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최시영 포스텍 신소재공학과·반도체공학과 교수. 장진혁 박사. 남연서 통합과정생. 포스텍 제공.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전자기기의 메모리를 기존보다 밀도 높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전자기기의 저장 용량과 속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포스텍은 최시영 신소재공학과·반도체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이재광 부산대 교수, 최우석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과 자연 광물 ‘브라운밀러라이트’ 구조에서 포논 디커플링(phonon decoupling)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을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에 20일 발표했다고 21일 밝혔다.
브라운밀러라이트는 철 원자와 산소 원자가 만든 사면체 층(FeO₄)과 팔면체 층(FeO₆)이 번갈아 쌓인 독특한 구조로 이뤄진 자연 광물이다. 빵과 햄이 번갈아 쌓여있는 샌드위치와 같은 구조를 가졌다. 연구팀은 브라운밀러라이트에서 힌트를 얻어 전자기기 메모리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전자기기 메모리에 정보를 저장하는 최소 단위인 '도메인'은 크기를 줄이는 데 제한이 있다. 도메인이 작을수록 동일한 크기의 공간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해 초고밀도 메모리를 만들 수 있지만 도메인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주위 원자들과 결합해 서로 연결된 집단 진동을 하기 때문에 도메인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브라운밀러라이트 구조는 포논 디커플링이라는 특별한 현상이 일어난다. 포논 디커플링은 결정 구조 안에 격자 진동이 서로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원자들이 진동하면 주변 원자들도 함께 흔들린다. 브라운밀러라이트에서는 사면체 층이 진동할 때 팔면체 층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같은 포논 디커플링 성질 덕분에 전기장을 가했을 때 사면체 층만으로 이뤄진 도메인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브라운밀러라이트(SrFeO₂.₅, CaFeO₂.₅) 박막과 한 종류(CaFeO₂.₅)의 단결정 등에서 전기장이 사면체 층에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브라운밀러라이트 구조를 활용해 강유전체 캐패시터와 박막 트랜지스터 소자를 제작해 실제 작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기술이 상용화되면 기존보다 수십 배 작고 빠른 메모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의 저장 용량과 속도가 크게 향상되고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처럼 고속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기술들의 발전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시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연에서 찾은 지혜가 첨단기술의 한계를 넘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자연 현상이 풀리면 다양한 첨단기술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doi.org/10.1038/s41563-025-02233-7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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