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멤버 겸 배우 최민호, 연극 '랑데부' 인터뷰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이후 두 번째 연극 도전
직접 밝힌 연극의 매력과 성장한 지점?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최민호는 본지와 만나 연극 '랑데부'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샤이니 멤버이자 배우 최민호가 연극으로 성장하는 자신을 돌아봤다.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최민호는 본지와 만나 연극 '랑데부'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랑데부'는 로켓 개발에 몰두하는 과학자 태섭과 춤을 통해 자유를 찾고자 하는 지희가 우연한 만남으로 각자의 상처와 감정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2인극이다.
이번 작품에서 최민호는 태섭 역을 맡아, 겉으로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과학자이지만 내면에는 과거의 상처와 외로움을 간직한 복합적인 인물을 소화한다. 앞서 최민호는 첫 연극으로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선택해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이날 최민호는 "한 회가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할수록 저에 대해 생각도 단단해진 것 같아 떠나보내는 것이 아쉽다"라고 돌아봤다. 개막 이후 초반까지 많은 우려가 있었다는 고백도 들을 수 있었다. "저만의 긴장감, 불안감, 걱정과 우려가 있었지만 회차가 거듭될 록 점점 많은 분들이 빠져들고 함께 웃고 울어서 내가 준비했던 것들이 잘 전달이 됐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저도 어떤 부분은 과감하게 하려고 했죠. 무대가 점점 익숙해지다 보니까 더 선명하게 캐릭터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100분간 온전히 두 배우가 극을 이끄는 까다로운 난이도이지만 최민호는 대본을 받는 순간 매료됐다. 그는 "제가 첫 번째 연극은 아니었지만. 대본을 봤을 때 마법처럼 홀린 느낌이 있었다. 너무 재밌고 해보고 싶었다. 대사량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하루도 안 걸렸고 무조건 해야겠다 싶었다"라면서 선뜻 이 작품에 임하게 된 마음가짐을 전했다.
최민호는 긴 독백을 꾸준한 연습으로 채웠고 18cm가량의 무대를 오롯이 책임졌다. 또 이번 작품은 패션쇼 런웨이 무대를 연상케 하는 직사각형의 구조와 움직이는 트레드밀이 설치된 무대로 구성됐다. 최민호는 "저희 극 자체가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한다. 홀린 듯 읽는데 제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가 있다. 저는 제가 (이야기에) 용납하지 않으면 연기가 힘들다. 아이디어가 막 샘솟았다"라고 전하며 연극에 대한 열정을 표현했다.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최민호는 본지와 만나 연극 '랑데부'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렇다면 최민호가 느낀 연극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에 최민호는 "제 자신이 한 단계 성장하고 발전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렇게 기회가 생겼다. 연극과 사랑에 빠졌다. 데뷔한 지 18년차인데도 새로운 감정이 든다. 너무 재밌었다.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올해 작품 계획보다는 개인 활동과 팀 활동이 준비돼 있었지만 '랑데부'를 위해 일정을 조절했단다.
이는 첫 연극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전작에서 이순재와 호흡한 최민호는 당시를 떠올리며 "많이 배웠고 행복했다. 너무 좋았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전작이 3인극에 가까운 2인극이다. 이순재 선생님은 리허설이 끝나면 명확한 발음이나 대사에서 꼭 짚어야 하는 것들 등 꼭 피드백을 해주셨다. 선배님들이 저를 예쁘게 봐주셨다. 제겐 선생님이 지켜온 길을 잘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또 감사함이 있다"라고 배운 점을 전했다.
또 연극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이 지금의 연극배우 최민호를 완성했다. 최민호는 "연극은 라이브로 진행되기 때문에 NG가 없다. 실수에 대처도 잘 해야 한다. 그날 관객들의 반응이 다르다. 과감하게 버리고 다른 선택을 할 줄도 알아야 한다. 관객들과 만드는 공연이라고 생각이 든다. 관객들이 많이 웃을수록 힘도 나고 자신감도 난다. 독백이나 감정 전달에 있어서 다음 스텝을 넘어갈 때 감정이 폭발하는 에너지가 생기는 것이 연극의 매력"이라고 짚었다.
그간 수많은 관객들 앞에 섰지만 연극 무대는 최민호에게 또 다른 감정을 자아낸다. 관객의 웃음과 눈물, 또 작은 소음까지도 배우에게 생생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최민호는 더욱 현장에 몰입할 수 있었다.
대중에게 익숙한 '열정 이미지'는 연극 활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최민호는 자신의 신조가 "끝까지 파고든다"라면서 "연기도 활동한 지 오래됐는데 매번 열심히 한다. 어떻게 이 마음이 대중에게 전달될까 하는 고민이 항상 있다. 누구나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연극을 하면서 제 스스로 성장하는 것도 느껴진다. 많은 것을 배우는 제 자신이 뿌듯하다. 열심히 안 하면 보인다. 그런 모습은 제게도 용납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과거, 그리고 지금까지도 아이돌 출신 배우에게는 편견처럼 따라붙는 수식어들이 있다. 최민호에게는 이러한 편견을 직접 증명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다. "편견에 대해 걱정과 우려도 있지만 스스로 증명해야 해요. 새로운 판에서 나 스스로, 또 스태프들, 관객을 증명시키지 못한다면 하지 말아야 해요. 정말 좋아서 하고 싶다면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저의 연기에 점수를 매긴다면 아직도 50점 이상이 안 되거든요."
그룹 활동에 대한 애정도 느낄 수 있었다. 최민호는 "샤이니는 제게 너무 많은 것을 차지한다. 가족 같은 멤버들은 제 안식처다. 저는 가수와 연기, 두 가지 끈을 절대 놓지 않고 이어 나가고 싶다. 40대, 50대가 되어도 아이돌이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제가 활동하는 것만으로 팬들에게 힘이 되고 안식처가 된다. 이런 마음을 느꼈을 때 저는 더 잘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한편 최민호의 '랑데부'는 이달 5월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