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지역별 차등 적용, 외국인 노동자 '현지 노동 조건 유지' 등 현실과 괴리된 정책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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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 호소하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 남소연 |
충북 음성에서 노동자들에게 무료 법률 상담을 하는 활동가로서 가장 많이 접하는 사례는 바로 임금 체불을 당한 노동자들이다. 이들 중에는 일하며 최저임금조차 못 받아 온 경우도 허다하다.
약 3주가 남은 대선에서 최저임금과 관련된 공약을 내세운 후보가 있다. 바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다. 이준석 후보가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공약을 살펴보면 오히려 그 반대로 보인다.
지역별로 최저임금 30% 줄이기 가능? 주 52시간 일해도 월급 150만 원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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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이 후보는 중앙정부가 최저임금의 기준액을 정하면 지방정부가 최저임금 기준액의 최대 30% 내에서 기준액보다 더 늘리거나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최저시급인 1만 30원을 기준으로 하면 지역에 따라 약 7000원 수준의 최저시급까지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
ⓒ Youtube '이준석' 갈무리 |
먼저 이 후보는 중앙정부가 최저임금의 기준액을 정하면 지방정부가 최저임금 기준액의 최대 30% 내에서 기준액보다 더 늘리거나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최저시급인 1만 30원을 기준으로 하면 지역에 따라 약 7000원 수준의 최저시급까지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러한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 적용을 통해 서울과 같이 물가가 비싼 지역은 최저시급이 높아질 것이라며 "수도권에 고여 있던 자본이 지역으로 흘러 들어감으로써 대한민국의 고질적 문제였던 '돈맥경화' 문제를 조금이나 해소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는 조금만 생각해도 어불성설인 주장이다. 해당 공약대로 최저시급을 7000원으로 바꾼 지역의 노동자는 현행 최대 노동시간인 월 209시간을 일해도 한 달 월급이 146만 원 수준이다. 2025년 1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가 월 143만 원이다.
정부는 한 달 가계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 하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면 차상위계층으로 분류한다. 즉, 해당 공약이 시행되면 한 달 내내 주 5일, 8시간씩 일해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기준 정도의 낮은 소득을 받는 셈이다.
최저임금 낮은 지역의 지역소멸만 더욱 가속화될 것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약 301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약 14%를 차지한다. 일하는 국민 8명 중 1명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고 있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인 이들의 월급을 최대 63만 원이나 줄이겠다는 건 민생과 완전히 반대로 직행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후보는 서울처럼 물가가 높은 지역은 최저임금 또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지방정부가 현 최저임금도 너무 높다는 기업들의 하소연을 무시하고 최저임금을 높일 가능성은 적다. 또한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그에 상응해 물가 또한 상승할 우려도 있다.
만약 이 후보의 전망대로 서울은 최저임금을 올리고, 지방은 내린다면 노동자들은 당연히 서울에 더더욱 몰릴 수밖에 없다. 같은 일을 해도 월급이 수십만원씩 차이가 난다면 대체 누가 월급을 덜 받는 곳에서 일하겠는가. 그렇게 되면 지역소멸은 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엔 최저임금이 높은 지역으로 이사할 여력조차 없는 가장 어려운 이들만 지방에 남고, 그들의 경제적 고충이 더 심해질 것이 뻔하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현지 임금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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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노동자들에게 현지와 같은 임금을 준다면 그들이 굳이 가족과 떨어져 낯선 한국에 올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한국의 물가는 현지 물가보다 현저하게 높은데 현지 임금으로 한국에서 생활이 가능이나 한가. 만약 1970년대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에게 독일 정부가 당시 한국 임금을 줬다면 그들이 머나먼 독일까지 가서 일했겠나. |
ⓒ Youtube '이준석' 갈무리 |
최저임금과 관련한 이 후보의 다른 공약은 '리쇼어링' 공약이다.
이 후보는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떠난 한국 기업의 공장이 국내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 공약을 밝히며 이를 위해 해외의 한국 기업 공장이 국내 산단으로 돌아와 입주할 경우, 일정 기간 원소재국 노동자가 한국에서 현지 노동 조건을 유지할 수 있도록 외국인 노동자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주장했다.
즉, 베트남에 있던 한국 기업 공장이 국내 산단으로 옮기면 기존에 일하던 베트남 노동자들에게 일정 기간 한국의 최저임금이 아니라 베트남에서 일하며 받아온 만큼의 임금만 주도록 규제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말이 안 되는 공약이다. 외국인과 내국인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한국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111·131호에 명백히 위반된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조차 지난 2024년 8월, 노동부장관으로서 외국인 노동자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해 "헌법, 국제기준, 국내법 등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게다가 현지 노동자들에게 현지와 같은 임금을 준다면 그들이 굳이 가족과 떨어져 낯선 한국에 올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한국의 물가는 현지 물가보다 현저하게 높은데 현지 임금으로 한국에서 생활이 가능이나 한가. 만약 1970년대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에게 독일 정부가 당시 한국 임금을 줬다면 그들이 머나먼 독일까지 가서 일했겠나.
베트남 통계총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베트남 노동자의 평균 월 임금액은 770만 동, 원화로 42만 원 수준이다. 평균 현지 임금의 2~3배를 준다고 해도 한국에서 생활하기엔 거의 불가능하다.
이처럼 이 후보는 최저임금과 관련된 공약을 내놓았으나 현실과 괴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가혹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수준이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면 나오기 힘든 공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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