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서 목격남 역 맡아
배우 박해수 ⓒ넷플릭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배우 박해수가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으로 악인의 끝판왕을 선보였다. 동명의 카카오웹툰을 원작으로한 6부작 '악연'(이일형 감독)은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 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렸다.
빚에 쫓기며 살아가는 사채남(이희준)은 빚 독촉에 쫓긴 나머지 부친의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직장 동료 길룡(김성균)에게 부친을 살해해달라고 청부를 하게 된다.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외과 의사 주연(신민아)은 신원 불명의 전신 환자를 돌보게 되는데 과거 악연으로 얽힌 인물이다. 한의사가 직업인 안경남(이광수)은 매력적인 여자 친구 유정(공승연)와 한밤중 끔찍한 교통사고를 저지르게 되고 그들 앞에 유일한 목격남(박해수)이 나타나 '3000만원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기 시작한다. '악연'은 지난 4일 공개 이후 '오늘의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했고, 공개 2주차에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2위에 올랐다. 총 35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스포츠한국이 박해수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중에서는 남의 신분을 사칭하고 살인도 마다 않는 극악무도한 인물을 연기했지만 매번 인터뷰 현장에서는 캐스팅 계기부터 캐릭터를 창조해간 과정까지 나긋나긋 세심하게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배우 박해수 ⓒ넷플릭스
"방영이 되고 다양한 호평을 들었어요. 너무 감사하죠. 하지만 들뜨지 않으려고 해요. 목격남은 진폭이 크기에 연기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시청자들이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캐릭터성이 이렇게 큰 인물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죠. 배우를 하면서 이렇게 극단적 캐릭터를 경험하고 만나본 적이 많지는 않아요.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즐기면서 할 수 있었죠."
목격남은 1인 4역으로 느껴질 정도로 다채로운 인물의 외형을 선보인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부터 세상 밖으로 풀려난 범죄자, 어리숙해 보이는 목격자, 그리고 전신 화상을 입은 환자의 모습까지 선보여야 했다. 하나의 캐릭터를 맡아 이렇게 다채로운 표현을 한다는 것이 어려웠을 법도 싶은데 박해수는 오히려 좋은 도전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느껴졌어요. 화상 분장은 비주얼적으로 어떻게 나올지 상상하기 어려웠죠. 얼굴 전체에 화상을 입은 것이 아닌 60~70% 화상을 입은 인물로 설정했어요. 저는 배우로서 그런 변화를 재미있어 하는 성격이고 공연을 한참 할 때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작품을 해본 적도 있었어요. 괴물 같은 역할도 여러 번 맡아봤기에 화상 분장 등에 대해 거리감은 없었어요. 오히려 도전해보고 싶었죠. 목격남은 도덕적 혹은 윤리적 측면에서 많이 어긋나 있는 캐릭터인데 딱 한 가지만 꽉 잡고 갔어요. 이 인물은 이름도 없고 집도 없고 남의 몸을 빌려서 사는 사람 같았죠. 결국에는 몸까지 파괴되어 버리는 인물인데 남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우고 양심마저도 팔아넘기는 인물로 설정을 했어요."
목격남은 극중 유일하게 사채남(이희준), 안경남(이광수), 외과의 주연(신민아) 등 주요 캐릭터와 모두 만나는 인물이다. 각 인물들을 만날 때 마치 다른 사람처럼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 특히 목격남으로서 안경남에게 어리숙하게 접근했다가 그를 겁박하며 본색을 드러내는 장면들과 화상 환자로서 병원에서 의사 주연을 상대하는 신에서는 도저히 같은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운 일대 반전이 이뤄진다. 엔딩으로 향할수록 이들의 악연을 둘러싼 실마리가 드러나고 목격남의 실체 또한 뚜렷해진다.
배우 박해수 ⓒ넷플릭스
"목격남이 다섯 명의 캐릭터와 유일하게 모두 만난다는 사실은 다행이었어요. 일부러 캐릭터의 변화를 주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변화될 수밖에 없었죠. 육교위에서 목격남이 나타나 안경남과 만났을 때 귀마개를 착용하는 등 좀 어리숙하게 보이려 했어요. 이때 이광수가 지닌 아우라 등이 좋았어요. 목격남의 어리숙한 에너지가 더 돋보일 수 있었죠. 후반부 화상입은 인물로 넘어갔을 때는 짜증스럽고 예민한 느낌을 더 강조했어요. 원작을 특별히 래퍼런스로 삼지는 않았어요. 이일형 감독님은 코엔 형제의 '파고'를 권해주셨어요. 우리 드라마 속 인물들의 분위기가 꼭 무섭고 혐오스럽게 느껴지기를 바라지는 않으셨어요. 일정 부분 경쾌한 부분도 있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죠. 웃는 장면이 꽤 많았는데 히스 레저의 조커를 떠올린 적도 있었어요."
목격남과 안경남, 안경남의 여친 세 명이 폐공장에 모여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극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신이다. 서로 혈투를 벌이면서도 인물간의 에너지가 폭발하고 도파민이 터지는 장면이다.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사투가 이어지는 잔인한 장면이기도 하지만 이일형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파고'의 위트가 떠오를 정도로 코믹함이 가미된 장면이기도 하다.
"정말 무서우면서도 한편 코미디적 요소도 많았죠. 한명은 기절시켜놓고 또 한명은 땅에 파묻으려고 하는데 또 깨어나서 도망을 가야하는데 도망을 안가고 오히려 차로 후진을 해서 전속기어를 넣고 여친을 들이받아요. 그 장면은 거의 밤이나 새벽에 촬영을 했어요. 공승연 배우가 애드리브를 정말 많이 쳐줬고 연극적 요소가 많아서 도망가고 때리고 하는 내용까지 연습을 많이 했어요. 예민하게 오랫동안 촬영을 했어요."
배우 박해수 ⓒ넷플릭스
박해수는 연극 '오이디푸스', '프랑켄슈타인', '맨 프럼 어스', '유도소년', '남자충동', '파우스트', 사이먼 스톤 연출 '벚꽃 동산' 등과 뮤지컬 '사춘기', '영웅',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에 출연했고,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와 tvN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영화 '양자물리학', '사냥의 시간', '야차', '유령', '로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1', '수리남',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등 TV와 스크린, OTT를 오가며 독보적인 연기 행보를 펼쳐오고 있다. 박해수에게 데뷔이래 18년동안 지켜온 단 하나의 배우로서의 생활 철학이 무엇인지 물었다.
"제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소신 중 하나는 어떤 결과를 바라보며 연기를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저 무대 위에서건 영화 현장에서건 연습 과정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아요. 연습 과정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무대에서도 연습과정이 전부라고 생각해요. 촬영을 할 때도 그 안에서의 삶을 잘 견디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제가 만났던 많은 배우들은 정말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그 과정을 즐기고 또 성실하게 임하면서 결과에는 승복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어요. 이번 '악연'에서 만난 김성균, 이희준 형을 비롯해 신민아, 이광수, 공승연 배우 모두 과정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충실한 멋진 배우들이었어요.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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