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민 국립중앙과학관 관장
“참신한 이색 기획전으로 관람층 확대
올해 처음으로 관람객 100만명 돌파 목표”
작년 10월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마법학교 수학여행'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목공샤프를 고르고 있다./뉴스1
고양이는 왜 개박하(캣닙)에 빠질까. 우리 집 고양이는 왜 그렇게 귀여울까. 고양이를 사랑하는 ‘냥집사’라면 한 번쯤 생각한 질문들이다. 엉뚱한 질문에 친절하게 과학적인 답을 준 곳이 있다. 대전에 있는 국립중앙과학관은 지난해 8월 8일 ‘세계 고양이의 날’을 맞아 ‘냥냥이 학술대회’를 열고 집사들의 궁금증을 해결했다.
권석민 국립중앙과학관 관장은 지난 13일 대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과학관이 그간 전시나 교육, 연구 등을 관행 대로 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침체되고, 젊은 층에게 재미없는 곳으로 인식된 측면이 있다”며 “이런 인식을 불식하기 위해 작년부터 매달 참신한 행사를 기획해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장홍제 광운대 화학과 교수, 조영석 대구대 생물교육과 교수,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등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기로 유명한 과학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고양이에 얽힌 과학적 원리를 탐구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냥술대회, 냥토크, 냥집사 워크숍 등 고양이 애호가인 냥집사들을 겨냥한 행사였다. 행사 기간 수천 명의 관람객이 국립중앙과학관을 찾았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올해로 설립 80년을 맞았다. 대전으로 이전한 지도 30년이 지나 시설이 노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지난해 국립중앙과학관을 찾은 관람객은 전년 대비 10.3% 증가했다. 특히 ’2030′ 과학 덕후들이 많이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춤했던 과학관이 관람객을 부른 비결은 참신한 기획 행사였다. 냥냥이 학술대회가 대표적이다. 고양이의 다양한 행태와 습성을 과학적으로 탐구하자는 취지로 열린 행사로 비공식적으로 전국에 150만명에 달하는 냥집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년 6월 공룡의 날을 기념해 열린 ‘공룡덕후 박람회’도 성공했다. 덕후는 한 분야의 마니아를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의 한국식 줄임말이다. 올해도 6월에 규모를 더 키워 개최할 계획이다. 지난 2월에는 빵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을 주제로 한 ‘빵에 진심인 편’ 전시회를 열었다. 성심당 덕분에 빵의 도시로 거듭난 대전의 이미지를 살린 기획이었다.
권석민 국립중앙과학관 관장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과학관이 재미없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참신한 행사들을 기획했고, 한 두 번의 반짝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작년부터는 매달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국립중앙과학관
권 관장은 “과학관은 과학기술에 대한 재미와 흥미,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확산하는 플랫폼이어야 하는데, 최근에는 과학기술이 더 어렵고 복잡해지면서 일반인이 흥미를 가지기 쉽지 않다”며 “과학기술에 대한 재미와 흥미, 호기심을 확산하기 위해 매달 다양한 주제로 별의별 과학특강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관장이 주목한 건 과학 덕후였다. 권 관장은 “과학기술 덕후와 동아리가 자신들의 끼와 역량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국립중앙과학관이 과학 덕후의 성지로 자리잡았다”며 “덕분에 관람객이 지난해 92만명에 이어 올해는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립중앙과학관이 젊은 세대, 과학 덕후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건 결국 일반 국민들의 과학기술 리터러시 강화를 위해서다. 쉽고 재미있는 전시 콘텐츠와 행사를 늘리는 것이 전체 국민들의 과학기술 리터러시(literacy·문해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권 관장은 “음악이나 미술 같은 분야를 활용한 체험형 전시 기법을 도입하고, VR(가상현실)이나 AR(증강현실) 같은 첨단 기술을 도입한 몰입형, 미션 게임형 기법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관장은 올해로 개관 80주년을 맞은 국립중앙과학관이 차세대 과학융합기술 체험과 참여형 소통 공간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첨단기술 기반의 프로그램을 발굴하면서 동시에 국제 기획 전시와 글로벌 과학관 간 콘텐츠 교류를 늘리겠다”며 “해외 유수 과학관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제화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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