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가 체외에서도 오랫동안 ‘젊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비밀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은 고려대학교 생명공학부 김종훈 교수(사진) 연구팀(제1저자 이영석)은 줄기세포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전능성(모든 세포로 자랄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데 ‘엑소좀(Exosome)’과 ‘MFGE-8’이라는 단백질의 협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엑소좀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Journal of Extracellular Vesicles(인용지수 15.5)에 게재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줄기세포는 재생의료, 장기이식, 신약 개발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하는 세포로, 인체의 거의 모든 세포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하지만 체외에서 배양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스트레스와 환경 변화로 인해 원래의 능력을 잃어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김 교수팀은 줄기세포가 ‘엑소좀’이라 불리는 미세한 소포체(vesicle)를 분비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특성을 유지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엑소좀은 세포가 내보내는 나노 크기의 소포로, 내부에 단백질과 유전정보를 담고 있어 세포 간 소통의 매개체로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 엑소좀 표면에 붙어 있는 ‘MFGE-8’이라는 단백질이 엑소좀 전달의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 단백질이 줄기세포 사이에서 엑소좀을 정확히 전달하고, 세포 내로 유입되는 데 필요한 ‘문을 열어주는 열쇠’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MFGE-8이 없으면 줄기세포는 엑소좀 신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점차 능력을 잃고 사멸하게 된다.
또한 줄기세포 엑소좀 내부에는 ‘글루타치온’과 같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세포의 노화와 손상을 막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줄기세포들이 서로 이 물질을 주고받으며 집단 전체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김종훈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엑소좀이 매개하는 전능성 줄기세포의 특성 유지 및 관련 분자기전을 최초로 밝힌 것으로, 추후 간경화와 뇌졸중은 물론 각종 질환의 치료를 위한 세포 치료제 및 손상된 장기를 재생시키는 엑소좀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점은 MFGE-8 단백질이 이미 김 교수팀에 의해 2017년 간경화 치료 후보물질로 발굴돼 소화기계 세계최고학술지(Gastroenterology, 인용지수 26.3)에 보고한 뒤 임상 1상까지 완료된 성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단백질과 엑소좀을 함께 활용할 경우, 손상된 간이나 뇌 같은 장기를 되살리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이번 줄기세포 연구를 바탕으로, 줄기세포 유래 엑소좀이 뇌졸중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후속 연구 결과가 별도의 학술지 Free Radical Biology & Medicine(인용지수 7.1)에 잇달아 게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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