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구팀 동물실험·임상시험 결과
1·2차 같은 팔 주사, 면역반응 빠르고 강해
기억B세포, 같은 곳에서 더 빨리 항체 생성
백신을 추가로 맞을 때 첫 접종 때와 같은 팔에 맞으면, 다른 팔에 맞을 때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면역 반응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뉴스1
1차 백신은 오른 팔에 맞았다. 2차 부스터샷(추가 접종)은 어느 팔에 맞을까. 답은 오른 팔이다. 백신을 추가로 맞을 때 첫 접종 때와 같은 팔에 맞으면, 다른 팔에 맞을 때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면역 반응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시드니 가반 의학연구소와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커비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백신 1·2차 접종을 같은 팔에 하면 더 빠르고 효과적인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쥐 실험과 인체 대상 임상시험에서 확인했다”고 국제 학술지 셀(Cell)에 29일 밝혔다.
백신은 몸속에 독성을 없앴거나 크게 줄인 병원체나 구성 단백질, 항원을 주입해 그에 맞는 항체를 미리 준비하도록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전면전을 앞두고 사전에 적군의 전력을 알기 위해 가상 전투를 벌이는 것과 같다.
백신을 접종하면 주사한 부위 근처 림프절에서 면역반응이 일어난다. 림프절에 있는 ‘기억 B세포’가 항원을 인지하는 과정이다. 실제 병원체가 침입하면 다른 면역세포인 대식세포가 기억 B세포를 깨워 신속하게 항체를 생산하도록 한다.
백신은 한 번 주사로 면역반응을 충분하게 유도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면 부스터샷이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도 그랬다. 연구팀은 부스터샷이 유도하는 면역반응을 최첨단 현미경 기술로 실시간 관찰했다.
라마 드헤니(Rama Dhenni) 가반 의학연구소 박사는 “주사 부위 근처 림프절에 있는 대식세포가 부스터샷이 효과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새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관찰 결과 백신을 접종하면 기억 B세포가 림프절의 바깥층으로 이동해 그곳에 있는 대식세포와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 것을 발견했다. 같은 곳에 백신을 추가 접종하면 이미 경계 태세를 갖춘 대식세포가 항원을 효율적으로 포착하고 바로 기억 B세포를 깨워 고품질의 항체를 만들도록 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추가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커비 연구소는 30명을 대상으로 미국 화이자·바이온텍의 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접종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 중 20명은 1·2차 접종을 같은 팔에 맞고, 나머지 10명은 각각 다른 팔에 맞았다.
시험 결과 같은 팔에 맞은 그룹은 두 번째 접종 후 첫 주에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를 훨씬 빠르게 만들어냈다. 델타·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효과도 더 뛰어났다.
미 린 무니에(Mee Ling Munier) 커비 연구소 박사는 “2차 접종 4주 후에는 두 그룹의 항체 수치가 비슷해졌지만, 대유행 시기에는 초기 몇 주간의 빠른 면역 반응이 집단면역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변이가 빠른 바이러스에 대응할 때는 같은 팔에 부스터샷을 맞는 게 인구 상당수가 전염병에 면역을 가진 집단 면역을 더 빨리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앞서 지난 2023년 연구에서도 나왔다. 독일 자를란트대(Saarland University) 연구진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같은 팔에 추가 접종한 그룹에서 면역세포(킬러 T 세포) 감지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추가 접종 2주 후, 같은 팔에 맞은 백신을 맞은 그룹에서는 킬러 T 세포가 감지된 비율이 67%에 달했지만, 반대 팔에 맞은 그룹은 43%에 그쳤다.
참고 자료
Cell(2025), DOI: https://doi.org/10.1016/j.cell.2025.04.005
eBioMedicine(2023), DOI: https://doi.org/10.1016/j.ebiom.2023.10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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