원들을 통솔하고 의견을 모아 일을 진행하는 조합 임원들이 있지만, 사실상 책임 주체는 조합원 모두라는 함정이 있다”고 했다.
지주택은 일정 지역에 거주하는 다수의 구성원이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결성하는 조합이다. 주택을 보유하지 않았거나 주거 전용 면적 85㎡ 이하를 1채 소유하는 가구주를 대상으로,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조합원에게 청약통장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주택을 공급하는 제도다.
서민들이 저렴하게 주택 마련을 하게끔 시행된 해당 사업은 최근 건설·자재비 급등으로 사업 지연과 추가 분담금 이슈가 발생하며 중단되거나 파산하는 조합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운영된 서울시 피해상담 지원센터에 접수된 452건의 사례는 지난해 250건, 올해는 현재까지 202건에 달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위반사항에 해당되는 건수도 우상향 중이다. 전수조사 결과 ▷정보공개 미흡 ▷실적보고서 부적정 ▷조합 가입계약서 부적정 ▷총회의결 없이 주요 의사결정 등 위반사항도 지난해 전수조사 실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2년 85건, 2023년 456건에 이어 지난해 618건으로 급등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4년 전부터 전수조사가 시작됐다. 위반 사례를 그전까지는 일반민원이나 현장 점검 등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며 “2022년만 해도 점검 메뉴얼을 확정하기 전이라 건수가 적었고, 체계가 잡힌 이후로 계속해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모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원 총회 모습. [연합뉴스]
올해 3월 서울시 지역주택조합 사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서울 내 사업이 추진된 118곳 중 11곳의 사업은 여전히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연락 두절 상태던 ‘마포밤섬 조합’·‘송정동리버파크 조합’· ‘옥수동360번지 조합’은 8개월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구청과의 어떤 연락도 닿지 않고 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아예 현장에는 사무실이 없고, 전화로 연락도 안 받는 상황”이라며 “지난해부터 문서를 보내 조합이 총회를 진행하도록 행정조치가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2017년 법령 개정 이전에 모집신고된 조합은 구청에 정식 등록절차를 거치지 않아 사업 주체·모집인원·사무실 유무 등의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7년 6월 3일부터 구청에 조합원 모집을 신고하는 제도가 생겼다”며 “그 이전까지는 따로 신고 없이 신문 광고를 통해 모집하는 형태라 이러한 조합들에 대해서는 구청이 관리하고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사업성 문제나 조합원 모집 결여로 인해 사업 의지가 중간에 사라져 잠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방지하거나 체크하는 것도 제한적”이라고 했다.
다음 달부터 시작될 서울시의 집중점검에도 다양한 사유로 사업이 중단된 조합들이 당장 사업을 재개할지 파악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조합설립인가 취소가 된 송파구 가락동 39번지 일대 조합은 토지 사용동의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게 적발돼, 감사 결과에 따라 청문 실시하고 취소됐다”며 “취소가 됐다고 조합이 해산되는 건 아닌데, 이후 설립 움직임이나 해산 진행 여부 등 행보에 대해 파악된 게 없다. 구청에 행정적인 절차가 들어온 게 없고 연락도 끊긴 상황이라 방치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폐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자신의 부동산 공약 중 하나로 실패 확률이 80%에 달하며 허위·과장 논란을 빚어 온 ‘지역주택조합제도 폐지’를 들기도 했다.
한편 전문가는 전수조사에도 조합의 비리나 잠수 행위를 아예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김 소장은 “조사를 강화하면 피해 사례의 재발을 막고 예방하는 효과는 생길 것”이라며 “서울에서 동작구가 지주택 사업의 성공률이 높은데, 구청의 관리와 심사가 다른 곳보다 체계적이고 꼼꼼한 것으로 안다. 이러한 곳을 벤치마킹해 강화된 기준으로 관리의 체계성을 지금보다 높여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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