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년 대통령 뽑았다’는 金, 임기단축 개헌
李 개헌안에 맞불성격…한덕수 개헌안과 거의 유사
韓캠프 출신 이정현 “한덕수 성원과 지지 기대”
金, 입장문으로 개헌발표…진정성은 ‘물음표’도
非정치인 한덕수, 유세 전면 나설 가능성 낮아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임기 3년 단축 개헌’을 전격 제안하면서, 단일화를 두고 맞붙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대응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마 선언 당시부터 ‘임기 단축 개헌’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한 전 총리의 제안을 김 후보가 사실상 수용한 모양새로, 이른바 ‘개헌 빅텐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무실에서 회동에 앞서 포옹을 하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는 전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 임기 3년 단축 △4년 중임제 도입 △대통령 불소추 특권 폐지 △대법관·헌법재판관의 중립성·독립성 강화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등을 담은 개헌 구상을 밝혔다. 이는 같은 날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선 토론회를 앞두고 개헌안을 발표한 데 대한 즉각적인 대응으로 해석된다.
김 후보는 그동안 임기 단축 개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대선 경선 당시 안철수·한동훈 후보가 ‘3년 임기 대통령’을 공약으로 내세운 반면, 김 후보는 “국민은 5년 임기를 전제로 대통령을 뽑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실제로 지난달 경선 토론회에서는 “임기를 줄이겠다고 하면 국민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후보 확정 이후에도 김 후보는 “1987년 체제를 바꾸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갑작스럽게 개헌안을 내면서 우리도 입장을 낼 필요가 있었다”며 “여러 방향 중 대통령 불소추 특권 폐지 등도 후보께 보고했고, 그 과정에서 최종안이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가 수용한 ‘3년 임기 단축 개헌’은 한 전 총리의 대표 공약이기도 하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일 출마 선언 당시 “임기 2년 차에 개헌을 마무리하고, 3년 차에는 새 헌법에 따라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른 뒤 퇴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과 회동하며 ‘개헌 빅텐트’ 형성을 시도해왔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국회 사랑재에서 만나 후보 단일화를 위한 2차 회동을 마친 뒤 이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 후보의 개헌안 발표를 계기로 한 전 총리의 공개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 전 총리는 단일화 협상 결렬 이후 김 후보 지지를 표명했지만, 선대위 합류는 고사한 상태다. 지난 11일 단일화 승복 선언 이후에도 별다른 정치적 발언 없이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4차 회의에서 이정현 공동선대위원장은 “김 후보가 임기 단축과 대통령제 4년 중임제를 포함한 개헌안을 발표함에 따라, 한덕수 전 총리와 정대철 헌정회장, 이낙연·손학규 전 대표 등 개헌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성원과 지지가 기대된다”며 “자연스럽게 개헌 연대의 빅텐트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과거 한 전 총리 캠프에서 수석대변인을 맡았던 인물이다.
윤재옥 본부장도 “한 전 총리도 이번 선거가 갖는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를 도와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김 후보의 개헌안이 이재명 후보 발표 직후에 나온 ‘맞불’ 성격이라는 점에서 진정성 논란도 제기된다. 실제로 김 후보는 개헌 구상을 직접 발표하지 않고, 서면 입장문 형태로 공개했다. 한 전 총리 측에서도 김 후보의 제안이 진정성을 결여했다고 판단할 경우, 정치인 출신이 아닌 한 전 총리가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용석 (chojur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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