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중단된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도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남북 간 평화를 전제로 남북이 함께 세계유산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구상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말기부터 윤석열 정부가 조기 퇴진한 현재까지 대북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관련 논의가 모두 중단되면서 정책 추진도 답보 상태에 놓이게 됐다. 그러면서 DMZ의 세계유산 등재 시도 역시 제자리걸음만을 걸었을 뿐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틀로 가둘 수 없는 DMZ는 존재만으로 큰 가치를 지닌다. 전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뿐더러 수 십년 동안 보호된 천혜의 자연환경은 경기도, 나아가 대한민국의 재산으로 평가받는다.
본보는 6·3 대선을 앞두고 DMZ가 가진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고, 그 가치를 확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10월 5일 파주 임진각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 주한 외국대사, 도의원, 공공기관장, 도민 등 1천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DMZ 평화걷기 행사가 열렸다. 사진=경기도청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 DMZ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차기 정부에서 다시 시도될지 관심을 모은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사업이 수년 째 중단된 만큼 경기도 차원에서는 어느 정부가 출범하던 재시동을 걸기 위한 밑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6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경기도와 강원도, 국가유산청은 DMZ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관련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관련 사업 대부분이 중단됐다.
지난 2020년과 2021년 DMZ 실태조사를 위해 각 1억5천만 원, 1억3천800만 원이 투입됐고, 2022년에도 DMZ 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기초연구 등을 위해 1억 원의 국비가 투입됐지만, 지난해부터 국비 지원은 중단된 채다.
2022년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DMZ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서까지 작성했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북측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지적하며 제출되지 못했다. 이에 현재는 대성동 주민 아카데미 및 심화 조사, 정전협정 기념행사 등만 경기도 예산으로 추진되는 처지다.
결국 현재까지도 DMZ의 세계유산 등재는 첫걸음도 떼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유산 등재는 잠정목록 대상 유산을 국가유산청에 신청하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유네스코 자문기구, 세계유산위원회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통상 10년 가까운 세월이 걸린다.
지난해 10월 5일 파주 임진각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 주한 외국대사, 도의원, 공공기관장, 도민 등 1천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DMZ 평화걷기 행사가 열렸다. 사진=경기도청
윤석열 정부에서 DMZ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노력이 아예 멈췄던 것은 아니다.
2023년 10월 경기문화재단은 국제푸른방패와 업무협약을 체결, 국내 갑작스런 정치상황 변화 등을 대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국제푸른방패는 전쟁, 자연재해 등으로부터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국제기구다.
이후 경기문화재단 산하 경기역사문화유산원은 푸른방패 측과 함께 DMZ 관찰을 비롯해 3~5개년의 중장기사업으로 국제학술대회를 추진했지만, 북한에서 '두 국가론'을 주장하거나 오물풍선을 투하하는 등 대립이 격해지며 사업 의미가 보다 퇴색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DMZ 내 남한 부분만 독자적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하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DMZ의 당초 세계유산 지정 추진 취지가 고대부터 근대, 현대에 이르는 유적과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곳을 세계로부터 확증 받자는 의미인 만큼, 남북관계의 갈등 조정과 세계 평화, 화해 메시지를 담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역사문화유산원 관계자는 "유네스코 측으로부터 남북 공동으로 DMZ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한다면 회원국 모두가 환영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받은 바 있지만, 정작 북한 측 입장은 한국과 괴리가 있었다"며 "DMZ가 지닌 의미를 생각하면 한국 단독으로 등재를 추진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현기자·이재훈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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