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정부의 대 중국 인공지능(AI) 칩셋 수출 규제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수출 제한이 중국의 ‘자생력’을 키워 거대한 중국 시장을 현지 기업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같은날 리사 수 AMD CEO 또한 규제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전하며 규제를 맞이한 양대 AI 칩셋 개발사 수장이 ‘오월동주’를 이루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6일(현지 시간)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컨 콘퍼런스 2025에서 발언 중이다. 사진제공=AFP연합
황 CEO는 6일(현지 시간)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컨 콘퍼런스 2025’에서 “향후 2년 내 500억 달러로 성장할 중국 AI 반도체 시장을 수출 규제로 놓칠 수 있다”며 “세금을 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미국 기술 또한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거대한 매출을 미국 기업이 가져오지 못한다면 엄청난 손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전용 칩셋 수출을 차단하고 나섰다. ‘블랙웰’ 등 최신 AI 칩셋에만 적용되던 수출 제한을 엔비디아 H20, AMD MI308X 등 중국 전용으로 설계한 저성능 칩셋까지 확대한 것이다. 직후 엔비디아는 H20 수출 제한으로 55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고, 황 CEO는 급히 중국 출장길에 올라 정부·기업 고위 관계자들과 회동을 갖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새 규제에 적합한 새 중국 전용 AI 칩셋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 하원이 AI 칩셋에 위치추적기·킬스위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규제 압박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황 CEO는 본질적으로 수출 제한이라는 ‘대전략’이 미국에 해가 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황 CEO는 반도체 수입이 제한된 중국이 화웨이 등 ‘대안’을 찾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거대한 중국 시장이 미국 AI 생태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기술 접근을 제한하는 논리는 상대국 정부가 자국 내 역량을 활용하는 데에는 제한이 없다는 점을 간과한다”며 “우리가 특정 시장에서 완전히 떠난다면 화웨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formidable) 기술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황 CEO는 수출 확대로 미국 AI를 글로벌 표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CEO는 “‘아메리칸 스탠더드’로 글로벌 AI가 미국 기술 위에서 구축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밀컨 콘퍼런스에서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OSTP)이 언급한 전략이기도 하다. 크라치오스 실장은 “전 세계가 미국의 선도적인 AI 계층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망라하는 AI 생태계 장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엔비디아와 AI 칩셋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AMD의 수 CEO 또한 수출 규제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을 보였다. 수 CEO는 이날 1분기 실적발표 후 이뤄진 콘퍼런스콜에서 “수출 통제로 이번 분기에만 8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고 연말까지 총 손실이 15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며 “인프라 관점에서 AI 투자가 지속되고 있으나 관세 및 기타 사항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있음을 주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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