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도리안>
[한별 기자]
영원한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와 집착은 예술작품의 단골 소재다.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는 불안에 떨면서도 화려한 삶을 탐닉했던 청년이 등장한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만든 창작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가 오는 6월 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큰 줄거리는 소설 원작과 같다. 촉망받는 화가 베질은 도리안 그레이의 아름다움에 빠진다. 그가 초상화를 그려 선물하자, 도리안은 평생 아름답게 남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인다. 마침 도리안의 매력에 흥미로움을 보이던 헨리는 그에게 쾌락을 소개한다. 그렇게 도리안은 점점 쾌락에 빠져들지만 늙지 않는 대신 망가져 가는 초상화를 마주한다.
그런 도리안을 베질이 막으려 해보지만 실패한다. 결국 베질은 도리안에 의해 사망하고, 그의 곁에서 도리안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2016년 초연 이후 다시 돌아온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사교계를 바탕으로 외모가 무기가 되는 시대, 외면의 아름다움에 대한 탐욕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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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파크 티켓(놀 티켓)에서 '피크닉' 단체 관람 이벤트 관람 관객에게 제공한 거울과 마그넷. |
ⓒ 한별 |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지난달 17일, 18일에 인터파크 티켓(놀 티켓)의 단관 이벤트를 진행했다. 단관 이벤트 회차의 경우 티켓팅이 따로 열리고, 특별한 할인을 제공한다. 이번 <도리안 그레이>의 경우 40% 할인율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3000원의 할인 쿠폰을 추가했다.
공연에 관련된 기념품도 제공한다. <도리안 그레이>의 기념품은 거울과 포스터 마그넷이었다. 또 무대 인사를 진행하며 배우들의 짧은 소감을 전하고, 추첨을 통해 전 배우의 사인 프로그램북을 증정했다.
이런 이벤트는 공연에 관심을 두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도리안 그레이' 역으로 출연하는 유현석 배우는 "우수한 중소극장 공연을 발굴·소개하고 고객들의 문화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모션"이라고 이벤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인터파크 티켓은 예매한 관객에게 <도리안 그레이> 재관람 시 할인과 중복 사용 가능한 '또봄 쿠폰'을 증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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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의 전 출연진이 커튼콜 종료 후 무대에서 무대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 |
ⓒ 한별 |
화려한 무대와 앙상블
마름모꼴의 무대에는 여러 액자들이 걸려 있다. 암전 이후 공연이 시작되면서 액자에는 그림들이 하나둘씩 차기 시작한다. 액자는 <도리안 그레이> 무대 구성의 기본이다. 초상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대망의 초상화 액자는 홀로그램으로 그림을 표현한다. 가끔 <도리안 그레이>를 연기하는 배우는 액자 뒤쪽에서 연기한다. 그러면 실제 배우의 모습과 홀로그램이 겹쳐지는데, 이는 극 후반부로 갈수록 중요한 무대효과가 된다. 배우가 그대로의 <도리안 그레이>의 아름다움을 연기하는 동안 타락한 인성으로 인해 망가지는 초상화를 홀로그램으로 표현한다.
거울 역시 중요한 무대 구성 요소 중 하나다. 아름다움과 그의 유지를 중점으로 두는 만큼 거울도 무대 양옆에 존재한다. 바닥도 마찬가지다. 배우들의 행동이 비치는 무대 바닥은 마치 도리안을 주시하는 헨리, 베질 그 외 대중들의 시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도리안을 주시하는 건 그 자신과 초상화다. 본디 순수한 영혼으로 등장한 도리안이지만 점차 아름다움에 집착하느라 영혼의 순수함을 지켜내지 못한다. 뮤지컬은 그런 도리안의 심리와 그가 둘러싼 현실을 보여주며 진행된다.
극 중 도리안은 연인 시빌의 죽음 이후 베질의 만류에도 오페라를 보러 떠난다. 쾌락을 추구해야 한다는 헨리의 지론 때문이다. 초상화가 망가지는 것을 바라본 1막 마지막 넘버 이후 2막부터는 본격적인 도리안의 타락이 등장한다.
도리안은 의사인 앨런과 마약 사업을 하고 싸구려로 취급받는 보드빌 배우와 연애하며 '그 자신의 타락'에 맞는 행동을 한다. 그럴수록 초상화의 홀로그램은 강렬하게 변한다. 점점 까맣게 뒤덮이는 그림은 베질이 반했던 청년도, 헨리가 칭송했던 아름다움도, 도리안이 그토록 간직하길 바랐던 젊음도 아니었다. 초상화 대신 '도리언 그레이'라는 인간은 남았지만, 영혼이 타락해 버린 그가 과연 정말 '아름다움'을 간직한 것이었을까.
거울은 타락함에도 젊음을 유지하는 도리안을 확인하게 하는 도구이자, 모순적인 사실을 확인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결국 <도리안 그레이>는 아름다움과 영원함에 대한 욕망,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주제 의식으로 삼는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미학, 아쉬운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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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공연 종료 후 소감을 나눈 주연 배우들이 포토타임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미, 김재범, 유현석, 손유동, 김태한 배우. |
ⓒ 한별 |
뮤지컬에서 구현할 수 있는 요소는 무대, 음악, 연기다. 이 부분에서 보자면 살짝 아쉬운 부분도 있다. 전개의 공백을 연출로 막아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도리안 그레이>는 그렇지 못한 모양새다.
우선 인물의 쓰임새다. 주연 중 한 명인 헨리 워튼의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헨리는 1막에서 순수한 도리안에게 쾌락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심인물 중 하나인데, 2막에서는 그 존재감이 완전히 흐려졌다. 1막의 시빌 베인의 복수를 위해 등장한 샬럿 베인 역시 애매한 캐릭터성을 보였다. 언니의 복수를 통해 도리안에게 접근했지만, 그에게 매혹을 느낀다는 샬롯의 감정은 솔로 넘버 하나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했다.
또 도리언 역할의 배우는 먀약, 성관계 등 타락을 의미하는 행동에 직접적으로 나선다. 하지만 이런 연출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는지는 의문이다. 붉은 천이나 칼을 활용했지만, 이런 소품과 장면이 필요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개막 첫 주에 관람한 관객 중 일부가 SNS에 불편함을 표현하자 일부 장면이 수정됐다.
시즌별로 캐스팅과 연출이 달라지는 뮤지컬 공연의 특성상 변화는 당연하다. 그러나 변화를 이끌기 위한 이유는 명확해야 한다. <도리안 그레이>를 관람하며 든 생각은 '원작을 읽어봐야겠다'는 점이었다. 소설을 뮤지컬로 만들었을 때는 그 이유가 보여야 한다. 하지만 <도리언 그레이>는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것 말고는 뚜렷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관객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을 불러일으킨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s://blog.naver.com/burn_like_a_star에도 실립니다.이 글은 필자 블로그와 인스타그램(@a.star_see)에 취재 후기와 함께 공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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