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비대면진료
(3) 난항 겪는 법제화
시범사업 후 제도화 논의
野, 청장년은 대상 제외 추진
국힘도 약 배송 허용은 '머뭇'
19일 서울 논현동 도브의원에서 김창경 원장이 피부질환 환자를 비대면으로 진료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시범사업 중인 비대면진료가 법제화 과정에서 현행보다 오히려 퇴보할 위기에 처했다. 정치권이 특정 연령층에만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초진을 금지하는 등 규제책을 담은 법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한시적이거나 임시방편으로 운영돼 온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한다는 취지지만 ‘반쪽짜리’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규제 강화하려는 민주당
19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비대면진료 허용 대상을 18세 미만과 65세 이상, 재진 환자 등으로 한정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초진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플랫폼기업에 사전 신고제를 적용하고, 비대면진료 전담기관 운영 금지 등 조항을 통해 민간 사업자의 역할을 철저히 통제하는 방향이다.
민주당은 특히 제도화 작업이 본격화하면 시범사업을 전면 종료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범사업을 끝내면 시범사업 체계에 기대어 서비스를 유지 중인 비대면진료 기업은 존립 기반을 잃는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50곳이 넘던 관련 스타트업은 현재 20여 곳만 남았다.
최보윤·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이번 국회에서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과 달리 구체적인 규제책을 담지는 않았다. 법안 내용도 민주당 대비 산업 친화적이다.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진료 시스템을 정의하고, 의료인이 플랫폼을 활용해 진료·기록·처방을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초진을 허용하거나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내용이 없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 여야 모두 약 배송은 제외
비대면진료를 경험한 환자들이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제도는 ‘약 배송’이다. 코로나19 당시엔 환자가 약국에 가지 않고도 약을 배송받을 수 있었지만, 엔데믹 선언과 함께 이 조치는 중단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추진 중인 법안 어디에도 약 배송과 관련한 내용은 없다. 전자처방전과 처방전 전송만 언급될 뿐 의약품이 환자에게 도달하는 마지막 단계는 공백으로 남아 있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약은 오프라인에서만 수령하도록 하는 건 의료접근성 증진이라는 취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 대선 이슈로 떠오른 비대면진료
비대면진료는 대선 이슈로도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대선 공약으로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내걸자 대한의사협회는 또다시 반대 의견을 냈다. 의협은 지난 16일 ‘대선 보건의료 공약 관련 입장문’을 통해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보다 의료의 질이 높아질 수 없다”며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반드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계는 지속적으로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회장 김영웅)는 이날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 전달한 정책제안서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비대면의료를 통한 의료 격차 해소’를 제시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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