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나라스페이스 공동 기획
대응 3단계 산청·의성·울주 피해 분석
근적외선 등 위성 영상 분석 결과
피해 지역 초기 발표보다 광범위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시 길안면 한 야산이 산불로 인해 검게 변해 있다. /연합뉴스
경북과 경남, 울산에서 동시다발로 산불이 발생한 지 한 달째를 맞은 가운데 피해 복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불에 탄 주택 등 시설물 철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피해 주민에 대한 임시주택 공급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장마철을 앞두고 산사태 같은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불 피해 규모에 대한 정확한 산정 결과가 속속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산불 피해 규모가 초기 예측보다 훨씬 광범위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위성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는 지난 3월 말 영남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가운데 대응 단계가 3단계로 가장 높았던 경남 산청군과 경북 의성군, 울산 울주군의 산불 피해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3월 발생한 산불 발생 건수는 총 147건으로 대부분 초기 대응에 성공하며 피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3월 21일부터 경북과 경남, 울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면서 피해를 키웠다. 특히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은 산불이 재발화되면서 산불 피해가 급격히 커졌다.
지난 3월 22일 미항공우주국(NASA) 아쿠아 위성에 실려 있는 중해상도 영상 분광 복사계(MODIS)가 촬영한 영남 산불 사진. 대형 화재로 발생한 연기가 보인다. /NASA
일주일 새 피해 면적 12배로 늘어
나라스페이스 분석팀은 유럽우주국(ESA)이 운영하는 지구관측위성인 센티널-2(Sentinel-2) 위성이 산불 발생 지역을 찍은 영상을 활용해 정확한 피해 현황과 피해 면적을 분석했다. 이 위성은 2개의 쌍둥이 위성이 지구에서 768㎞ 상공을 돌며 5일에 한 번씩 같은 위치를 찍는다. 센티널-2에는 지상의 가로·세로 10~60m인 물체를 한 점으로 인식하는 카메라 센서와 달려 있다. 지상에서 반사되는 가시광선, 근적외선, 단파적외선 같은 다양한 빛을 탐지한다.
3월 전국 산불 발생 지역 /나라스페이스
지난달 21일 오후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인근 지역인 하동까지 확산하며 피해를 키웠다. 산림청은 같은 달 24일 기준 진화율이 70%에 이른다고 밝혔지만 그 뒤 곳곳에서 재발화하면서 피해 면적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24일까지 산청의 피해 면적은 15.29㎢로 나타났다. 하지만 불이 북쪽과 남쪽으로 확산하면서 1일에는 피해 면적이 21.63㎢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산불 피해가 난 지역 가운데 약 19%(4.13㎢)에 해당하는 면적은 중강도 이상의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불로 나무 위쪽 부분인 수관층(나무머리층)까지 불에 탔거나 열에 손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무의 나무껍질이나 내부 조직이 손상되면 나무의 생장이 둔화하고 병원균 침입으로 썩는 원인이 된다.
지난달 21일 오후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인근 지역인 하동까지 확산하며 피해를 키웠다. 산림청은 같은 달 24일 기준 진화율이 70%에 이른다고 밝혔지만 그 뒤 곳곳에서 재발화하면서 피해 면적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24일까지 산청의 피해 면적은 15.29㎢로 나타났다. 하지만 불이 북쪽과 남쪽으로 확산하면서 1일에는 피해 면적이 21.63㎢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ESA, 나라스페이스
경북 의성에서는 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인근 안동과 청송, 영덕 등으로 번지면서 큰 피해가 났다. 의성은 산불 3단계 지역 중에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달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24일까지만 해도 다른 지역으로 번지지 않았다. 하지만 불이 초속 15m 서풍을 타고 번지며 안동을 넘어 청송, 영양, 영덕까지 급격히 확산한 것을 확인했다. 실제 위성 영상 분석 결과 지난달 24일까지 의성 지역의 산불 피해 면적은 약 68.91㎢에 머물렀지만 이달 1일 촬영된 영상에선 12배 늘어난 844.04㎢로 분석됐다. 중강도 이상 피해를 본 면적도 285.3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여의도 면적(8.48㎢)의 33배에 이르는 수치로, 이번 산불 피해 지역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로 심각한 수준의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24일까지만 해도 이 지역에선 산불이 다른 지역으로 번지지 않았다. 하지만 불이 초속 15m 서풍을 타고 번지며 안동을 넘어 청송, 영양, 영덕까지 급격히 확산한 것을 확인했다. /ESA, 나라스페이스
지난달 22일 오후 울산 울주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같은 달 27일에야 진화 작업이 끝났다. 위성 분석 결과 25일까지 울산 산불 피해 면적은 약 3.58㎢로 산불 대응 3단계가 발령된 다른 지역보다는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면적 예상보다 넓어
산림청은 산불 진화 이후 최근까지 산불영향구역 추정치가 4만5157㏊(451.57㎢)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 분석 결과 이미 지난 1일 의성과 인근에서만 그보다 훨씬 넓은 844.04㎢에 이르는 지역이 산불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2차례에 걸쳐 현장에서 산불 피해 면적을 조사했다. 산림청은 지난 18일 경북·경남·울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 면적이 1040㎢(10만4000ha)라고 새로운 수치를 공개했다. 이는 산림청이 진화 직후 발표한 수치보다 2.2배 큰 면적이다. 지역별 잠정 피해 면적은 경북에선 의성이 288.53㎢, 안동 267.09㎢, 청송 206.55㎢, 영덕 162.08㎢, 경남에선 산청 24.03㎢, 하동 9.94㎢, 울산 울주는 11.90㎢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촬영된 위성 영상을 활용한 이번 분석 결과와도 대체로 일치한다.
