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 제언
과기인재양성센터 신설해
상위 1% 초인재 집중육성
AI혁신연구원 박사들에게
연봉 10억·주택지원 방안도
과학기술 초인재를 키우기 위해 '과학기술인재양성센터'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매년 이공계 대입 학생 10만명 중 1%에 해당하는 최상위 인재 1000명을 뽑아 집중 육성하자는 것이다.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은 13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첨단과학기술 이공계 인재 양성 정책 포럼'에서 "세상을 바꾸는 혁신 과기 인재 프로젝트를 시도해보자"며 "선행학습과 상관없는, 최초의 질문을 던지는 학생을 뽑는다면 한국이 세상을 바꾸는 데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파격적인 제언을 던진 것은 현행 대입 제도를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예 과기인재양성센터를 새로 설립해 이공계 초인재를 키우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김 학장은 "중국에서는 6개 명문대에서 천재 1200명을 소년반으로 키워 따로 육성하고 있다"며 "과기 인재의 양적인 팽창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성장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 분야 초인재 설립안도 제시됐다. 김 학장은 AI 초인재 부족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국가 주도의 'AI혁신연구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연구원은 최정예 AI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다. 전임 박사연구원에게는 초봉으로 최대 10억원을 지급하고 주택도 제공하자고 주장했다. 설립 초기에 200명으로 시작해 5년 내 1000명으로 확장하자고 제안했다. 김 학장은 "객원 연구원은 국내외 대학교수나 타 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구성하고 최소 연 20억원 규모의 연구과제를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을 통해 탁월한 AI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며 "설립 초기 20명으로 시작해 100명 규모로 확장한다면 한국도 AI 인재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파격적인 안을 제시한 것은 현행 제도상 좋은 학생을 뽑기는커녕 제대로 키워낼 환경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 학장에 따르면 서울대 공대는 입학 정원이 850명이지만 750명만 졸업한다. 자퇴·제적생 수는 2010년대 중반 이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김 학장은 "의대 증원 여파로 올해 이탈률을 확인하기조차 두렵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도 김 학장은 기존의 성공적인 과학·영재고 및 과학기술원 모델을 일반 학교에 확대 적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블록펀딩 방식으로 20개 내외 연구중심대학을 선정해 자연대와 공대 학생 선발·운용 방식을 차별화하자는 것이다. 주제 발표 후 진행된 토론회에 참여한 유재준 서울대 자연대 학장 역시 "과학·영재고를 통한 과학교육만으로 국가의 초우수 과학기술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존 이공계 인재 양성 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매년 3000명도 안 되는 과학고 졸업생만으로는 8만명이 넘는 이공계 인력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는 여야 국회의원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개최했다. 글로벌 인재 확보 방안을 주제로 상반기 내 2차 포럼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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