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지은 기자] 누군가 묵묵히 훈련소로 향하는 동안 또 다른 누군가는 조용히 입대를 미루거나 다른 선택을 한다. 최근 연예계에서 다시 불거진 군 복무 논란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이슈를 넘어서, ‘책임과 형평성’이라는 묵직한 질문을 다시 우리 앞에 세운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군 복무란, 누구에게나 같은 무게로 주어졌는가.
군 복무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요즘의 ‘군 복무 논란’은 더 조용하고 더 전략적이다. 병역 회피라는 명확한 단어보다, ‘건강상의 이유’, ‘대체 복무’ 식의 포장된 정보가 주를 이룬다. 정작 대중은 그 진위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
어떤 스타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돌아온 그 순간부터 더 깊어진 눈빛으로, 더 단단해진 태도로 자신을 증명했다. 반대로, 군 복무를 회피하거나 흐리게 넘어간 이들의 이름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회자된다. 카메라 앞에서 아무리 빛나도, 국방의 의무에서는 빛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대중의 기억 속에 흔적으로 남는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은 특수한 직업이지만, 국민으로서의 지위와 책임은 누구와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군 복무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그리고 이 의무를 둘러싼 신뢰가 깨지는 순간, 대중의 애정은 빠르게 식는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연예계 병역 비리, 올해도 무난히 지나가기는 틀렸다.
그룹 위너 멤버 송민호는 사회복무요원 부실 근무 의혹을 받고 검찰에 넘겨졌다. 가요계와 예능계를 넘나들며 순수한 모습으로 큰 사랑을 받던 그의 이중성에 대중들은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마포경찰서는 병역법 위반 혐의를 받는 송민호를 지난 22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송민호는 2023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 마포구의 한 시설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중 제대로 출근하지 않거나 민원 등 주요 업무에서 제외됐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부실 근무 및 출근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이에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병가, 휴가는 규정에 맞춰 사용한 것이며 사유는 복무 전부터 받던 치료의 연장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해 12월 병무청으로부터 송민호의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의뢰를 받고, 올해 1월 23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송민호를 소환 조사했다. 송민호는 첫 조사에서 문제없는 복무였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혐의를 부인했으나 3차 조사에선 복무 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내용 등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역 신체검사에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송민호는 2023년 3월 서울 마포구시설관리공단에서 대체 복무를 시작했으나 지난해 3월 자신을 관리하던 책임자 A 씨를 따라 마포구 주민편익시설로 근무지를 옮겼고, 같은 해 12월 23일 소집 해제됐다. 그러나 병무청은 송민호가 부실 복무를 한 점이 최종적으로 확인될 경우 소집해제 처분을 취소, 문제가 있었던 기간만큼 재복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역 문제와 관련해 유독 많은 이슈의 중심에 섰던 인물은 가수 싸이다. 그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산업기능요원으로 35개월간 군복무했지만, 근무 기간 중 100여 차례나 되는 연예 활동을 병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재입대 통보를 받았다. 싸이는 2007년 현역으로 재입대, 20개월간 병역 의무를 다했다.
결과적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한 셈이지만, 대중의 평가는 냉담했다. “두 번 갔다고 해서 떳떳한 건 아니다”, “이미 신뢰를 깼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싸이의 성공적인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그의 군복무 논란은 여전히 ‘흠집’처럼 따라붙는다.
‘장구의 신’이라는 별칭으로 큰 사랑을 받는 가수 박서진도 최근 군 복무와 관련한 홍역을 치렀다.
박서진은 두 형이 연이어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마저 암 투병을 해야 했던 상황에서 어머니의 병원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아버지를 따라 뱃일에 나섰다. 이런 가정사로 인해 우울증과 불면증 등 정신 질환을 겪으며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박서진은 “20대 초반 신체검사를 받고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면제를 받았다고 하면 대중에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대중에 비치는 모습 때문에 ‘저를 써주실까’하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병역 발언에 있어서는 두려움이 컸고, 언행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논란을 통해 자책을 많이 했다. 하지만 결국 제가 선택한 것이니 비판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며 “‘우울증 증세가 있는데 무대나 예능에서는 왜 그렇게 활발하냐’는 의견이 있다. 무대나 방송에서는 우울한 상태로 있을 수 없었다. 당시에 비해 치료를 많이 받고 있고, 호전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무대 위에서는 수없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병역 제도 앞에서는 침묵하는 구조. 그리고 이 침묵이 반복될수록, 신뢰는 서서히 무너진다. 국방의 의무는 정말 모두에게 평등했는가.
이지은 기자 lje@tvreport.co.kr / 사진= TV리포트 DB
Copyright © TV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