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이 동생 폴리나, 오른쪽이 언니 베로니카 (사진/마드리드오픈 SNS)
현재 스페인에서는 마드리드오픈(ATP 1000, WTA 1000)이 진행 중이다. 23일까지 예선과 1회전(128강)이 진행된 가운데 ATP, WTA의 관심은 늘 그렇듯 최상위권 선수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23일 끝난 1회전에서는 다소 특별한 경기가 있었다. 친자매인 베로니카 쿠데르메토바(러시아, 52위)와 폴리나 쿠데르메토바(러시아, 54위)의 첫 공식 맞대결이 펼쳐진 것이다. 둘은 여섯 살 터울로 언니 베로니카가 27세, 동생 폴리나가 21세이다. 다른 자매들에 비해 나이 차가 있는 편이기 때문에 주니어 시절부터 공식 맞대결은 없었다. 폴리나가 ITF 주니어대회에 도전할 나이가 됐을 때에 언니는 이미 WTA 톱 10까지 찍으면서 이미 상당한 실력 격차가 났었다.
둘은 지난 해 WTA 코리아오픈에 동반 출전한 이력이 있다. 언니 베로니카는 자력으로 본선에 올랐고, 동생 폴리나는 예선을 뚫고 본선에 올라 16강에서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러시아, 당시 31위)를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킨 적 있다.
다만 대회 최종 우승자였던 베아트리츠 하다드 마이아(브라질, 당시 17위)에 동생 폴리나가 8강, 언니 베로니카가 4강에서 각각 패하며 일정을 마쳤다. 당시 8강 경기가 열려야 했던 9월 20일 금요일에는 비가 와 모든 경기가 연기되는 바람에 21일 토요일에 8강, 4강전이 연달아 열리는 더블헤더 형태로 경기가 진행됐다. 동생과 언니는 같은 날, 같은 선수에게 나란히 패한 흥미로운 기록이 탄생했었다.
당시만 해도 동생 폴리나의 랭킹은 163위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개막 대회였던 호주 브리즈번 인터내셔널(WTA 500)에서 폴리나가 깜짝 준우승까지 차지하며 랭킹을 57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면서 폴리나도 언니 베로니카처럼 자력으로 상위 등급 투어 대회 본선부터 출전할 수 있는 랭킹에 도달했다.
<사진. 아직 공식 맞대결이 없었던 둘의 상대전적 / WTA 홈페이지 캡처>
그리고 이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둘의 첫 공식전 맞대결이 펼쳐졌다. 오프 시즌, 대회 기간 중에는 같이 자주 훈련한다는 둘이지만 공식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결과는 언니 베로니카의 완승. 베로니카는 1,2세트 모두 얼리브레이크에 성공하며 초반부터 격차를 벌렸다. 단 한 차례도 리드를 허용하지 않으며 69분 만에 6-2 6-2로 동생을 제압했다.
경기가 끝난 후 둘은 네트 앞으로 모여 진한 포옹을 나눴다. 경기에서 이긴 언니는 동생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해줬고, 동생은 밝게 웃으며 언니의 승리를 축하해줬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투 샷이 이번 마드리드에서 나왔다.
올해 WTA에서 나온 자매 맞대결은 두 번째였다. 안드레예바 자매(러시아)가 지난 주 슈투트가르트오픈 32강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현재 WTA에서 가장 핫한 선수로 떠오른 동생 미라가 언니 에리카에게 2세트 도중 기권승을 거뒀었다. 둘의 맞대결은 두 번째였으며, 상대전적은 1승 1패로 동률이 됐다.
승리한 베로니카는 홈코트의 파울라 바도사(스페인, 9위)를 2회전(64강)에서 상대한다. 랭킹 상으로는 바도사의 절대적인 우위이지만, 현재 바도사는 만성적인 허리 부상으로 인해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고 한다. 이 부분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서로 눈시울이 붉어진 채 위로와 격려를 하고 있는 베로니카 자매 / 마드리드오픈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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