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음주 해롭다’ 경고문 두고 논란
음주운전 경고 추가, ‘지나친’ 삭제 추진도
“술 자체가 문제 vs 적당한 술은 괜찮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 /뉴스1
술병에 적힌 음주 경고 문구가 더 강해질 전망이다. 현재 술병에는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는 글이 쓰여 있다. 국회는 여기서 ‘지나친’ 단어를 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음주 자체가 몸에 나쁘기 때문에 조금도 마시면 안 된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세 글자에 불과한 단어지만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나친 음주는 해롭다고 하면 반대로 적당한 음주는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음주는 해롭다고 하면 술 마시는 행위 자체를 꺼리게 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술 한 잔도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금주 정책이 필요하다”고 한다. 반면 주류 업계는 “담배는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술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의견이 다양하다”고 반박한다.
세계 각국 정부는 술병에 경고문 부착을 검토하고 있다. 주류 업계는 반발한다./픽사베이
◇국회서 경고문 강화 법 개정안 추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포함 10명은 지난 2월 술병 경고 문구를 강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 8조는 ‘과다한 음주’가 국민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술병에 주류 업체가 표시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도 이런 내용을 알리라고 한다.
개정안은 여기서 ‘과다한’ 단어를 빼자는 내용이다. 과다한 음주가 아닌 음주 자체가 나쁘다고 경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술을 1급 발암 물질로 지정했다. 술을 아예 입에도 대지 말라고 권고한다. 이런 상황에서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주류 회사들은 ‘지나친 음주는 간암·위암을 일으킵니다’나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기억력 손상·치매를 유발합니다’ 같은 문장을 술병에 쓰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현재 복지위에서 심사 중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면, 주류 회사들은 ‘음주는 간암·위암을 일으킵니다’ 같이 써야 한다.
술병 경고는 엄격해지는 추세다. 주류 회사는 내년부터 술병에 음주 운전이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문구나 그림을 넣어야 한다. 이런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경고 문구를 눈에 띄는 색으로 표시하거나 보색(補色)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음주 운전 경고 문구를 뭐라고 쓸지, 그림을 얼마나 크게 그릴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콜레스테롤·심장마비 감소 효과 연구도
담뱃갑에는 강력한 경고 그림과 문구가 들어있다. 흡연이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에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담배는 한 개비만 피워도 니코틴이 혈관으로 들어가 혈압이 오른다. 전자담배에서 니코틴을 줄여도 담배가 무해(無害)한 것은 아니다. 다른 유해물질이 있고 필요한 니코틴을 흡수하기 위해 더 자주 피거나 깊게 빨아들이는 보상 흡연을 하기 때문이다.
주류 업계는 술은 담배와 달리 과음만 아니면 괜찮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술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여러 의견이 있다. 지나친 음주는 해롭지만, 적당한 음주는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과 심혈관 질환 위험을 일부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3월 일본 과학자들은 국제 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 네트워크 오픈’에 음주가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인 효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10년간 도쿄에 사는 5만7691명의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했다.
최근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이 발표한 ‘알코올과 건강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술을 마시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커지지만 적당히 마시면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은 낮출 수 있다. 가볍게 마시면 알코올이 혈소판 응집을 줄이고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미국·스위스·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 선진국은 술병에 경고 문구를 표시하고 있다. 임신 중 술을 마시거나 음주 운전을 하면 위험하다는 내용이다. 태국은 지난해 음주 위험을 경고하는 그림을 술병 크기의 3분의 1 이상으로 붙이도록 했다. 반면 캐나다는 술병에 경고 문구를 넣는 것이 필수는 아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술이 갖는 사회적 역할이 있는데 경고 문구 강화에 대해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참고 자료
JAMA Network Open(2025), DOI: https://doi.org/10.1001/jamanetworkopen.2025.0583
NASEM(2025), https://nap.nationalacademies.org/catalog/28582/review-of-evidence-on-alcohol-and-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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