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한일가왕전'… 한일전 담은 예능
김화정 PD "일본, 국가대항전에서 가장 라이벌로 느껴지는 나라"
짜릿 경쟁·따뜻 감동의 조화 필요
'골 때리는 그녀들'의 선수들이 상대 팀의 부상에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SBS 캡처
국내 팀과 해외 팀의 대결이 성사되는 예능에서 유독 자주 보이는 그림이 있다. 바로 한일전이다. 한국 연예인들은 일본 스타들과의 대결을 펼치며 시청자에게 짜릿함을 선물하곤 했다.
축구에 진심인 유명인들의 대결을 담아내고 있는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도 한일전이 성사됐다. 출연진은 한일전 2차전에서의 역전승으로 시청자들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한국 팀은 3:2로 승리를 맛보며 짜릿한 즐거움을 누렸다. 애청자들 역시 한국 팀의 승리에 열광했다. 한국 대표팀이 승리를 확정 짓는 장면에서는 최고 분당 시청률이 7.4%까지 치솟았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등으로 주목받은 서혜진 사단은 MBN '현역가왕' '한일가왕전'을 통해 트로트 한일전을 성사시켰다. 이를 통해 한국의 트로트 가수들이 재조명받은 것은 물론, 후쿠다 미라이·우타고코로 리에·카노우 미유 등 일본의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 역시 한국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게 됐다. KBS '청춘야구단: 아직은 낫아웃' 측은 한일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경기는 무산됐다. 당시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일가왕전'은 한국 '현역가왕' 톱7과 일본 '트롯걸인재팬' 톱7이 트로트로 승부를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MBN 제공
많은 제작진들이 한국과 일본의 대결 구도로 시선을 모아왔다. 이들이 한일전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일전을 연출한 김화정 PD는 본지에 "일본은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관계적으로 국가대항전을 했을 때 가장 '라이벌'이라고 느껴지는 나라임에 이견이 없다. 더불어 한국과 일본의 대결은 '한일전·닛칸센'이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할 정도로 대표적인 국가대항전이다"라고 말했다. 김 PD는 "첫 상대 국가가 임팩트가 있어야 향후에도 국가대항전을 진행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서혜진은 '한일가왕전'이 뜨거운 관심을 받은 뒤 "제작진 입장에서 한일전을 하면 관심이 집중될 듯했다. '한국 사람이 일본은 이겨야지' 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전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일본 가수가 신선하다는 반응이 있더라. 깨끗하게 부르지 않나. 이지 리스닝과 잘 맞는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제작진에게 한일전은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수단이었다.
다만 무조건적인 경쟁 구도로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서혜진은 녹화 당시, 한국의 한 출연자가 "일본 이겨야지"라는 멘트를 하니 신동엽이 제작진에게 "이렇게 가면 촌스럽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가수들이 그저 서로를 이기려는 대신 윈윈 하는 그림을 떠올리게 됐으며 존중, 화합, 인정의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알렸다.
'골 때리는 그녀들'에도 경쟁 외의 요소들이 담겼다. 선수들은 상대 팀의 부상에 걱정해 주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한국 팀이 속상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일본 팀을 따뜻하게 안아 주는 모습이 그려졌다. 출연진은 국경을 넘어 마음을 나누며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코로나19의 유행에 대한 공포가 사그라든 상황 속에서 해외를 찾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한일전 또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의 과제는 치열한 경쟁과 따뜻한 감동 요소를 함께 담아내는 것이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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