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대선 레이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28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K-반도체’ AI메모리반도체 기업 간담회를 위해 만나 대화하며 걷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세계 1등 반도체 국가를 만들겠다”며 28일 첫 번째 공식 일정으로 SK하이닉스 간담회를 택했다.
이 후보는 이날 SK하이닉스를 찾아 “국가 경제는 기업활동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는데 민생을 책임지는 정치도 경제 성장·발전에 총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비공개 간담회에선 반도체 경쟁력 제고 방안뿐 아니라 전력·용수 인프라스트럭처 지원을 논의했다.
간담회를 마치고선 기자들과 만나 “경제 활성화 주체는 기업이 분명하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장기 전력 공급 계획도 불확실하고 용수 공급에도 문제가 있어서 어떻게 해결할지를 논의하며 앞으로도 주요 의제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선 반도체 산업 육성책을 밝혔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 경제성장 핵심 엔진이던 반도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 패권은 누가 반도체를 지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 정책으로는 △반도체특별법 제정 △세제 혜택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국가 차원 지원·투자가 필수적이지만 반도체특별법은 정부·여당 몽니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반도체특별법 제정으로 기업들이 개발·생산에 주력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주52시간제 예외 조항을 빼놓은 채 반도체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전향적 태도 변화를 기대했던 반도체 업계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반도체법(칩스법)처럼 직접 보조금도 명시하지 않았다. 미국·중국·일본·대만 등 경쟁국이 ‘쩐(錢)의 전쟁’에 나선 상황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이 후보는 SK하이닉스 간담회를 마치고 주52시간 예외 조항이 빠진 이유를 밝혔다. 그는 “논쟁적 이슈보단 실질적으로 기반시설 확보나 세제 지원 등 업계에서 당장 필요한 것들을 먼저 해결할 필요가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세제혜택 카드도 꺼내들긴 했으나 국내 생산·판매에만 국한됐다. 이 후보는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반도체에는 최대 10% 생산세액공제를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도체기업 수출 비중이 막대한데도 내수 시장에서만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공약인 셈이다.
반도체 기업 리쇼어링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각론을 밝히지 않았다. 이 후보는 “반도체 기업의 국내 유턴을 지원해 공급망 생태계도 강화하겠다”고만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다만 당내에서는 △법인세 감면 △고용촉진세제 △전력·용수 인프라 활성화 등을 논의하고 있다.
친이재명계 의원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현 단계에선 이 후보가 세제혜택까지만 언급하기로 했다”며 “집권하게 된다면 세부 계획과 정책을 상세히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력·용수 국가책임제와 법인세 감면, 고용촉진세제 등 혜택을 이 후보에게 보고했다”고 귀띔했다.
이 후보는 RE100 인프라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조속히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를 완공해 RE100 달성을 지원하고 클러스터 조성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연구개발(R&D) 지원과 반도체대학원 설립도 약속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주52시간제 예외 적용 △직접 보조금 지급 등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일 만한 알맹이가 빠졌다며 실망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우(右)클릭 행보 자체는 환영하고 있다. 이 후보가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이후로 처음으로 택한 일정이 SK하이닉스 간담회라는 것에서부터 많은 의미가 담겼다. 지난 대선에선 코로나19 극복 의지를 천명하고자 질병관리청을 찾았던 바 있다.
민주당 안팎에선 SK하이닉스 일정을 두고 “이 후보의 기업관·재벌관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2017년 대선에선 재벌 해체를 주장했으나 지금은 재벌 기업도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취지다.
또 다른 친명계 의원은 “이 후보는 기본적으로 주주가 최우선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재벌 기업이 장기적 안목을 갖고 대규모 투자를 과감하게 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권마다 반복됐던 재벌 기업 수사도 경계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이 후보는 삼성전자 경쟁력이 떨어진 원인으로 사법리스크를 꼽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8년 넘게 수사·재판을 받으면서 삼성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진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3월 20일 이 회장과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회동을 갖기도 했다.
재계 단체와의 접점도 넓혀나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만났다. 한경협(옛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최서원 게이트에 연루되며 민주당과 거리가 멀어졌지만, 이 후보가 10년 만에 먼저 손길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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