지난달 22일 오후 울산 울주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같은 달 25일 진화율이 98%에 이르렀지만 27일에야 진화 작업이 끝났다. 25일까지 울산 산불 피해 면적은 약 3.58㎢로 산불 대응 3단계가 발령된 다른 지역보다는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ESA, 나라스페이스
산림청은 진화 직후 발표와 최근 조사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인 이유로 강풍으로 불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불이 꺼진 지역의 화선이 존재하지 않았고, 심한 연무로 화선 파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발표한 산불영향구역은 헬기와 드론 영상, 지상관측에서 파악한 화선 경계를 표시한 구역으로, 현장 조사를 통해 파악된 산불 피해 면적과는 활용 목적과 산정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산불 피해 규모와 잠재적 경제 손실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실시간 산불 위치와 피해 면적을 정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분석팀은 화재 발생 초기 적외선과 가시광선 밴드를 조합해 화재가 난 위치를 식별하는 파이어레이어(Fire layer) 기술을 이용해 현장을 직접 가지 않고 피해 지역을 알아냈다. 불길 색깔이 아닌 불에서 나온 단파적외선(SWIR) 복사량을 분석하면 불이 나뭇잎에 가리는 울창한 숲에서의 화재 발생 여부와 불의 확산 방향을 추적할 수 있다.
분석팀은 나무와 풀에서 반사되는 근적외선(NIR)과 단파적외선(SWIR)을 이용해 정규산불피해비율(Normalized Burn Ratio, NBR)이란 값을 내서 산불 피해 면적과 강도를 확인했다. 두 적외선은 숲과 산림의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로 자주 활용된다. 산림이 건강하면 NIR은 높은 반사율을 보이고 SWIR은 낮은 반사율을 보인다. 반면 최근 산불 피해 지역은 NIR 반사율이 작은 값을 갖고 SWIR 반사율은 큰 값을 갖는 특징이 있다. 이런 식으로 산불 피해 전후 값의 차이를 살펴보면 산불 피해 지역과 피해 강도를 알아낼 수 있다.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지난달 24일 의성군 점곡면 야산에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산불로 피해를 본 나무는 자연 복구가 어려워 벌채가 필요하다. 위성을 이용한 산불 피해 강도 분포 정보는 산불 피해 복구 계획에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분석팀은 NBR값의 차이를 이용하면 산불 피해 심각도(burn severity)를 비교적 상세히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남 지역 산불은 지난 2000년 발생한 동해안 산불 피해 면적(237.94㎢)보다 4배 이상 큰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피해 지역 주민 30명이 숨지고 45명이 다쳤다. 안동에선 건물과 집 1379채, 영덕 1178채, 청송 787채, 의성 351채, 영양 124채가 소실되면서 3773명이 하루아침에 집을 잃었다.
산불 피해 지역은 장마철 산사태와 토사유출 등 2차 피해에 노출된다. 산림청은 장마철을 앞두고 산사태 우려 지역 4207곳에 대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긴급 진단을 마쳤다. 올해 안에 사방댐 12곳을 설치하고 내년부터 사방댐 91개를 추가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저비용 우주발사체와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 지켜보는 시대가 왔다. 위성은 이제 국방은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조선비즈는 우주경제 시대를 맞아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를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국제 분야 보도에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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