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 우주청 제공
존리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
존리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
존리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
"우주분야에서 협력하자는 각국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갓 한 살 돼 가는 우주항공청 설립 덕분이죠. 앞으로 우주에 대한 기업 투자 확대를 통해 민간 중심의 우주항공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단순 참여에 그쳤던 글로벌 우주개발에서 우리가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글로벌 5대 우주강국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존 리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은 최근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에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주청 개청 1년 전·후로 달라진 한국의 위상과 향후 과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30년 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 백악관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우주탐사 임무를 이끌며 우주 전문가로 활동해 온 그는 2021년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수석 어드바이저를 끝으로 은퇴한 후 지난해 5월 우주청 초대 우주항공임무본부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고국을 위해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주청에 합류하게 됐다"면서 "우주청이라는 정부 카운트파트가 생겨 해외 주요국들이 한국과 협력할 수 있게 돼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지난 1년 간 몸소 체험하고 있"고 말했다.
우주청은 오는 27일로 개청 1주년을 맞는다. 정부는 이날을 '우주항공의 날'로 지정해 기념행사를 열 예정이다.
존 리 본부장은 "지난 1월에는 유럽우주청(ESA) 주요 인사들이 서울이 아닌 직접 사천까지 내려와 협력을 논의했을 정도로 우주청 개청 이후 한국의 글로벌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며 "다음달 열리는 파리에어쇼에서 ESA와 우주탐사 분야 협력을 공식 체결할 예정인데, ESA가 1년이 채 안 되는 한국 우주청과 협정을 맺기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ESA와 협정 체결 이후 유럽의 다수 국가들과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협력을 넓혀 나가겠다는 게 존 리 본부장의 계획이다.
지난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스페이스X가 그들의 우주개발 심장부로 불리는 미국 텍사스주 최남단에 있는 스타베이스'를 존 리 본부장을 초청해 화성 유인 탐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우주선 '스타십'과 관련 시설을 공개한 것도 우주청 개청 이후 글로벌 우주 분야에서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우주청에 따르면 한국과의 협력을 제안한 국가는 우주 신흥국인 룩셈부르크를 비롯해 이탈리아, 독일, 우즈베키스탄, 네덜란드, 덴마크, 벨기에, 스페인,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이스라엘, 그리스, 호주, 영국, 페루 등 10개국이 넘는다. 우주청은 이들 국가들과 우주협력을 한층 강화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존 리 본부장은 우리가 제안한 'L4 라그랑주 탐사'와 미국의 유인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를 통해 글로벌 우주협력을 주도하고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4 탐사는 존 리 본부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한국판 글로벌 우주협력 프로젝트다. L4는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뤄 우주에 머문 상태로 탐사를 진행할 수 있어 우주탐사의 '명당'으로 불린다.
우주청은 상반기 중 L4 태양권 관측 탐사선 구축사업을 통해 우주환경 예보와 태양물리 연구를 주도하기 위한 상세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현재 여러 국가들과 L4사업에 대한 협력의향서(LOI)를 교환하고 있으며,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예산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그는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아 미개척지로 남아 있던 L4 탐사를 우리가 제안한 이후 함께 하자는 주요국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며 "L4 탐사를 계기로 한국이 선도하는 글로벌 우주협력모델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보다 내실 있는 협력 추진에도 역량을 모으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과 미 NASA가 공동 개발해 지난해 11월 국제우주정거장에 성공적으로 설치한 태양관측장비 코로나그래프 '코덱스'와 양국이 공동 개발해 이달 1일부터 본격적인 관측 임무에 들어간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의 협력 성과를 토대로 향후 달과 화성탐사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의 중요한 기술협력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달과 화성 탐사 실현을 위한 NASA의 청사진인 'M2M(달에서 화성까지) 아키텍처' 업데이트 과정에서 기술성숙이 필요한 56개 기술 분야 중 우리가 지원할 수 있는 11개 기술 분야를 미국 측에 제안했는데, 이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달 탐사, 우주통신, 달 표면과학 등의 분야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11개 기술을 제시한 것에 대해 NASA 측이 상당히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NASA로부터 우리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인 만큼 양국 간 우주탐사 협력이 지금보다 보다 실질적이고, 빌드업(Build-up) 해 가는 의미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민간 주도의 우주항공산업 생태계 조성에 있어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하며 대기업과 투자자들의 우주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촉구했다.
존 리 본부장은 "전 세계가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로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 기업 주도의 투자가 활발하지 않아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미국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저위험·고비용'으로 인식돼 온 우주개발을 '고위험·저비용'으로 전환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 대기업을 포함한 민간의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국에서 혁신적인 우주기업들이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위성 영상과 데이터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다운 스트림' 산업에 주력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전체 우주시장에서 다운 스트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하기 때문에 이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며 "헬륨이나 희토류 등의 달 현지자원 활용 기술을 비롯해 달 거주에 필요한 주택 건설 기술, 우주 관광 등 기업들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혁신에 기반한 선도적 기술개발을 통해 기회를 선점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리 본부장은 "우주청의 역할은 기업에게 돈을 나눠 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기술혁신을 통해 인풋을 낼 수 있도록 성장을 지원하는 데 있다"며 "한국이 민간 주도의 글로벌 5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도록 앞으로 국가 우주항공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 우주청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천(경남)=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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