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국내 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을 정부에 요구하면서 신생기업(스타트업)들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관련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2월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 5,000 대 1 축적의 고정밀지도 자료를 미국 본사 및 싱가포르 등 해외 데이터센터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고정밀지도 등 국토 정보를 해외로 가져가려면 국토부 장관의 허가가 필요하다. 5,000 대 1 고정밀지도의 경우 골목까지 세밀하게 나와 있어 이를 해외 서버에 저장하는 등 반출하면 국가 안보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련 부처 협의를 거쳐 6월 말까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구글이 고정밀지도를 요구하는 것은 길찾기나 관광, 물류 등 정밀한 서비스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제사진측량 및 원격탐사학회(ISPRS)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유럽 등 많은 나라에서 구글은 2만5,000 대 1 지도를 이용해 길찾기 서비스를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지도 데이터로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캠퍼스의 로고. 한국일보 자료사진
위치정보를 이용해 서비스를 하는 국내 스타트업들은 구글이 스마트폰 운용체제인 안드로이드를 독점하는 상황에서 고정밀지도 데이터까지 확보하면 시장 지배력이 커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연구위원인 정주연 박사는 "구글이 2018년에 지도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연결 프로그램(API) 이용료를 1,400% 인상하는 바람에 수많은 스타트업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철수했다"며 "지도 API는 한 번 사용하면 교체가 어려워 이용료 인상을 요구하면 외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 카카오, 티맵모빌리티 등은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앱 생태계의 75%를 차지하는 구글이 고정밀지도 데이터를 확보해 출혈 경쟁을 벌이면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스타트업에 지도 자료를 제공하는 국내업체들이 견디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구글의 무임 승차 논란도 일고 있다. 그동안 구글은 해외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두고 있어 국내 매출이 아니라며 국내 법인세를 일부러 줄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매출 3,868억 원, 영업이익 356억 원을 기록한 구글코리아는 법인세 172억 원을 납부했다. 한국재무관리학회는 2023년 구글이 한국에서 올린 실제 매출을 약 12조 원으로 추정해 법인세 또한 5,180억 원이 적절한 것으로 봤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구글이 고정밀지도 서비스를 하려면 해외 반출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 데이터센터와 서버를 설치해 정당한 법인세를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 박사는 "구글이 고정밀지도 데이터까지 반출하면 수익과 세금이 해외로 이전되는 조세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구글이 고정밀지도를 이용하려는 목적과 국내 서버 설치 가능성 등을 구글코리아에 물었으나 답을 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에서도 구글의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 요구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다음 달 12일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정 박사는 "구글의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는 스타트업들은 구글 눈치를 보느라 반대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개인 정보 유출 사고가 여러 번 발생한 구글에 고정밀지도 데이터까지 제공하는 것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