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 공동연구팀, 최초로 규명
생체리듬 조절하는 ‘BMAL1’ 줄며
심장 조직 보호하는 단백질도 줄어
세포 재생하는 유전자에 악영향
사진출처=pixabay
심근경색의 발생 시각에 따라 환자의 심장 손상 정도와 회복 예후에 차이를 보이는 과학적 원인을 한미중 공동연구팀이 처음으로 규명했다. 오전 시간대에 발생한 심근경색이 심장을 손상시키는 정도가 더 크며, 원인은 생체시계 단백질과 저산소 반응 단백질의 상호작용 때문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생체리듬에 따른 맞춤형 치료 전략의 단서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홀거 엘치크 미국 휴스턴대 교수 연구팀이 주도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심근경색 발생 시 심장 손상 정도가 생체리듬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핵심 조절 인자로는 생체시계와 연관 단백질인 ‘BMAL1’과 심장 조직을 보호하는 단백질 ‘HIF2A’의 상호작용을 지목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3일(현지 시간)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 부경대, 중국 중난대 부속 샹야2병원 연구진이 참여했다.
우리 몸은 약 24시간 주기의 생체리듬에 따라 체온, 호르몬, 면역 반응 등을 조절한다. 신체의 생리적 변화를 24시간 주기로 반복하는 데는 BMAL1 같은 생체시계 단백질이 핵심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생체리듬이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 손상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생쥐를 활용한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BMAL1 유전자를 제거한 쥐는 심근경색이 하루 중 언제 발생했는지에 상관없이 손상 정도가 일정했다.
반면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BMAL1을 제거하지 않은 쥐는 시간대에 따른 손상 차이가 나타났다. 사람의 심장 조직을 사용한 리보핵산(RNA) 분석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시간대에 따라 BMAL1 발현량이 달랐으며 손상 정도 역시 BMAL1의 발현량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BMAL1의 발현량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오전 시간대에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손상 정도가 더 컸다.
심장 손상의 정도가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생체리듬 단백질과 심장 조직 보호 단백질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상호작용은 저산소 환경에서 활성화됐다. 심장 조직 보호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을 유도하는 단백질 ‘HIF2A’는 BMAL1과 상호작용을 통해 심장 보호 기능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HIF2A와 BMAL1 단백질은 손상된 심장세포의 재생과 생존에 중요한 단백질 ‘AREG’를 생성하는 유전자에 작용했다. HIF2A와 BMAL1 단백질 발현량이 억제되면 AREG의 발현량도 덩달아 감소했다.
시간대에 따른 심장 손상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HIF2A와 BMAL1 단백질의 결합 구조도 확인됐다.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사용해 관측한 결과 BMAL1은 일반적인 단백질과 달리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구조를 바꾸며 여러 단백질과 결합하는 특성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심근경색이 일으킨 심장 손상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선 시간대별 약물 투여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연구팀은 “BMAL1의 활성을 높이는 물질을 BMAL1 발현이 가장 낮은 시간대에 투여했을 때 심장 손상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BMAL1이 적게 발현되는 시점에 AREG 단백질을 투여했을 때도 손상 부위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선 BMAL1과 HIF2A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 복합체가 작용하는 정확한 유전자 경로를 밝혀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세포 유형에서도 유사한 상호작용이 있는지를 확인해 맞춤형 시간대별 치료 전략의 확대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심혈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BMAL1, HIF2A 단백질 경로를 표적으로 한 약물은 향후 심근경색 치료 전략에 큰 전환점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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