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드로 검색 신시대 열어
구글 개발자 회의 참가자들 - 20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의 연례 개발자 회의 'I/O 2025'에서 참가자들이 구글의 새로운 검색 기능인 'AI 모드'를 사용해보고 있다. 이날 구글은 AI 챗봇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검색하는 'AI 모드' 서비스를 미국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AFP 연합뉴스
“구글 검색의 신시대(New era).”
20일 구글 연례 개발자회의 ‘I/O 2025’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쇼어라인 앰피시어터. 기조 연설 무대 중앙에 세워진 커다란 스크린에 이 같은 문구가 떠올랐다. 1998년 첫 검색 서비스를 선보인 후 27년 동안 ‘키워드 검색’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온 구글이 자사의 핵심 사업을 뿌리부터 바꿔놓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구글 검색의 변화 중심엔 인공지능(AI)이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기조 연설에서 “(지난 수년간) 이용자들이 검색 엔진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본질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키워드 중심 검색은 사용자가 구글 검색 엔진이 제공하는 ‘링크’를 클릭하고, 필요한 부분을 직접 탐색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검색 관행은 오픈AI의 챗GPT가 나타나며 크게 바뀌고 있다. 이제 많은 이용자는 아주 길고 복잡한 질문을 던지고, 웹 방문 대신 챗봇의 답변으로 정보를 빠르게 얻는다. 간편함에 밀린 구글의 글로벌 인터넷 검색 사업 점유율은 지난해 10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90% 미만으로 떨어졌고, 이후 다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검색 엔진을 완벽하게 구축하며 인터넷의 관문으로 자리 잡은 구글이 이제는 검색의 미래가 AI에 달려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AI 경쟁사들이 자사의 검색 사업을 무너뜨리기 전에 근본적인 혁신에 나섰다”고 했다.
◇‘AI 모드’ 등장
피차이 CEO는 이날 “검색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없다”며 “완전히 새로운 검색 기능인 ‘AI 모드(mode)’를 오늘부터 미국 내 모든 이용자에게 제공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구글 웹사이트에는 검색창 하단에 ‘AI 모드’라고 쓰인 탭이 새롭게 나타났다. 이 탭을 클릭하면 챗봇과 비슷한 대화창이 뜬다. 피차이 CEO는 “AI 모드는 기존 검색 대비 2~3배 긴 질문을 이해할 수 있다”며 “AI 모드의 답변은 여러분이 기대하는 정확성을 갖췄고, 답변 도출에 소요되는 시간은 업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했다. 구글은 이번 주 내로 구글의 최신 AI 모델인 제미나이 2.5를 AI 모드에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래픽=양진경
구글이 지난해 검색에 접목한 ‘AI 오버뷰’는 웹 내용을 요약하는 데 그쳤지만, AI 모드는 챗봇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이날 AI 모드에 “이정후 선수의 경기를 보고 싶어. 주말 경기로 50달러 이하의 티켓이 있어”라고 하자, 1초도 안 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 일정과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 및 가격 분포 및 인용한 웹사이트가 나열됐다. 똑같은 질문을 구글 기존 검색창에 할 경우, 질문이 너무 길어 유용한 정보가 아예 검색되지 않았다. 구글의 챗봇인 제미나이에 동일한 질문을 하자, 챗봇은 필요한 정보 대신 이정후 선수 소개 및 구단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제미나이 역시 경기 일정을 알려줬지만, 실시간 푯값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고 답변했다. 앞으로 ‘AI 모드’에는 챗봇에는 없는 티켓 예약과 결제 기능도 탑재될 예정이다.
◇AI 기능, 검색으로 총집합
구글은 단순하게 ‘더 정확하게 간결한’ 검색 경험 이상으로, 자사가 개발한 첨단 AI 기능을 AI 모드에 총집합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날 구글은 지난해 공개한 ‘프로젝트 매리너’를 올 여름부터 AI 모드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매리너는 인간 대신 컴퓨터 작업을 해주는 AI 에이전트다. 이날 구글의 시연 영상에 따르면 프로젝트 매리너가 탑재된 AI 모드는 정보 검색 이후 식당 예약, 공연 티켓 예매 등 작업을 클릭 한 번에 수행해준다.
◇핵심 수익 보호하려 과감하게 변화 나서
지금까지 이용자는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신용카드 정보를 직접 입력해야 했는데, 앞으론 AI가 이용자 대신 결제창에 결제 정보·주소 등 정보 입력을 마치고 구매를 완료해준다는 것이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프로젝트 매리너는 현재 한 번에 최대 10가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기능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기존의 검색 플랫폼과 쇼핑 플랫폼에 커다란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구글은 이어 지난해 공개한 ‘프로젝트 애스트라’를 활용해 검색 경험을 실시간 영상·음성으로까지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프로젝트 애스트라는 AI가 카메라로 주변을 인식하고, 이용자와 대화하는 서비스다. 이날 구글은 영상을 통해 프로젝트 애스트라를 사용해서 고장 난 자전거를 고치는 시연을 해보였다. 이용자가 “지금 보고 있는 자전거에 필요한 부품을 알려줘”라고 하자, AI가 화면을 인식하고 온라인 검색을 통해 정확한 내용을 읊어줬다. 또 유튜브에서 자전거를 고치는 영상 중 이용자가 가장 필요한 것을 골라 재생해주고, 근처 자전거 수리점에 부품 재고가 있는지도 확인해서 알려줬다.
구글의 검색 사업은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에 해당하는 2000억달러 수준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대부분 광고에서 비롯됐다. 기존 구글 검색을 사용하던 이용자가 경쟁사의 챗봇으로 넘어갈수록, 구글의 핵심 매출은 위협을 받게 된다. 업계에선 그동안 검색 사업 개편을 주저해온 구글이 회사 핵심 수익을 보호하기 위해 변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구글이 향후 AI 모드를 주력 검색 도구로 제공하고, 이에 광고 서비스를 접목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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