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사이언스지에 게재
기도·폐·신장·소장 등 개발
치료제 연구에 활용 기대
IBS가 구축한 박쥐 기도의 오가노이드. [IBS]
박쥐는 최근 수십 년 간 인류를 덮친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19 등 신변종 바이러스의 숙주로 지목되는 동물이다. 전세계가 감염병 대응을 위해 박쥐 연구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대 규모의 박쥐 생체모델을 구축했다. 박쥐에서 유래한 장기 오가노이드(유사장기)를 개발한 것으로, 박쥐 유래 바이러스의 특성을 조기에 규명해 팬데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영기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소장과 구본경 IBS 유전체교정연구단 단장 공동 연구팀이 이 같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박쥐는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독특한 면역 체계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 몸에 약 200종이 넘는 바이러스를 지닌 상태로 사는데도 죽지 않는다. 수명이 최대 50년 이상이어서 장기간 주변 지역에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 무리지어 살고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바이러스를 쉽게 확산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박쥐 오가노이드는 한국을 비롯해 동북아시아와 유럽에 널리 서식하는 박쥐 5종으로부터 만들어낸 것이다. 기도와 폐, 신장, 소장 오가노이드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기존 생체 모델은 일반 세포주나 열대 과일 박쥐 일부 종에서 얻은 단일 오가노이드에 한정돼 있었다”며 “연구를 통해 다양한 박쥐 종과 조직 특성을 반영한 생체 모델을 구축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오가노이드는 실제 박쥐 장기와 동일한 기능을 보였다. 연구팀을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박쥐 유래 인수공통바이러스의 특이적 감영 양상과 증식 특성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한타바이러스는 박쥐 신장 오가노이드에서 효과적으로 증식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박쥐 신장 오가노이드가 한타바이러스의 감염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플랫폼을 활용해 분리한 박쥐 유래 변종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등 항바이러스제의 효과도 분석했다. 기존 세포주 시스템보다 감염 억제 효과를 더 민감하고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을 확인했다. 박쥐 오가노이드가 신·변종 바이러스의 감염성 평가와 치료제 선별에 모두 활용 가능하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그동안 세포주 기반 모델로는 어려웠던 바이러스 분리, 감염 분석, 약물 반응 평가를 한 번에 수행할 수 있게 됐다”며 “박쥐 오가노이드는 인수공통감염병의 병리 메커니즘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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