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병 이엠엑스아이 대표·한국전자파학회 논문이사
디지털 전환(DX) 시대에 이어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AI 전환(AX)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이 새로운 물결은 생활, 업무, 학습 등 모든 분야에서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먼 미래 이야기로만 여겨졌던 AI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통해 갑자기 현실로 다가왔다. 그리고 몇 년 후 거대 언어모델 기반의 챗GPT 출시로 대중이 일상에서 쉽게 AI를 활용하는 시대가 열렸다.
거대언어모델(LLM)은 자연어 처리 연구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언어 패턴을 학습해 텍스트를 생성하는 능력을 기반으로 초기에는 주로 자동 번역, 텍스트 요약 등에 사용됐다. 이후 컴퓨터의 발전으로 모델 규모와 학습량이 방대해지고 이미지 처리 기능이 결합되어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코딩, 수학 등 여러 전문 영역에서도 학습이 되고, 상황에 맞추어 학습된 정보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면서 높은 성능을 보인다.
AI는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알파고로 먼저 AI 충격을 경험한 바둑계는 기사 대신 AI를 통해 바둑을 배우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이후 거대 언어모델을 활용하는 챗GPT의 등장으로 텍스트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코딩이 가능해지면서 예술, 기술, 생활 등 거의 모든 분야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SW) 개발 분야는 텍스트로 코딩하는 AI 코딩기술로 개발방법에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구글은 자사에서 생성되는 코드의 25% 이상이 AI로 작성된다고 밝힌 바 있다. SW 개발 방법이 변화하고 몇 년 전만해도 가장 수요가 높았던 SW 개발자의 구직 시장 수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전자파 기술 분야에는 AI가 어떤 영향을 주고 있으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산업 현장에서 경험한 간단한 사례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전자파 기술교육을 중심으로 논의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측정기술 분야에서의 경험이다. 약 2년 전 오실로스코프를 이용해 고속신호 측정을 하고 있었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기능을 사용한 측정으로 오류가 발생했고 계측기 회사의 엔지니어에게 도움을 청했다. 계측기 본사에 문의가 필요해 답을 얻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당시 챗GPT의 열풍이 시작되던 시기라 큰 기대 없이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오류 관련 내용을 질문해봤다.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인 원인 파악이 가능한 정보가 즉시 나왔고 이를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계측기 회사로부터의 답은 하루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에 받았고 AI의 성능이 높아지면 전문기술 분야도 콜센터처럼 환경이 변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두 번째는 설계측면에서의 경험이다. 전자제품 회로기판 설계 시에 최적화와 사전 특성 검증 목적으로 주로 전자파 기술자가 전자파 시뮬레이션을 한다. 그런데 요즘 AI는 전자파 기술과 주요 시뮬레이션 툴 사용법이 학습돼있어, 기본적인 신호선 형상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조건 설정 등을 AI 코딩하듯이 진행할 수 있다.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성능이 높아지고 있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앞으로는 전자파 기술자의 도움 없이 개발자가 AI를 통해 직접 전자파 시뮬레이션 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I는 마치 '보조 뇌'처럼 사용자의 수준에 맞춰 응답하고 전문 기술 분야에서도 높은 성능으로 지시를 수행한다. 계산기와 컴퓨터의 등장으로 단순 계산은 이들 기계에 넘어갔듯이 수식을 유도하거나 시뮬레이션 툴을 조작하는 것에서 보여주는 AI 성능을 통해 비슷한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다.
앞으로는 방대한 지식을 세세하게 암기하는 것보다는 전자파 기술과 AI 기본 지식 바탕에서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AI에게 효과적인 지시를 하고, 만들어 낸 결과가 타당한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전자파 기술 엔지니어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했던 부분은 AI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으며 전자파 설계와 분석 기술 방법을 변화시킬 것이다.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AI가 만들 기술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실무자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재정의하고 미래 기술교육을 재설계하는 등 AI 시대를 대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학병 이엠엑스아이 대표·한국전자파학회 논문이사 hbpark@emxa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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