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 메달 목에 건 게리 홀 주니어
[Denis Balibouse / POOL /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올해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일대를 덮친 산불 탓에 10개의 올림픽 메달을 잃은 전 수영 선수 게리 홀 주니어(50·미국)에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복제본 메달을 수여했다.
IOC는 5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의 올림픽 하우스에서 비공개 행사를 열어 홀에게 복제 메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자유형 전문 선수였던 홀은 특히 단거리 강자로, 올림픽 메달만 10개(금5·은3·동2)를 획득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계영 400m와 혼계영 4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2000 시드니 대회에서는 계영 400m와 자유형 50m에서 정상에 올랐다.
2004 아테네 대회에서도 자유형 50m를 제패했다.홀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홀의 아들 찰스
[Denis Balibouse / POOL / AFP=연합뉴스]
1999년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뒤에도 피나는 노력 끝에 올림픽 챔피언에 올라 '인간 승리'를 보여주기도 한 그는 올해 초 대형 산불로 LA 인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자택과 함께 10개의 올림픽 메달도 잃었다.
불씨가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반려견과 당뇨병 관리를 위한 인슐린, 할아버지의 그림, 종교 유품만 챙긴 채 간신히 탈출했다고 홀 주니어가 표현했을 정도로 당시 상황이 심각했다.
이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홀 주니어에게 복제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그 행사가 이날 열렸다.
바흐 위원장으로부터 메달을 받은 홀 주니어는 "이런 힘든 시기에 올림픽 운동이 보여준 연대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상실감보다 더 크게 와닿은 건 연대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였다. 친구의 가치는 물건보다 크며, 인격은 불에 탈 수도, 사라질 수도 없다는 걸 다시 느꼈다"고 밝혔다.불에 녹은 메달 원본(가운데)
[Denis Balibouse / POOL / AFP=연합뉴스]
이어 "우리는 자본주의, 소비주의 속에 살지만, 모든 걸 잃고 나면 얼마나 적은 것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지 알게 된다"고 덧붙였다.
홀 주니어는 화재로 녹아 붙어버린 애틀랜타와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을 공개하기도 했다.
바흐 위원장은 "단순히 메달 때문이 아니라, 전 재산을 잃는 비극을 진정한 올림픽 챔피언다운 모습으로 극복해낸 점에 깊이 감동했다"며 "선수 시절 보여준 회복력과 용기, 자신감을 다시금 증명했다"고 말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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